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주문한게 없는데 무슨일이지? 싶었다.
어머님이 식재료를 보내셨다.
오이소박이, 깻잎김치, 오징어 젓갈, 직접 담그신 제철반찬에다 텃밭에서 키우신 상추, 살면서 처음 본 특대 사이즈 황태포에 표고버섯, 말린생선까지… 커다란 박스에 터질듯이 꽉차게 들어있었다.
시들까봐 따자마자 보내셨다는 텃밭 채소는 물에 담가뒀더니 금세 뿅 살아나 넘칠것처럼 가득찼다.
깨끗이 씻어 담아놓으니 종류도 많고 어찌나 예쁘던지…. 날이 더우니 찬물에 담긴 푸성귀를 만지고 있는것도 좋았다.
상추가 8가지나 된다. 색도 모양도 참 예쁘다.
소박이도 깻잎김치도 너무 맛있었다. 생열무비빔밥과도 참 잘어울렸다.
밥을 먹고 있는데 또 초인종이 울렸다.
거참 이상하다. 오늘 무슨일이지???
책 한권을 같이 공역했던 번역가 언니가 보내준 박스였다. 지난주에 톡으로 얘기하다가 케일이 자라면 텃밭채소를 좀 보내준다고 했는데 이렇게나 많이 보낸 것이다.
케일, 상추, 열무, 얼갈이, 루꼴라, 쑥갓, 솎은상추에다가 허브티까지…
종류별로 신문에 따로따로 포장하고 환경을 위해 비닐 한 장 쓰지 않았다. 감동이었다.
오늘 복터진 날인가 싶었다.
달팽이 친구, 애벌레 친구도 따라온 언니의 친환경 채소도 잘 씻어서 담아두었다.
우리집 상추가 잘 자라지 않아서 영 수확이 시원찮았는데 “넌 다 계획이 있었구나? 너무 많아질까봐 그랬니?” 하며 우리 상추에게도 물을 주었다.
(절대 비교하거나 야단치는거 아니당 ㅋㅋㅋ)
저녁은 쌈채소가 메인,
어머님이 주신반찬으로 상도 쉽게 차렸다.
역시 직접길러 수확한 채소는 다르다. 쑥갓에서 단맛이 나서 사진에 있는거 다 먹고 쌈채소를 더 리필해 먹었다.
채소를 한바가지는 먹었나보다.
귀하게 키운 싱싱한 채소를 묵힐 수 없으니
저녁먹고 집에 없는 재료 사다가 얼른 열무얼갈이 김치 담갔다.
국물이 초록초록 예쁘게 풋고추 갈아넣고 요즘 달달하니 맛있는 양파도 갈아넣고 감자삶아 풀쒀서 국물이 자작한 열무김치로 담갔다. 지금은 매워서 겨우 간만 봤다.
반찬으로도 먹고, 비빔밥이랑 국수로도 먹을 수 있도록 시워~ 언 하고 개운하게 익었으면 좋겠다.
맛있게 돼랏 얍!!!
언니가 준 케일이랑 사과랑 착즙하려고 사과도 사왔는데 내일은 일찍부터 나가봐야해서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ㅎㅎ
감사 인사를 전하려고 두 분께 연락했더니 귀하게 잘 먹어줘서 고맙다고 내가 되려 인사를 받았다. 가만히 앉아 얻어먹으면서 인사까지 받았으니 갈무리 해놓은것도 끝까지 남김없이 잘 먹을 것이다.
‘ 쌀 한톨을 먹으려면 온 우주가 도와야 한다’ 는 말이 있다.
심으면 저절로 나는것이 아니다.
이 푸성귀 하나에도 기르는 사람의 많은 수고가 들어간다. 뿌리를 내리기 위해 땅과 미생물 물이 도와야하고 날씨가 맞지 않으면 몽땅 망칠수도 있다. 세상에 그냥 당연하게 얻어지는건 없다는걸 작년에 처음 텃밭을 가꾸며 몸으로 느꼈다.
그 전엔 솔직히 엄마가 준 상추나 가지 같은거 물러서 버린적도 있는데 텃밭경험을 한 뒤론 끝까지 잘 먹으려 노력한다. 그게 귀하게 키운 수고와, 식물을 키워낸 대자연과 생명을 내어준 채소에 대한 예의이기도 할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덕에 하루를 잘 보낸 느낌이다. 오늘밤엔 단잠을 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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