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 텃밭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 (22.3.19)




 


2020년 생애 첫 텃밭농사를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기후위기의 징후를 정통으로 맞아 폭망했다.


40일이 넘게 지속된 장마로 밭 작물을 수확하기는 커녕 밭이 통째로 떠내려가지 않은게 다행이었고, 가을 농사를 좀 잘 해볼까 했더니 이번엔 늦은 태풍으로 무 배추 농사까지 망쳤더랬다.

‘지구를 괴롭히면 인간이 더 괴롭다.’는 교훈만 얻고 도시농부의 첫 텃밭농사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작년엔 지구텃밭 선정이 안돼서 창틀텃밭으로 만족해야만했는데 아쉬움이 컸다.


우리집 근처엔 텃밭을 분양하는 곳이 많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 장점이 크지만 대부분 관행농을 하는 곳이라 내키지 않았다.

나는 내가 키워먹는 재미를 느끼고 싶은것보다

땅의 힘을 느끼고 기후위기에 도움이 되는 유기농 친환경 생태농업을 경험하고 싶다. 유기물이 살아있는 땅, 비닐멀칭을 하지 않아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지 않는 땅, 농약과 화학비료가 없는 땅, 탄소를 배출한다는 경운(땅을 갈아 엎는것)도 하지 않는 땅.


기후위기의 아주 큰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인 농업의 지속가능한 방식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멀지만(차로15분) 한살림 생태농부 신청을 해서 올해 다시 텃밭농사를 짓게되었다. 올해 해보고 잘 할 수 있으면 내년엔 같이짓기 벼농사에 도전해볼것이다. ㅎㅎ



오늘은 처음으로 텃밭과 만나는 날이었다.

아래에는 비가 내리는데 산위엔 눈이 쌓이는 춥고 스산한 날씨여서 텃밭에 나가기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사님이 좋은 거라고, 지난겨울 워낙 가뭄이 심했기 때문에 더 내려도 좋을 단비라고 하셔서 안심이 되었다.


이게 내 텃밭이다. 85번 ㅎㅎ (다음에 올땐 지구텃밭때처럼 팻말도 만들어 붙여 줘야겠다.)


원래는 유기비료를 뿌리고 땅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비가 오는 관계로 감자심을 준비만했다.


감자는 남이 심어놓은거 캐보기는 했어도 내가 심어보는 건 처음이다. 감자캐는거 정말 재미있었는데 너무 기대된다.


감자는 씨감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작물이란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씨감자를 구하셨으니 이후에 싹이 안나거나 감자가 달리지 않는건 내 책임이라고 하셔서 더 잘 해보고 싶어졌다. (의욕만 앞서서 망치지 않길 … ^^)


감자 심는법과 씨감자 손질법을 배웠다.

감자에 싹이나는 눈 2~3개가 붙어있을 정도로 감자를 잘라주라고 하셨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떤 건 3-4개고 어떤건 한 개 밖에 안돼서 과연 내 감자가 잘 될지 벌써 걱정이다.


어쨋든 씨감자를 자르고 단면에 재를 묻혀서 집에 가져왔다.

*** 칼로 자를때 혹시나 감염이 될까봐 소독과 예방 차원에서 재를 묻힌다고 한다. - 재를 물에타면 양재물이 된다. 살균 소독의 힘이 있다. - 이때 재는 절대 아무거나 쓰면 안돼고 참나무만 태웠다는 식의 좋은 재를 써야한다. - 시골에선 온갖 잡다한 것을 다 태우기 때문에 원래 재의 효과가 없다. ㅠ


가져온 씨감자를 베란다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펴 널어두는 것으로 오늘의 텃밭일을 마쳤다.



나한테 할당된 공간은 2.5평 ㅎㅎ

감자가 생각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다른 작물 심을 공간이 적다. 피망도, 완두콩도, 래디쉬랑 쌈채소, 토마토, 허브도 심고 싶은데… (할 줄도 모르는 초보농부면서 심고싶은거 121가지 ㅎㅎ )



다음주에 감자를 심으면 나머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텃밭지도를 잘 계획해 봐야겠다.



올해는 꼭 성공적인 텃밭농사를 지을 수 있길🙏




Reactions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