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에세이]그림의 떡




 


요즘 위가 아프다.



아니 위가 아픈건지 장이 안좋은건지 어쨌든 먹기만 하면 소화가 안된다.


어제는 특히나 종일 죽 한그릇 먹은게 너무 오랫동안 소화가 안돼서 결국 한밤중에 소화제를 사러 나섰다.


불금이라 곰이랑 넷플릭스 보며 새벽까지 깨어있던 참이었다.


컨디션 좋을때 같으면 이런 시간에 안주 만들어 맥주도 한 잔 하고 그랬을텐데 자꾸 냉장고를 열고 팬트리를 뒤지는걸 보니 곰은 출출해하고 있었다.


소화가 안되고 먹을 수 있는게 한정되면 먹고싶은것도 없을것 같지만 못먹는다는 것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먹고싶은게 더 많아진다. 다 나으면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어야지 하며 온갖 상상을 한다.


소화제 사러 나가는 길에 곰은 아이스크림을 먹겠다며 따라 나섰다. 같이 편의점에 들어서니 평소에 잘 먹지도 않던 과자들이 눈에 마구 들어왔다. 한입 먹으면 파인애플 향이 입안에 가득퍼지는 롯데샌드도 먹고싶고, 내 과자 초이스 1-2위를 늘 차지하는 꼬깔콘은 2+1이네, 지난번엔 없었는데 눈독 들이던 자갈치도 들어왔고 심지어 할인 행사까지 한다. 곰이 먹고 싶다는 양파링이랑 새로나왔는지 포장도 고향만두인 고향만두맛 감자칩까지….

어느새 나는 더 이상 안을 수 없을 만큼 과자를 안고 있었다.


그 사이 편의점에서 내 소화제 챙겨주겠다고 매대를 살피던 곰은 눈깜짝 할새에 사고를 쳤다. 소화제 병을 손에서 놓쳐서 깬 것이다.


와장창!!!


병은 산산 조각이 났고 소화제 액도 바닥에 뿌려졌다. 무표정의 알바생 청년이 황급히 뛰어나와 사태를 해결해주었다. 곰이랑 나는 연신 미안하다고 했고 사고를 친 곰이 무안할까봐 알바청년 잘 들리도록 구박을 해주었다 ㅎㅎㅎ


이 와중에도 아이스크림까지 야무지게 고른 우리는 처음으로 편의점에서 장바구니가 넘치도록 담아 집에 돌아왔다.





집에와서 과자를 풀어 놓고보니 이 상황이 너무 웃겼다. 세일할때도 과자를 이렇게나 잔뜩 사다두지 않는데 먹지도 못하면서 욕심을 부리다니…

어이가 없었다.

마누라가 아파서 못먹는다는데도 옆에서 버적버적 과자 한 봉과 아이스크림 하나를 아무렇지 않게 해치우는 곰도 웃겼다.(🤬죽고싶냐?)

나는 결국 사온 것중에 소화제만 마실 수 있었지만 이 상황이 너무 웃기고 한편으론 보기만해도 뿌듯하면서 뭔가 행복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파서 미친건가…) ㅋㅋㅋㅋㅋ


언제고 다시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날것같다.

별거 아닌 날의 별거 아닌 일들을 많이 만들며 살아야지.


그나저나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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