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는길에 저녁으로 김밥이랑 만두를 사왔다. 비닐 봉지까지 받았다. 바빠지고 몸이 힘들어지니 제로웨이스트 실천도 멀어진다. 통을 미리 챙기는 신경도 쓰지 못하고 짐이 많아 손이 모자라서 비닐봉지까지 받아왔다. 예전의 나는 통이 없으면 사지 않았을텐데 오늘은 솔직히 비닐을 받지 않겠다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도 않았다. 에너지가 없다. 젓가락 빼달라는 말도 두 번이나 하면서 짜증이 났다. 왜 사람들이 배달음식 포장음식을 많이 먹고 쓰레기도 많이 배출하는지 이해가 갔다.
사람이 쓸 에너지는 한정적인데 그 에너지를 어느 한군데에 다 쓰다보니 삶을 살아가는 기초가 되는 일에(그렇지만 누가 검사하거나 마감기한이 있지는 않은 일에) 에너지를 덜 쓰게된다.
나는 대체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던 사람이라 환경문제에도 신경을 쓸 수 있었던게 아닌가? ‘환경운동은 부르주아들이 하는거 아니냐?’ 는 사람들의 비판이 한편 이해가 되기도 했다. (동의하진 않는다.) 도시의 속도, 우리의 속도는 감당할 수 있는 삶의 속도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든다. 나는 먹는게 너무 중요한 사람인데 그걸 제대로 하지 못하니 맘도 불편하고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이 한통 다 씻어다 준 유기농 블루베리랑 카라향도 먹고 우리 동서가 서프라이즈로 보내준 커피랑 차 선물도 받았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자고로 사람이 잘 먹어야 기분이 좋다 ㅋㅋㅋㅋㅋ 몸은 오늘도 힘들었지만 가족들의 도움으로 행복해진 하루였다.
이 나무는 두 나무가 합쳐진 느티나무다. 장애인도 같이가길…
오늘 5호선에서 뉴스에서만 보던 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보장 시위를 간접 경험했다. 내가 탄 차가 시위가 끝난 뒤 처음으로 정상운행되는 차였다. 방송이 계속 나왔다. 우리는 겨우 3-40분 늦는걸로도 불편하다느니 불법이라느니 말이 많은데 평생을, 아니 장애 역사상 한번도 이동의 자유를 누려본 적 없는 그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달리 맘을 보탤 방법은 없고 안산 선수가 말한것처럼 “비 장애인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액 기부했다.
식생활 문화기획단 회의가 있는날. 우리 기획단은 회의에 공부까지 정말 빡시다 ㅎㅎ 다문화가정 아이들과의 첫 수업도 다가오고 있어서 교안회의도 했더니 점점 실감이 난다. 끝나고 다같이 아구찜 먹으러갔다. 너무 많이시킨거 아니냐고 남음제로해야한다고 잔소리 했더니 다들 협조해주셨다 ㅎㅎㅎ 이정도면 남음제로라고 사진찍으라는 우리 단원들. 완벽하진 않지만 노력했다.
이번엔 식생활 교육활동가 양성과정에서 교안예시를 작성해 내란다. 밤에 자면서도 교안 아이디어 생각을 했다. 나 요즘 교안의 늪에 빠져서 너무 힘들다. ㅠㅠ 아침부터 스타벅스에 가서 작업했는데 컴터랑 씨름하는 동안에는 당췌 넘어가지가 않아서 다 전송하고 오후 3시에 샌드위치로 첫끼니를 먹었다. 그리고 또 선물받은 커피~ ! 요즘 여기저기서 커피를 사다주신다. 감사한데 일회용컵을 자꾸 받게돼서 맘이 무겁다. 어쩌면 좋지? … 다음부턴 안주셔도 된다고 하면 기분나쁘시려나?
아무래도 날이 너무 가물어서 텃밭의 아이들이 잘 있는지 걱정이 되었다. 멀칭도 안한 맨땅이라 일주일에 한 번으론 부족할것 같아 가보았더니 역시나 땅이 쫙쫙 갈라지고 바질이 죽으려고 하고 있었다 ㅠㅠ 씨앗도 발아하지 않았던데 너무 건조해서 그런가보다. 얼른 물 주고 근처에서 메밀국수 먹었다. 텃밭에 이팝나무가 잔뜩 피어서 예뻤다. 우리 텃밭단톡방에 텃밭의 가뭄(?)상황과 저녁광경을 올렸는데 어떤 사람 하나가 지금 시간이 몇시냐며 짜증을 내서 밥먹다 체할뻔했다. 8시 4분인데… 허허 참… 그 분 한두번 그러는게 아니라 싸우고 싶었는데 활동가님이 개인톡을 보내 말리셔서 참았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간다는 건 쉬운게 아니다.
이번 교육때는 부엌공간에서 다른 활동을 하셔서 점심준비가 어렵다신다. 메뉴고민 안하고 좋았는데… ㅠ. 다른 분들이 닭곰탕, 돈까스 등 먹으러 가셔서 나는 혼자 김밥사서 경희궁에 가서 먹었다. 그냥 앉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팬텀싱어 가수가 기부한 벤치라서 한컷 찍어봤다. 집에서 가져온 귤친구랑 토마토주스 , 한살림 와플도 먹었다.
점심부터 토마토 파스타가 먹고싶었다. 그런데 검색해보니 광화문 물가 후덜덜하다. 제일 저렴한 뽀모도르가 16000원 이었다. 엄청 분위기 있는곳도 아니고 여유있게 먹을 것도 아니고 한끼 점심으로 먹기엔 과하다 생각이 들어서 김밥 먹었더니 오는길에도 먹고싶었다. 나는 일자목에 말린어깨라 조금 무리하거나 피곤하면 목부터 허리까지 온몸이 굳어버리는것 같은 증상이 있는데 그 증상이 요즘 심해졌다. 저녁이 되면 머리도 아프고 구토증상이 생길정도다. 곰이랑 만나서 파스타 사먹고 들어왔다. 이것도 사연이 많지만.. (웨이팅 까지 했는데 우리 주문이 안들어가서 엄청 늦게나왔다.) 맛은 있었다. 아~ 몰랑. 피곤하다.
커피까지 맛있게 먹고 들어와 수확한 열무와 시금치를 손질했다. 종이컵 안쓰려고 텀블러도 들고 들어갔는데 커피는 자동판매기 종이컵에 나와서 두 개 써버렸다. ㅠㅠ
뿔시금치는 씻어서 담아두고, 딜은 오이 할라피뇨 피클담그는데 넣었다. 텃밭에 다녀온 날은 기분도 좋고 왠지 하루를 잘 살아낸 느낌이다. ㅎㅎ
뿔시금치는 처음 먹어보는데 동초 같은 시금치보다 단맛은 좀 적고 구수한 맛이 많이났다. 나물로 못먹어봐서 정확한 맛은 모르겠지만 국으로도 엄청 맛있었다. 내 시금치라 더욱 소듕해.
이번엔 비건김치로 담갔는데 맛있게 익었으면 좋겠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크고 위협적인 문제라는걸 …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걸 잊지 않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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