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기후위기/살리는 식습관]달걀 파동??





얼마 전부터 계란을 사기 힘들다는 소리가 들린다.


한살림에는 갈 때마다 품절 이란 글과함께 1인당 구입개수를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에서는 달걀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수입량을 늘려 공급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달걀이 모자라게 된 데에는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살처분’ 에 이유가 있다.


너무 자주 들어서 이제 놀랍지도 않은 조류독감(AI)이 또 발생했다.

이 때문에 발생농가 반경 3km 이내의 닭들까지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 되었고, 현재의 달걀부족을 일으켰다고 한다.




‘예방’ 적 살처분이란 아직은 괜찮지만 곧 조류독감에 걸릴지도 모르는 건강한 닭들을 ‘미리’ 죽이는걸 의미한다. 2011년 까지만해도 발생농가 반경 500m 였던 범위는 전염병이 자주 발생하면서 3km 까지 늘었다.


더 많은 피해를 막기위해 하는 예방적 차원이라는 말이 이해가 가는것도 같으면서 그럼에도 더 자주 발병하자 살처분 범위를 넓혔다는건 결국 효과가 없다는 말이 아닌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살처분이, 더구나 예방적 살처분이 효과가 없다는것은 조금만 찾아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조류독감은 이제 풍토병으로 자리 잡았고 너무 강력해져서 계속 살처분 정책을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정당화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이다."


물리적 거리가 멀면 당연히 감염이 어렵겠지만 중요한것은 거리가 아니라 바이러스가 왜 이렇게 자주 발생하고 또 쉽게 퍼지는가 하는 것이다.


"조류독감은 습지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철새들이 농지로 모여들어 닭이나 오리 같은 가축화된 가금류와 만나면서 시작된 일인데, 그 옆에 산업화된 가금류 농장까지 있으면 최적의 생태환경을 갖추게 된다.

정혜윤, <앞으로 올 사랑>"

자연상태에서 닭은 1년에 30여개의 알만 낳는다고 한다. 티비 프로그램 ‘삼시세끼’ 만 보더라도 집에서 키우는 닭들에게 여유있는 달걀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마당을 나온 암탉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에서처럼 닭을 A4 용지 한장에도 못미치는 크기의 케이지에 넣어 천정높이로 층층히 쌓아올린 뒤, 밤이고 낮이고 분간도 안가게 불을 밝혀 생체시계를 망가뜨리고 호르몬을 교란시켜야 우리가 한 판에 5-6000원이면 살 수 있는 달걀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공장식 축산의 케이지 닭들은 1년이면 300여개의 알을 낳는다.


"수만마리 닭이 한꺼번에 내는 소리가 문틈으로 빠져나왔다. 우리는 심호흡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축사안은 암모니아 가스와 배설물, 닭들의 몸에서 떨어진 온갖 분진이 짬뽕이 되어 부옇게 부유하고 있었다. 숨이 턱 막혔다. 돼지농장과 또 다른 악취였지만, 1초도 견디기 힘든 건 똑같았다.

(....)

닭들은... , 맙소사, 우주에 이보다 더 처참한 생명들이 있을까 싶었다. 너무 촘촘히 붙어 있어서 날개조차 펴지 못했다. 얼핏봐도 상태가 좋지않은 닭들이 많았는데

목에 털이 하나도 없는 닭도 있었다.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인지 진드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런 사육환경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신기한 일이었다.

황윤, <사랑할까, 먹을까> 중에서"


출처: Kbs 환경스페셜 동물공장 2부 - 산란기계 닭 


"KBS [환경스페셜]의 닭 편 부제는 '산란 기계' 였다. 맞는 말이다.

닭은 알 낳는 기계로 취급된다. (...)

소나 돼지와 같은 젖먹이동물에 비해 닭은 덩치가 작고 인간과 종적거리도 먼 새무리이기 때문에 죄책감도 덜 느끼는 것 같다.

데카르트가 말한 '기계'로 생각하기가 용이한 것이다.

