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자연의 순환에 대해 생각하고 깨닫게 되었고, 그 순환의 일부인 한 인간으로 이 세계에 최소한의 영향만 끼치며 살고 싶어졌다.
제로웨이스트 -> 유기농 -> 케미컬프리 -> 채식 -> 텃밭가꾸기 -> 미니멀라이프 -> 식물주의자
의 변천 과정을 거치며 우리의 연결성을 더 단단히 느낀다.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는 식생활과 환경문제의 관계다. 탄소배출이 적은 식단을 유지하며(채식, 제철음식, 로컬푸드, 유기농, 포장없는 식재료)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고 실천한다.
올해는 지구텃밭 신청에서 탈락해서 텃밭도 가꾸지 않고, 엄마도 8년 가까이 하던 텃밭을 쉬었다. 그래서 넘쳐나던 상추, 가지, 호박도 없이 아쉬운 한해를 보낼 줄 알았는데 감사하게도 참 여기저기서 뜻밖의 채소들을 많이 얻었다.
그 중 번역가언니의 텃밭작물이 한 몫했다.
서프라이즈로 얼마 전 또 꾸러미 한박스를 받았다. 이번 작물은 더위가 한풀꺾인 가을작물이라 더 반가웠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끝까지 맛있게 먹었다.
텃밭 채소의 맛있는 변신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1. 시금치
시금치는 받자마자 그날 바로 된장국이 되었다.
작황이 좋지 않아 한단에 만원 가까이 하는 시금(金)치, 김밥집에서도 자취를 감춘지 오래던데 아주 부내나게 언니의 유기농 시금치로 된장국 끓여먹었다.
2. 바질
달랑 화분 두 개인 창틀텃밭에서도 바질농사는 참 잘 지어왔는데 올해는 영 재미를 못봤다. 민트랑 같이 심었더니 민트의 기세에 눌려 세를 펴지 못한 모양이다. 그런데 언니의 바질을 잔뜩 얻었다. 얼마나 향이 좋은지 냉장고에 하루 넣어뒀더니 냉장고 열때마다 바질향이나서 방향제로 그대로 두고싶을 정도였다. ㅎㅎ
귀한 국산잣 듬뿍넣고 치즈도 넉넉히 갈아넣어 바질페스토 만들었다. 한병은 냉동실에 넣어 아껴두고 다른 한병은 통밀비스킷에 찍어 잘 먹고 있다.
3. 루꼴라
루꼴라는 또 내가 사랑하는 풀떼기 중 하나지.
지인이랑 대화하다가 고수를 잘 못먹는다고 했더니 정말이냐며 막 뜯어먹게 생겼다고 해서 한참 웃었다. 그도 그런것이 나는 향이 강한 채소를 다 좋아한다. 샐러리, 바질, 루꼴라, 깻잎, 미나리, 방풍 등. 루꼴라도 독특한 그 향과 살짝 매콤한듯한 끝맛 때문에 사랑하는 식재료다. 포장도 없이 양도 넉넉한 루꼴라를 피자에 잔뜩 올려먹었다.
풀을 사랑하지 않는 울곰도 여기 올린건 맛있는지 루꼴라를 막 뺏어갔다.
4. 쪽파
5. 호박
6. 대파
식재료를 남기지 않고 모두 먹는데서 오는 기쁨이 있다. 그만큼 삶을 잘 살아낸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를 위해 기꺼이 생명을 내어준 식물과 그 식물을 키워낸 땅과 하늘의 보살핌과 정성껏 키운 수고가 허사가 되지 않도록 도리를 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것들은 내 살과 피가 되어 나와 살다가 배설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식물이 흙이고 흙이 똥이고 똥이 사람이다. 언젠가 나도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거창하지만 그 순환의 고리 안에 매일 매 순간 내가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거대한 냉장고와 대형마트는 우리가 더 많이사고 더 쉽게 버리도록 부추긴다. 그 안엔 생명도 노동도 계절도 없이 오직 가격과 이윤이 있을 뿐이다. 더 많은것을, 더 싼것을, 더 입에 맞는것을 찾는사이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돈을 잃고, 계절을 잃고, 토종작물을 잃고, 건강을 잃었으며, 노동으로 굶주림으로 소외된 이웃도 잃었다.
그리고 이젠 되돌릴 수 없을정도로 생태의 모든 순환도 잃어가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쓰레기를 줄이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Waste 낭비” 가 없어야 진정 제로웨이스트다.
내가 먹는 오늘 한 끼에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여러 수고가, 한평의 땅이, 이웃의 눈물이, 지구의 미래가, 앞으로의 계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늘 깨어 기억하도록 애써야겠다.
우리는 이윤으로 연결되기 보다 생명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남김없이!!
내가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취하며 욕심없이 더불어 살다가 조용하고 깨끗하게 자리를 비우는 선한이웃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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