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에세이]고수(coriander) 도전기




 


나는 고수를 싫어한다.


고수의 땀냄새(정확히는 암내) 비슷한 향기도 싫고, 씹으면서 나는 비누냄새(맛)도 싫다.


동남아 요리를 먹을때도, 샐러드에 들어있는것도 다 빼고 먹던지 아주 조금만 곁들여 먹는다.

엄마랑 태국에 갔을때 잠시 한눈판 사이 내 샤브샤브 국물에 고수를 왕창 담가놓아서 싸울뻔 하기도 했다. (엄마는 고수를 좋아한다.)


고수를 먹을줄 알면 미식의 세계가 넓어진다는 말이 있다. 김밥에 깻잎 한장이 향을 다르게 만드는 것처럼 고수가 살려주는 풍미가 있단다. 또한 약재로 쓰일만큼 소화기능이나 여러모로 몸에 좋은 채소가 고수다. 효능만 보면 나와 잘 맞는다.


그런데 선천적으로 후각수용체 유전자가 변형된 사람은 고수에서 비누냄새나 역한 맛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고수를 극혐하는 거라고 …


나는 아직 어느쪽인지는 모르겠다.

올리브랑 비슷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피자나 어디 들어있는 재료말고 올리브를 열매자체로 처음 접한건 대학 때 선배가 운영하는 와인바에서다. 와인안주로 나온 초록, 노랑, 검정의 예쁜열매. 하나 집어 그 맛을 보고는 너무 싫었다. 이런걸 왜 먹느냐고 생각했다.

언제부터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찝찔하면서도 독특한 향 끝에오는 고소함을 사랑한다. 올리브에서 나는 풀냄새도 좋고, 올리브유를 생으로도 잘 삼킨다.

좋은 올리브 절임은 없어서 못먹는다.


고수도 그럴수 있을것 같다.

낯선 식재료니까 아직 안좋아하는지 모른다.

어딘가에서 집밥 백선생이 고수를 10번만 참고 먹어보면 좋아하게 될 거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10번은 이미 넘은것 같지만 나도 고수가 잔뜩 들어간 반미를 맛있게 먹고싶다. )


고수를 좋아하게 되면 (최소한 싫어하지 않게되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채소가 늘어나고 그럼 채소요리의 바운더리도 당연히 넓어질테니 이번참에 시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논밭상점에서 고수 이벤트를 했다. 고수는 키우기 꽤 까다로운 식물이란다.

무게를 늘리기 위해 인공적인 처리하지 않고, 건강한 땅을 위해 손품 발품을 더 팔며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귀하게 기른 유기농 고수를 샀다.


고수러버 요리사의 고수레시피 책도 같이 왔다. 슬쩍 훑어만 봤는데 끌리는 음식이 여럿 있었다.


이번참에 노력해보고 그래도 여전히 고수가 싫다면 나는 OR6A2라는 후각 수용체 유전자가 변형된 사람이다. 나에대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것도 나쁘지 않다.



300그람이나 되는 고수는 처음 사본다.

포장을 만지는 순간부터 향이 올라온다.

하나씩 향이 강하지 않은 요리부터 따라해봐야지.



내일 점심은 고수달걀샌드위치다.

고수 도전기의 서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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