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알고있나요? 채소꽃의 아름다움




 


채소꽃을 처음 본 건 '마르쉐'에서 였어요.


장보러 갔다가 고양이 텃밭 농부님이 위 사진의 꽃과 비타민(채소)의 꽃을 선물로 주셨는데 샐러드에 뿌려서 먹으라고 하시더라구요. 먹으라는것도 놀라웠는데 이렇게 예쁜 꽃이 쑥갓꽃이래요.



왼쪽 사진 아랫부분에 쑥갓꽃과 유채랑 닮은 길다란 비타민 꽃

 

국화꽃 같다~ 그랬더니 쑥갓이 국화과 더라구요. 너무 신기!!



비타민 꽃은 파스타에 얹어먹고(약간 아스파라거스 같은 맛이 났어요) 쑥갓꽃은 볼 자ball jar에 꽂아 테이블위에 두고 한동안 눈으로 즐겼어요.

텃밭을 시작하게 되고 잊고 지내던 어느날, 밭이 워낙 작아서 할 일이 금방 끝났던 저는 지구텃밭을 한바퀴 둘러보았죠


쑥갓꽃

그런데 반갑게도 쑥갓꽃을 발견했지 뭐예요? 실물로 밭에 핀 쑥갓꽃을 보니 예쁘고 신기했어요.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예쁜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있길래 하나하나 꽃검색을 해 본 저는 너무도 놀랐답니다.



치커리 꽃


이 예쁜 보라색 꽃은 쌈채소로 애용하던 치커리 꽃이구요.



상추 꽃

기하학적인 줄기 모양을 자랑하는 이 노란꽃은 상추꽃,


토마토 꽃


위로 꽃잎이 살포시 올라가 토마토가 열릴 준비를 하고있는 토마토꽃,


호박 꽃


누가 호박꽃이 못생겼다고 했나요? 다소 익숙한 호박꽃, 그 안에 벌이 들어있어서 슁기슁기,


당근 꽃


이 예쁜꽃이 당근꽃이라길래 놀라서 뿌리를 봤더니 정말 커다란 당근이 박혀있더라구요. 보라색도 있고 하얀색도 있었던 당근꽃.


방풍나물 꽃

꽃검색에서 방풍나물 꽃이라고도 나오고 당귀꽃이라고도 나와서 애매한데 잎 모양이 방풍나물에 더 가까운듯하네요.(아니면 알려주세요^^) 폭죽터지는 것 같은 느낌의 예쁜 꽃!!


아욱꽃


 와~ 너는 색도 쨍하니 정말 예쁘구나? 했는데 아욱꽃. 그 중에서도 당아욱 꽃이라고 해요.


한련화

한련화 라고 나오길래 "아~ 너는 채소가 아니네, 왜 텃밭에 심어뒀지?" 했더니 잎이랑 꽃이랑 열매까지 먹을 수 있다고해요.😍 잎이 꼭 고급 샐러드에 들어있는 크레송 같지 않나요? 후추맛이 난다네요. 놀랍!



피마자 꽃


열대과일 람부탄을 닮은 이 아이는 피마자꽃이래요. 아주까리=피마자가 같은 거라는것도 처음 알았다죠. 말린 피마자잎 나물을 정월대보름밥에서 먹어봤어요. 



이건 검색을 해도 매번 다른 이름이 나와서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예뻐서 찍었어요. 혹시 아시는 분??

텃밭 한바퀴 돌았더니 이렇게 예쁜 채소꽃을 볼 수 있다니 .... 사진은 7월 초에 찍은것이고 지금은 애플민트등 각종 허브의 꽃들도 피어있어요.

전 채소에 꽃이 핀다는 사실이 우선 놀라웠고, 그 채소꽃들이 이렇게 예뻐서 다시 놀랐네요.

모든 생명은 자손을 번식시키잖아요. 생각해보면 채소도 식물이니 꽃을 피워야 열매를 맺고 또 씨앗을 낼테고 그래야 자손을 번식 시킬 수 있을텐데 상추조차 키워본적이 없는 저는 씨앗은 모종가게에서 사서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얻는것 까지만 생각한거죠. 순환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생산-소비-폐기'의 직선적 사고가 여기에서도 적용되었던 거예요. (실제로 GMO작물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식물이 씨앗을 만들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야 계속 종자를 팔아서 이익을 남길 수 있으니....)

얼마나 무식한 생각이었는지.... 그리고 현대의 도시사회에서 우리의 식생활이 얼마나 단절되어있는지도 깨달았어요.


많은 환경문제는 단절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내가 쓰는 이 물건이 어디서 난 원료로 누가 만들어 내게 오고, 또 내가 버린 물건은 어디로 가서 처리되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멋지게 진열되어 있는 물건을 어떻게 '싸게' 살지만 관심을 두지요.

먹는것도 어디서 어떻게 자란 식재료가 내게 왔는지보다는 모양이 예쁜 것, 가격이 좋은것만 삽니다. 아니, 그 조차도 재료를 사서 만들어먹는 일은 별로 없고, 공장에서 만들어 나온 가공식품을 사지요. 그러니 GMO 농작물인지, 어떤 기름을 썼는지, 어디에서 수입했는지, 동물을 학대했는지 등등의 문제는 안중에 없어요. 포장이 예쁜지, 가격이 얼마인지, 맛있는지만 신경쓰고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돈을 벌고 나무랄 데 없는 차림을 하고,
일류 대학교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고 - 남녀 할 것 없이-
좋은 음식을 먹고 고전문학을 읽으면서,
투자와 법규를 잘 버무려서 세계를 파탄 낸다.
게리 스나이더 의 말, 1990

예쁜 채소꽃들을 봐서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나는 이런 것도 모르고 이제까지 뭘 배우고 살았나. 싶더라구요. 생태사상가 게리 스나이더의 말이 문득 떠오르며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 날이었어요.

자연의 법칙은 그 자체로 순환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위대합니다. 다만 욕망을 긍정하고 소비를 미덕으로 하는 지금 우리의 세태가 그 법칙을 거스르고 파탄으로 이끌뿐이죠.

코로나 시대,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1년에 한 두번 해외여행을 가고, 1년에 닭을 10억마리씩 잡아먹으며, 경제발전을 이유로 마구 소비하고, 썩지도 않는 쓰레기를 넘치게 버리며, 개발을 외쳐대던 이전의 삶이 아니라 자연과 더 가까이 하며 내가 먹는게 어떻게 자라는지, 내가 쓰는건 어떻게 오고, 내가 버린건 어디로 향하는지를 조금 더 경험하고 생각하며 욕심을 덜어내고 공생하는 삶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잘라낸 토마토 가지가 아까워 물꽂이 해두었더니 뿌리가 자랐더군요. 너무 놀란 초보 도시농부가 자연과 생명의 신비함에 흥분해서 오밤중에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

랜선 꽃구경 어떠셨어요?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채소도 꽃을 피운다는거... 그리고 채소꽃이 이렇게나 아름답다는 사실을요.... ^^



텃밭에서 꺾어온 당근꽃으로 테이블 장식

강아지풀처럼 길다란 것이 애플민트 꽃, 주황색은 서광꽃(메리골드) 그리고 그 아이들로 만든 꽃장식. 오른쪽에 삐죽 튀어나온애가 문제의 토마토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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