그러나 닭도 엄연히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이다.

최훈.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사회적 거리를 둘 수도 없는 성냥갑 아파트살이 닭들이 전염병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코로나 시대라 그 어느때보다 이해가 쉽다. 조류독감도 결국 빨리, 싸게, 많이 먹고 싶은 우리 식습관이 불러온 재앙이다. 그 죄의 대가를 다른 동물이 치를 뿐.




2017년 여름,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피프로닐, 비페트린 등의 맹독성 살충제가 달걀에서 검출됐다고 했다. 사람들은 기절초풍했지만 나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야 이런 문제가 터진것이 이상할 따름 이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닭농장에 살충제를 뿌릴 수 있나” 라고 몸서리를 쳤지만, 나는 “어떻게 닭농장에 살충제를 뿌리지 않을 수 있나?”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닭들을 배터리 케이지에 쑤셔 넣어 밀집 사육하면서 진드기와 이, 바이러스가 득실대지 않기를 바랄 수 있을까?


조류독감과 살충제 달걀은 전혀 다른 사안 같지만 원인은 똑같다. 그 둘은 닭의 습성과 복지를 무시한 채 오로지 더 많은 생산을 위해 닭들의 생명을 쥐어짜는 공장식 축산이 만들어낸 샴쌍둥이인것이다.

황윤, <사랑할까, 먹을까> 중에서


동물의 복지는 곧 인간의 복지와 연결되어 있다.

피부병을 달고살면서 스트레스가 가득한 닭들은 알을 낳으며 후대에 스트레스를 전달한다.

스트레스가 가득한 닭과 달걀을 먹은 인간은 단백질을 섭취했으니 건강해질까?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다. 합리적인 성찰이나 윤리적 성찰은 두번째 문제였다. (...)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이런 닭을 먹고 결코 인간이 건강할 수 없다는 것,

이런 시스템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것

(만약 지속한다면 아주 안좋은 문제들이 발생할 거라는 것),

그리고 인간이 다른 생명들을 이렇게 살도록 하면 안 된다는 것.

황윤, <사랑할까, 먹을까>"


채식을 시작한 뒤로 나는 ‘자연방목 유정란’만 먹는다.



달걀에 적힌 마지막 번호가 사육환경을 나타낸다.


달걀도 안먹는 완전채식(비건)은 아직 못하지만 적어도 닭의 습성은 지켜주고 싶었다. 그리고 소비자가 무조건 더 싸고, 더 크고, 더 많은것만 원하는건 아니라는걸 알려주고 싶었다.

자연방사유정란은 비싸다. 일반 달걀의 3-4배 가격이다. 30개 한판에 1만 6천원~ 2만원 정도 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밤낮없이 불을 켜지도, 닭을 굶겼다가 털이 빠지게 하지도, 좁은 공간에 케이지를 층층이 쌓지도 않았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비싸서 더 귀하게 여기고 아껴먹는다.

그래서 그저그런 흔한 계란반찬이 아니라 감사히 즐길 수 있다.


사육환경번호 1번이 자연방목, 2번이 축사내 평사 3,4번은 공장식 사육이다. (보통을 2번평사까지를 동물복지 달걀로 인정한다)



엊그제 조류독감 뉴스를 보고 있을때 하필 달걀이 떨어졌다.

'코로나도 심란한데 AI까지......' 씁쓸한 마음로 계란을 사러갔다.

혹시라도 없으면 이제 계란도 안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어있는 일반달걀 코너와 달리 매대에 동물복지 달걀이 많았다.

심지어 세일도 했다.

아니 조류독감 때문에 달걀파동 이라더니 세일??


"닭을 풀어 키우는 농장들에서는 살충제를 쓸 필요가 없다.

닭들이 날개를 펴고 흙 목욕을 하면서 해충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황윤 <사랑할까, 먹을까>"


본래의 습성대로 사는 닭들은 살충제를 쓸 필요도 없고 면역이 강해 웬만해서는 감염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반가웠다. 달걀까지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세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게 알을 낳아준 닭들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동물복지로 건강하게 자란 닭들이 ‘예방' 적 차원에서 죽는다는 사실이 더 끔찍하게 다가왔다.




