[베푸에세이]윤슬




 


‘윤슬’ 이라는 단어를 알게되었다.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춰 반짝이는 잔물결


내가 정말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이다.

사진도 자주 찍었는데 빛에 비춰 반짝이는 잔물결을 일컫는 어휘가 있었다니… .

왜 이제야 알았을까?


윤슬,


발음이나 이미지에서도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느껴지는것 같았다.

거기에다 순수 우리말이다.


사진첩을 뒤졌다. 그 동안 찍어둔 윤슬을 살펴보았다. 이름을 알고보니 왠지 더 새로웠다.


나는 번역일을 했다.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의 이수은 작가는 ‘번역은 글로하는 가장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한적이 있다.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번역 대상인 외국어를 제대로 이해하는것도 쉽지 않지만 더 큰 일은 그걸 우리말로 제대로 풀어놓는 것이다. 그 나라에서 자주 쓰이는 말인데 옮겨놓을 적절한 단어가 없기도 하거니와 단어 대 단어 문장 대 문장으로 옮겨놓으면 어색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나는 ‘번역가’ 라는 말보다 ‘번역작가’ 라는 말을 좋아한다. 번역은 글을 단순히 언어만 바꿔 옮기는 것에 그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번역작업을 하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고 어려웠던 일이 ‘한국말’이었다.

“내가 이렇게나 국어를 못하는구나~ !”

번역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남영신님의 <말 잘하려면 국어부터 잘하고 외국어 잘하려면 한국어부터 잘해라> 라는 책을 읽고 책 내용도 그렇지만 제목에 너무 공감했다.


원작의 느낌을 풍부하게 살리기에 나의 어휘는 얼마나 빈약한가? 짧은 글도 어순에 따라 얼마나 다른 의미를 가지는데…. 표현은 왜 만날 이런것인가? 역주를 줄줄이 달아 내가 이렇게 번역한 이유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고 싶었다.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는 내용이 아니라면 번역가의 번역보다 시인이나 작가의 번역을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일것이다.


‘윤슬’ 이라는 단어를 두고보니 그때가 생각났다.


지금은 여러 이유로 더 이상 번역일을 하지 않지만 번역을 통해 배운것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구글 번역기만 돌려도 말은 되게 나온다는 시대다. 나는 AI가 상용화되는 4차혁명 시대가 되어도 번역일만은 사람이 할 것 같다.

그건 제 2의 창작이기 때문이다.


한국말을 잘 하고 싶다.

글도 잘 쓰고 싶고, 적재적소에 적확한 어휘를 쓰고싶다.


윤슬 을 알게되어 기쁘고 윤슬덕에 드러난 내 깜냥에 또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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