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파업중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도착했다. (택배노동자의 파업 응원해요!!)
고민하다 정기배송을 놓치는 바람에 구매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던가…
지난번 마르쉐에서 농부님을 만났을때 도대체 토마토에 무슨짓을 하신거냐고 여쭤보니 아무짓도 안하고 제멋에 크게 놔두다가 익으면 수확하는게 비결이라신다.
그러니까 우리는 일반적으로 ‘뭔가를 하고’ 익을때까지 ‘못기다린’ 다는 얘기다. 토마토 맛의 비결이 대해 묻다가 먹거리의 안전성과 인간의 욕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훌륭한 토마토의 정기배송을 고민하던 이유는 이러하다.
토마토 예약을 받던 5월, 나는 2주에 한 번 오는 2.5kg 토마토를 2인가족인 우리가 다 먹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또, 올해부터 쓰고있는 가계부 때문이기도 하다. 두 달 연속 식비지출이 예산보다 많아서 한번에 4회치 가격을 지불하는것이 망설여졌다.
그런데 지금보니 2주에 한 상자가 아니라 1주에 한상자씩 먹고있다. 정기배송을 놓치는 바람에 여유물량이 생길때마다 받는 주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무농약 토마토를 주문하기도 했다. 단품 가격이 더 비싸니 결과적으로 비용도 더 많이 들었다.
방울토마토는 쓰임도 많아서 그냥먹고 볶아먹고 마리네이드나 매실절임, 오븐드라이 토마토도 만들고 소스를 만들거나 선드라이 토마토도 만들 수 있다. 남는게 아니라 모자랄 걱정을 해야했다.
게다가 세아유 토마토는 토마토가 너무 맛있어서 토마토를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게 한바구니씩 먹게된다.
어제 토마토 매실절임 만들어 오늘 백신접종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엄마한테 다녀오고 우리 먹을것도 다시 만들었더니 벌써 반상자 이상 줄었다.
이런걸 먹으니 아이스크림이나 아이스커피 같은걸 덜 사먹게 되고 몸에도 좋다.
여름의 식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여름은 풍요의 계절이다. 채소도 과일도 풍성히 나온다. 이 계절엔 매실도 담가야하고, 초당옥수수도 사야하고, 감자도 한박스 들여놔야하고, 혼자먹어도 박스로 사는 내 사랑 복숭아의 계절인데다 밤호박, 자두, 포도, 수박, 메론 등 하나만 사도 가격이 있는 것들이 많다. (마늘도 사야하지만 그건 엄마집에서 갖다 먹으니 생략했다.) 식비가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고정된 식비란 또 얼마나 고정된 생각에서 비롯된 일인가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가격변동이 크지 않은 가공식품이나 외식 위주의 식생활이라면 1년 열 두달 고정적인 식비지출이 가능하겠지만 계절에 따라 변하는 식재료에 따라 생활하면 자연히 계절에 맞게 늘고 주는 소비를 해야한다.
예를 들어, 김장철에 김장비용으로 2-30만원은 족히 들어간다. 당장의 식비절감을 위해 김장을 하지 않는다면 일년을 두고먹을 먹거리가 없어서 더 많은 식비를 들이게 된다.
다달이 똑같은 고정식비가 아니라 1년을 전체로 보고 자연스런 식비를 계산해야했다.
제철음식이 보통은 가격도 싸다.
지금처럼 풍요로운 계절에 여러 종류를 들이거나 대량으로(박스째 구입) 사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비용일 뿐이다.
제 계절의 음식을 잘 챙겨먹는것만큼 좋은 섭생도 없다. 몸을 건강하게 하려면 영양제를 이것저것 챙길 것이 아니라 천연 영양제를 챙겨야 한다.
결과적으로 돈도 덜쓰고 이득이다.
그러니 튼튼한 가정경제를 위해서라도 단순히 식비를 줄이는게 아니라 귀찮아서 하는 외식이나 불필요한 간식, 있는줄 모르고 또 사는 재료나, 관리소홀로 버리는 등의 새는비용을 막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걸 이제사 깨닫는다.)
논밭상점 유기농 양파. 햇양파가 수확을 못해 버려질 위기에 처했다. |
제철 식료품을 사는건 사회적 비용도 절감시킨다. 귀하게 키운 유기농 햇양파가 버려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피드를 보고 양파도 구입했다. 맛있는 제철양파가 오면 갈아서 김치에도 넣고 장아찌도 담고 양파김치도 담글 것이다. 이런 농산물을 갈아 엎는 건 당장은 나와 상관 없는 일인것 같아도 정부 보조금으로 이뤄지는 일이고 그 세금은 나에게서 나온 것이다. 돈으로 따지지 않아도 우리 모두에게 여러모로 손해다.
(무료배송이래요. 유기농 양파 주문하세요~!! )
자연스러운 소비에 대해 생각해본다.
불필요하고 과도한 지출은 막아야겠지만 계절에 따라 덜 쓰고 더 쓰는 비용을 유동성있게 책정해야한다. 어느 계절에 어떻게 얼마나 늘리고 줄일것인지 고민해봐야겠다. 또한 단순히 ‘얼마’라는 액수보다 그 내용을 생각해야겠다.
배달음식 시켜놓고 시원하게 에어컨 트느라 쓴 10만원과 제철식재료를 구입해 에너지를 써서 요리하느라 들어간 10만원, 유기농을 구입하느라 들어가는 추가금액과 가공식품을 구입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비용은 같은 금액이라도 그 영향이 다를테니 말이다.
보이지 않는 더 깊은곳까지 생각하는 건강한 소비, 계절, 상황, 생의 주기 등을 고려하는 유동성 있는 소비, 착취가 없는 정당한 소비, 지구 환경과 내 정신건강까지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소비를 연습해야겠다.
여튼 내년엔 고민하지 말고 토마토 정기배송 신청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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