음성반응까지 나온 닭들은 그야말로 ‘기계적 행정’ 에 의해 살처분 될 위기에 처했다. 이렇게 많은 생명들을 해마나 생매장 하는 끔찍한 일을.... 대체 우리가 이 죄를 다 어떻게 받으려고 이러나... 싶었다.


"생태계 파괴는 앞으로 더더욱 생물 종 사이의 관계를

기이하게 뒤흔들어놓을 가능성이 높다.

해법이 없지 않다.

해법은 철새나 닭, 오리를 죽이는 데 있지 않다. 바이러스 학자들은 조류독감에 대한 해법은 단일 가금류의 고밀도 사육을 줄이고, 전염병학적 • 생태학적 논리에 기초해서 농축산업을 재구축하고, 야생조류들의 서식지를 파괴하지 않도록 전 세계적인 습지 복원 운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한다.

정혜윤 <앞으로 올 사랑> 중에서"


아직 해법이 있어서 다행이다.

철새나 닭, 오리를 죽이는 것이 해법이 아니라서도 다행이다. 그 해법은 조류독감 뿐 아니라 우리가 겪고있는 전염병의 해법과도(생태복원) 괘를 같이한다.


매년 지겹도록 반복하는 조류독감을 겪으며 매번 입밖에 내기도 끔찍한 ‘살처분’ 과 수입 달걀로 버틸 수 있는 시기는 언제까지일까?


동물들을 생매장 하는것은 윤리적으로도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더 이상 묻을 땅이 없을 정도로 처리도 힘든데다 피와 오염수, 부패하며 발생하는 가스등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들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것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살충제 달걀로 떠들석 할 때 정부는 축산 패러다임을 점차 ‘동물복지’ 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배터리케이지를 없애는게 아니라 면적만 조금 넓히는 것이고,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개방형 케이지도 밀집 사육의 본질을 벗어나는 건 아니어서 갈길이 멀다

황윤, <사랑할까, 먹을까> 중에사"


"대기업들은 조류독감은 닭을 야외에서 생산하는 후진적인 과거의 방식 때문에 생긴 것이므로 전염병을 기회로 더더욱 대규모로 관리되는 현대화된 가금류 생산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대립되는 의견 사이에서 현실은 뭐든지 거꾸로 이루어지는 <거울나라의 앨리스>의 거울 속에 들어간 느낌을 준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유니콘은 이런말을 한다.

“케이크는 그렇게 나누는 게 아니야. 먼저 나눠주고 잘라야지”

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현실이 그렇다. 뭔가 거꾸로 되어도 한참 거꾸로다.

정혜윤, <앞으로 올 사랑> 중에서"


현실이 이러한데 정부나 기업의 대처는 요원하다.


친환경전환에 있어서 재생에너지나 보호구역지정 또는 전기차 개발같은 분야는 기업과 정부의 움직임이 중요하지만 농식품분야에선 최우선적으로 소비자의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한다.


계란값이 비싸다고 아우성치는 국민들에게 동물복지를 말할수있는 정부는 없을테니 말이다.


우리는 살충제 파동 때 이미 닭과 오리를 인구수 만큼이나 살처분했다. (7200만마리)

올해들어서도 벌써 1천만마리 이상의 닭을 살처분했다.


1인 1닭이라는 말은 우스갯소리로 주고받는 말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루에 달걀 하나를 먹는것이 몸에 좋다는 말은 공장식 축산 시대에 유효한 처방이 아니다.


당장 치맥을 포기 할 수 없다해도 적어도 머리로는 이 문제에 공감하며 동물복지 닭과 달걀을 사는 사소한 실천이라도 뒷받침 되어야 할것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달걀은 집에서 먹는것보다 빵이나 과자같은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할것이다.


간식으로 슈크림빵을 사가려고 했는데 대신 찹쌀떡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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