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서 밤밥도 하고, 군밤으로도 먹고, 삶아서도 먹었는데 잔뜩이에요. 밤은 냉장보관하면 벌레가 자꾸 생기고 말라서 금세 맛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리틀포레스트의 밤조림을 만들었어요.
껍질까는건 힘들었는데 다 만들어놓으니 왜이리 조금인것 같은지… 보드랍고 달콤한 맛도 좋아 먹는건 순식간이에요.
보늬밤을 대접받거나 선물받았다면
“아~ 나 엄청 사랑받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셔도 돼요. 조리법은 어렵지 않아도 시간과 정성을 듬뿍 들여야 만들 수 있는 음식입니다.
재료: 밤(손질 후 )1.2kg, 유기농 설탕 500g, 와인, 간장, 베이킹소다, 열탕소독한 유리병
1. ‘보늬’ 는 밤이나 도토리의 속껍질을 일컫는 우리말이에요. 보늬밤은 속껍질만 있는 밤을 말하죠. 이름이 너무 예쁘지 않나요? 그러니 밤의 겉껍질만 까주세요. 혹시나 끓이다 깨지는 양을 대비해서 깐 밤 기준으로 1.2kg을 준비했어요.
*** 이 과정이 가장 길고 험난한데요 ㅎㅎ 속살이 나오게되면 삶을때 터져요. 그래도 벌레 먹었거나 상한 부분을 그냥 둘 수는 없잖아요? 최대한 온전한 보늬밤으로 까줍니다.
2. 밤을 한번 헹구고(껍질이나 털등이 많이 나와요) 물을 담아 베이킹소다 2큰술을 넣어 하룻밤 재웁니다.
*** 베이킹소다는 꼭 식용이어야해요. 설거지할때 쓰는 베이킹소다를 넣으시면 안돼요!! 베이킹소다가 밤껍질의 쓰고 떫은 맛을 제거해줘요.
3. 밤에 담가두고 자서 그 다음날 아침의 모습이에요. 밤껍질에서 물이 나와서 색이 많이 진해졌죠?
4. 이제 그 물 그대로 냄비에 넣고 끓여주세요. 물이 끓을때까진 센불에 두었다가 끓기 시작하면 약불에서 20분 끓입니다.
5. 그러면 이렇게 거품이 생겨요. 이 물을 버리고 씻어낼거라 그냥 둬도 되지만 저는 거품을 걷어내며 끓여줬어요.
6. 엄청 새까맣죠? 밤 속껍질에서 이렇게나 진한 물이 나오다니. 감물염색이 아니라 밤물 염색을 해야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한번 헹궈서 밤에 털처럼 붙어있는 자잘한 속껍질들을 제거합니다.
사진처럼 깨진 밤도 골라냅니다. 속껍질은 손으로도 잘 벗겨지니 삶은밤으로 드세요 ㅎㅎ 이렇게 터지는 양을 대비해서 처음부터 1.2kg 을 넣은거예요.
*** 처음 끓였을때 터진 밤을 먹어보면 아직 속껍질의 떫고 쓴맛이 남아있어요. 물에 끓이고 버리는 과정을 반복하면 쓴맛이 사라지고 부드러워집니다. 많이 한다고 좋은것이 아니니 조금 먹어보고 속껍질의 느낌이 괜찮은 정도면 됩니다.
8. 밤이 잠길 정도로 물을 넣은 뒤 밤의 1/2양의 설탕도 넣어주세요. 터진 밤을 꺼내서 남은건 약 1kg 정도 될 것 같아요.(밤 한개는 약 20g) 그래서 설탕 500g을 넣어줬어요. 먹다남은 와인이 있어서 그것도 같이 한컵정도 부어줬어요. 와인을 넣으면 향이 더 좋아요.(생략가능)
뚜껑을 열어둔 채로 물이 2/3로 줄어들 때까지 약불로 끓입니다.
9. 물이 약 2/3로 줄어들면 간장 두 큰술을 넣고 끓여주세요.
*** 간장은 약간의 감칠맛과 단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해요. 적은양이라 간이 되는게 아니니 걱정마세요.
10. 약 10분정도 더 끓여주세요.
✔️금방 먹을 밤조림은 여기서 밤에 윤기가 돌고 진득한 느낌이 돌 때까지(물이 반 이상 줄어들때아지) 조려주면 보기에도 좋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오래 보관해두고 먹을거라면 밤이 꼭 조림물에 잠겨야해요. 그렇지 않으면 곰팡이가 피거나 변하기 쉬워요. 밤을 유리병에 담았는데 물이 부족하다면 남은 국물에 물을 추가해서 바글바글 끓여 밤에 부어줍니다. (설탕은 추가하지 않아요)
밤 1kg은 중간병 하나 작은병 하나 정도 나와요.
터진거 맛봐도 맛있네요.
속껍질은 떫지도 쓰지도 않고 촉촉하고 부드러워요. 이 맛에 힘들어도 자꾸 만들게 되나봅니다.
보관법
모든 저장음식은 열탕소독해서 말린 병에 담는게 기본입니다. 보기에 깨끗해 보여도 병 안에 이물질이나 물기가 있었다면 곰팡이가 생기거나 상하기 쉬워요.
저처럼 조림물에 밤이 잠길정도가 되었다면 실온에 보관하셔도 되고요. 그렇지 않으면 안전하게 냉장보관 하는게 좋겠지요? 조림물에 잠기지 않은건 오래 보관하지 않고 얼른 먹는것이 좋아요. 공기와 닿아서 맛도 변하거든요.
조림물과 보늬밤 한두개를 넣고 갈아서 따뜻한 밤라떼를 만들어도, 베이킹 할 때 넣어도 맛있어요. 보늬밤을 만들어보면 몽블랑 케이크가 왜 비싼지 알 것 같아요. ㅎㅎㅎ
뭐니뭐니해도 추운 겨울 뜨끈한 방바닥에서 이불을 덮고 차 한잔과 함께 먹는 보늬밤의 맛은 …
음~ 상상만으로도 벌써 행복하지요?
만화 <리틀포레스트> 의 ‘밤조림’ |
이 가을이 끝나기 전에 다람쥐가 도토리 저장하듯 몇 병 더 만들어 쟁여둬야겠어요.
저는 밤을 잔뜩 준 친구에게 배달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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