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베어물었더니 달콤한 과즙과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게다가 아주 단단하고 식감이 좋다. 아삭이 아니라 바삭이 어울린달까? 씹을때마다 사과가 파스락 부서지는 느낌이다. 과일의 식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 마음에 아주 쏙~ 든다.
사과박스를 보고 있으니 작년에 어머님이 사과를 보낼때 건네셨던 따뜻한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더욱 미소지어졌다.
이 사과도 마지막 한 알을 다 먹을때까지 행복할 것 같다.
감사합니다~^^
(작년 글)
얼마 전, 어머님이 사과 한 박스를 보내주셨다.
두 식구밖에 없는데 엄청 커다란 사과박스가 왔다. 세어보니 무려75개ㅋㅋㅋ 손 큰 울 어머님.
사과값도 비쌀텐데 뭘 이렇게 많이 보내셨냐고 전화 드렸더니 이맘때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사과라 생각나서 두 아들 집에 똑같이 보냈다고 하신다.
한참 이런저런 얘기하던 통화 말미에 어머님이 넌지시 말을 건네셨다.
“사과 예~ 쁜걸로 골라다가 엄마도 갖다드려”
“네~ 그럴게요”
하고 끊었는데 그 말이 너무 예뻐서 마음이 환해졌다.
사과를 먹을 때마다 어머님의 그 따뜻한 말이 자꾸 생각난다. 손님이 와서 사과를 대접할때도
“이거 우리 어머님이 보내주신건데... “ 하며 자랑섞인 환한 말을 전하게 된다.
방금 전 마지막 남은 사과로 사과 당근주스를 만들다가 그 말이 또 생각나서 미소지어졌다.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눈이 너무너무 많이와서 강원도 식구들이 오지 못했다.
몇달이 지나 명절날, 어머님은 보자마자 말없이 나를 꼭 안아주셨다.
결혼 할 때부터 외동딸인데 시집보내면 엄마가 맘이 얼마나 헛헛하실까를 염려하시던 울 어머님, 만나면 늘 엄마의 안부부터 묻는 울 어머님.
그 맘이 ‘예~ 쁜거 골라 엄마 갖다드리라’는 대수롭지 않은 한마디에 녹아있어 자꾸 생각이 난다.
말에는 색과 온도가 있는듯하다.
어머님의 말은 사과처럼 빨갛고 따뜻하고 환했다.
그 몽글몽글한 느낌이 사과를 볼때마다 느껴졌다. 그래서 이게 마지막 사과라는것이 아쉽다.
말을 신중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한다.
무심히 다른 사람에게 회색빛 판단의 말을, 뾰족한 차가운 말을 건네지 않았으면 좋겠다. 들으면 반나절은 맘이 환해지는 고운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싶다.
그리고 얼음같이 차가운 말을 건네 받더라도 뜨거운 이해로 녹여내는 사람이 되고싶다.
사과가 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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