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최악인 요즘같은 날엔 청소기에서 나오는 먼지냄새도 맡기 싫어 가제수건 청소포에 기꺼이 손이간다. 청소기처럼 먼지를 쏙 빨아들이지는 않지만 청소기가 닿지 않는 부분에까지 들어가 먼지를 닦아내는건 기분좋다.
어느정도 닦아내고 청소포를 쏙 뒤집으면 얼마나 묻어나왔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것도 좋다.
‘창문열어뒀더니 오늘은 새까맣네 ~ ‘
‘어머 이 고추씨는 뭐야? 고추를 먹은적이 없는데.. 지난주에 떨어진게 아직 있나?’
‘둘이 사는데 머리카락은 왜 이렇게 많이 떨어질까?’
하며 혼잣말도 하게 된다.
닦아낸 먼지를 확인하는것이 은근 재미있어서 좀 변태같다는 생각도 했다.
먼지를 먼저 훔쳐낸 뒤 다른 가제수건에 물을 묻혀 끼워 걸레질도 한다. 집도 넓지않아 금방 끝난다.
실리콘 솔로 슥슥 먼지를 긁어내고 조물조물 몇번하면 빨래랄것도 없이 금방 빨린다.
탁탁 털어 널 때 제일 기분 좋다.
그런데 사노요코 할머니의 책을 다시 보고 있으니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오늘은 이만큼 먼지가 나왔구나 하며 눈에 보이는 결과물에 큰 보람을 느끼기도하고, 하루하루 생활하며 날린 먼지가 살포시 빗자루 안에 미안한 듯 얌전히 들어앉아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하다는 말에 ‘저도 그래요’ 하고 대답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현대는 더 강박적으로 청결과 위생에 집착하며 더러운 것은 더러운것을 두는 곳에 모아두자는 것처럼 환자도 노인도 비행청소년도 평소에는 눈에 안들어오게끔 못본척 한다는 말에도 동의했다.
<즐거운 불편>에도 그런 얘기가 있었다.
시게마츠: (중략) 나 자신도 연약하고 더러운 존재니까. 현대문명이라고 하는 것은 좋은 것만 좋아하고, 더러운 것 싫은 것은 전부 외면해버리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런 더럽고 싫은 것 안에도 뭔가 구원이, 인간을 안심시켜주는 뭔가가 반드시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쓰레기나 배설물 같은 것, 더럽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후쿠오카: 더러운 것, 싫은 것을 생활에서 배제시킬 것이 아니라 순순히 받아들이고 자연순환의 구성원으로 인정함으로써, 자기 자신도 더러워도 좋다, 흠이 있어도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즉 자신을 긍정할 수 있게 된다는 말씀이시죠? (...)
시게마츠: 좋은 것만 취하고 산다면, 인간의 정신은 정화되지 않을 것 같아요. 이것은 좋은데 저것은 아니라고 부분적으로 평가된다면, 인간은 결국 분열되고 말 테니까요. 나는 이대로 좋다. 더러움이나 흠집까지 포함한 이대로의나라도 좋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지요.
사람은 더럽기도 깨끗하기도 하다.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다. 그 자연스러움을 인정할 때 우리 스스로에게도 관대해지고 나와 다른 생명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다는 말이 와 닿았다.
청소기가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아날로그로 먼지를 옮기는 힘의 이천만배) 가전제품이라는 말을 곰에게 했을때 곰의 첫마디는
“그럼 우리 이제 좀 더럽게 살자!” 였다.
연애할때 혼자 사는 집에도 가봤고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알기 때문에 대꾸하지 않았지만 곰의 말이 맞다.
조금 더럽게 살면 어떤가? 그게 사람인데...
사노요코 할머니가 못한말
‘문틈에 먼지 좀 꼈다고 죽나? 그런게 다 쌓이고 쌓여 사람사는 흔적인거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며 위생에 대해 강박적으로 생각하지는 말아야겠다.
가제수건 청소포가 청소기보다 시간도 품도 더 들고 깨끗이 청소되지 않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먼지 냄새도 안나고 에너지도 안쓰고 그때그때 내 먼지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어느순간 불편하게 느끼게 되어 다시 청소기만 찾게될지도 모르지만 재미를 느낄 때까진 이렇게 살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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