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두콩 스프 이야기를 이 책에서 봤던가?’ 하며 책을 폈다.
그리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막~ 펼쳐지는것도 아닌데 계속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음식을 바탕으로한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카모메식당, 리틀포레스트,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날, 심야식당 같은 류의 이야기. (그러고보니 다 일본 작품이네 ㅋㅋ) 지금은 고레다 히로카즈를 제일 좋아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카모메 식당의 오기가미 나오코였다.
이 책도 비슷한 류의 소설이다.
‘행복한 기억과 슬픈 추억도 요리가 되는 책’ 이라는 부제가 매우 잘 어울린다.
그럼에도 영화들과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건 작품 주인공들의 연령때문인것 같다.
작품은 ‘코코야’ 라는 작은 반찬가게를 하는 60세 전후의 여성 세명, 코코, 마쓰코, 이쿠코의 이야기다. 거기에 반찬가게에 쌀 배달하러 오는 청넌 스스무 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의 추억과 사랑과 아픔이 음식을 매개로 이야기된다.
겉으로 밝고 실없는 소리도 잘하는 코코는 사실 이별(이혼)때문에 아프다. 툴툴거리고 직설적인 마쓰코는 겉바속촉처럼 속내가 다르고 사랑에 설렌다(미혼), 제일 마지막에 합류한 이쿠코도 (사별) 혼자 지내는데 아들이 어린나이에 죽었던 사연이 있다.
일본어로 (코코(구루))오다, (마쓰코)기다리다, (아쿠코)가다, (스스무)나아가다 가 다 모여 있는 이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같은 그룹은 각자의 사연을 음식과 얽힌 추억을 담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음식은 현재의 코코야에서 요리되거나 팔린다. "근심 걱정을 장사로 연결하는 것도 괜찮네" 라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40p 코코는 요리를 할 줄 알아서 다행이라고 절실히 생각했다. 혹은 먹는 것을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생물이어서 다행이다. 아무리 슬프고 힘들어도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까. 뭔가를 먹기 위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니까.
아픈 이야기인데 신파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담백하게 이야기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또 그 음식이나 기억을 떠올리는 매개를 마주하면 무너지는 평범한 우리를 마주하게된다. 무거운 분위기라기보다는 한편으론 귀엽고 아프고 사랑스러운 60대 인생에 잔잔하게 빠져드는 책이다.
137p. 이 나이가 되니 근심 있는 인생이 보통인 것 같다.
60대가 되면 인생은 좀 편안하고 안정되려나 했더니 이 책을 보니 그렇지만도 않은것 같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쓴 올리버 색스가 가장 좋은 나이는 80세라던데... 진짜 그쯤 되어야 삶에 고뇌가 없어지는걸까?
한편으론 유쾌하고 다른 한편으론 진지한 사람사는 이야기.
책을 다 읽고나니 책에 나온건 완두콩 스프가 아니라 완두콩 밥인것으로 밝혀졌다. - 완두콩 스프는 대체 어디에서 읽었을까?- 완두콩 색을 예쁘게 살리고 싶으면 따로 소금넣고 삶아 나중에 밥 위에 얹어야 하지만 밥맛이 좋은건 처음부터 같이 넣고 요리한 완두콩 밥이라는 이야기에 완전 동의한다. 그리고 사진도 그림도 없이 글로만 써있는 양배추 볶음과 히로스(간모도키)를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우선 계획대로 완두콩 스프부터 만들어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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