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쓰는 것이 몸에 밴, 화학제품들이 나오기 이전 자연방식 그대로를 아직도 고수하는 엄마나 할머니 살림법에서 자연친화적인 대안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번 된장 배우러 갔을때 이것저것 퍼주시는 어머님 살림에서 노르베리 호지가 말한 ‘오래된 미래’ 를 보았다.
이 사진은 우리 어머님 반찬통을 찍은 것인데 뭔가 특이한 점이 있다. (발견 하셨는지? )
어머님은 김치나 반찬을 비닐로 덮지 않고 다시마를 활용하신다. 다시마 뚜껑은 공기를 차단해 변질은 막고 음식맛을 유지할 뿐 아니라 감칠맛을 더해준다. 비닐을 덮었을때 나오는 환경호르몬도 물론 없다. 이렇게 뚜껑으로 사용하던 다시마는 찌개끓일때 넣기도 하고 된장같은 경우 새 된장의 뚜껑으로 또 쓰인다. 그야말로 버릴 것이 없다.
우리 엄마는 김치담글때 최대한 배추의 초록색 부분까지 같이 절여서 절인 배추잎으로 김치를 덮는다. 나중엔 이 겉잎까지 참 맛있어진다. 얼마전엔 냉동실에서 무슨 뭉치를 꺼내 국에 넣길래 물어보니 김장때 떨어져나간 작은 배춧잎들을 버리지 않고 다 건져서 냉동시켰다가 된장국 끓일때 넣으면 절인배추라 더 맛있단다. 우거지나 시래기 같은것도 하나라도 버리지 않고 아껴서 나중에 먹을 방법을 생각했기 때문에 탄생한 음식들이 아닌가?
기술발전은 더 이뤘을지 몰라도 우리세대에겐 이런 삶의 지혜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반찬을 줬는데 통 사이에 왠 우유팩이 있었다. 열어보니 고추부각!! 이대로 냉동보관해서 먹다가 씻어서 배출하란다 ㅎㅎㅎ.
엄마의 재사용 포장법이다.
정말 이대로 냉동해두고 먹었더니 기름도 안배고 다 먹을때까지 눅눅해지거나 산패되지도 않았다. 일회용 비닐이나 지퍼백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대안을 찾을 수 있다.
혹시 기름기가 있던 음식을 담아 우유팩이 못쓰게 되지 않았을까 염려했더니 전혀 문제가 없었다.
‘우유나 생크림을 담는 팩이라 그렇구나..’
명절에 전이 남았을때나 기름진 음식을 냉동할때 또 우유팩에 담아 냉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준 우유팩은 잘 씻어 말려서 휴지로 되살림 될 수 있도록 따로 모아두었다.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다. 종이로 배출해서 재활용 되지 못하는 귀한 자원이 전체의 70%나 된다고 한다.)
“어머님 이건 무슨 식물인데 이렇게 예뻐요? “
“어, 그거 미나리야. 사먹고 잘라서 물에 담가뒀더니 그렇게 자랐다. “
어머. 화분에 있어서 상상도 못했는데 너 미나리였구나? 보기에도 예쁜데 이렇게 두고 보다가 음식할때 조금 잘라서 장식으로도 쓰고 양념으로도 쓰신단다. 제이미 올리버 보다도 훨씬 오래된 한국식 허브, 살림의 지혜다.
대파값이 비싸서 요즘 유행이라는 파테크를 해보았다. 대파를 사다가 윗부분은 잘라먹고 뿌리를 물에 담가두니 금세 또 자랐다. 파값을 아껴보려고 한거였는데 이렇게 두고보니 꽃꽂이처럼 예쁘기까지하다.
파값이 오르기 훨씬 전부터 파테크나 미나리테크 정도는 기본인 엄마들의 옛살림법에서 아끼는 마음을 배운다.
옛날 어머니들은 나물 데친물, 빨래 삶은 물을 내버릴 때에도 “얘들아, 뜨건 물 나간다!” 하셨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물들도 준비하라고 경고를 하신 것이다. 그런 생명 감수성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김양희, <1.5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중에서
친환경 살림은 나의 편리만을 생각하지 않는다.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며 미물도 생각하는 ‘살리는 살림’ 이다.
그러한 작은 배려와 생활의 지혜가 땅과 물을 살리고,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명을 살리고, 결국 우리도 우리 미래세대도 살릴것이다.
‘살림’ 이라는 말이 참 좋다.
그 말에 어울리도록 진정 ‘살리는 살림’ 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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