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폭우에도 잘 버텨준 텃밭(22.8.12.-13.)







이번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비가 너무너무 많이왔다.

특히 8-9일 이틀동안 내린 비는 한해 강수량의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물폭탄이 쏟아진 것이다.


강남역 일대와 이수역

도로가 잠기고, 차량이 침수되고, 지하철역에 폭포처럼 물이 흘러내리는걸 보면서 너무 무서웠다.

사람이 죽고, 살 곳이 없어지고, 재산을 잃는 이런일들이 얼마나 반복될까? 기후위기로 이런일은 더 빈번해지고 더 강해진다고 하는데 피해를 입은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니 기후정의를 위한 방책이 꼭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텃밭은 어떨지 궁금하고 염려가 되었다.

어떤 시설도 없이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인 우리 텃밭은 어떻게 되었을까? 2020년 이미 한 번의 텃밭수해를 입은적이 있어서 더욱 그랬다.


오늘 간만에 비가 안와서 텃밭에 나가보았다.

지난주 곰 휴가때 가고 못갔으니 근 열흘만이다.


텃밭엔 어딘가에서 떠내려 온 페트병이며 쓰레기들이 있었고 장화를 신지 않으면 불편할 정도로 진흙이었다.


물이 차 있지는 않았지만 이랑과 고랑이 사라져 편평해졌다.


대파는 수해를 입어 뽑을것이 거의 없고,



8월3일의 사과참외

너무 맛있어가지고 애기애기한 열매를 찜해두고 왔던 사과참외는……

8월 12일의 사과참외

어미 줄기를 제외하곤 어디 있는지도 모르게 자취를 감췄다. 바닥에서 자라던 넝쿨식물이라 피해가 컸다 ㅠㅠ 올해 사과참외는 두 개 맛본것으로 만족해야겠다.


고추 한주가 넘어졌지만 달려있는 고추를 잘 골라 수확해왔고,


그 와중에 그린빈도 이만큼이나 또 자라있어 한 줌을 땄다.


산에서 흘러내려온 물과 토사로 경계가 사라지고 우리가 걸어다니던 둑도 없어지고, 작물도 떠내려간 뒷밭에 비하면 우리밭은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딸도 주고 며느리도 줄거라며 할아버지 혼자서 저 땅을 다 농사지으시던데… ㅠㅠ



우리 텃밭 바로 밑에있는 왕곡천도 피해가 큰거보면 이정도이길 다행이라고 해야할것 같다. 산책로가 중간중간 다 무너져 내려서 복구도 힘들것 같아보였다.


대파와 사과참외를 제외하면 내 텃밭은 고마울 정도로 멀쩡했다.


바닥에 닿아있던 오이만 무르고 크게자란 오이가 주렁주렁 열려있고



가지도 주렁주렁, 얼마나 큰지 5개나 수확했다.


대파가 다 쓰러졌는데 바로 옆의 공심채는 멀쩡히 자라서 또 한번 볶아먹을 만큼 수확했다.



습하면 쉽게 병들던 바질도 이렇게나 싱싱해서



한움큼 수확해왔다.



들깨도 무럭무럭 자라, 병들거나 벌레먹은것도 없이 푸르렀다. 깻잎을 하나가득 땄다.


딜은 쓰러지지 않았는데 비바람에 씨앗이 다 떨어졌나보다. 앙상한 모양만 있어서 놀랐다.




지난주에 시험삼아 가져온 딜이 없어더라면 기껏 키워 채종도 못할뻔했다. 때론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짓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메리골드는 새 씨앗이 떨어져 자란건지 아주 초록초록 번져 풍성해졌다. 가을작물을 위해 밭정리를 하더라도 메리골드는 고대로 옮겨줘야지.


(8월 3일 수확물)

어마어마한 폭우에도 잘버텨준 기특한 아이들 덕분에 지난번 수확했던 것보다도


폭우 뒤의 수확물이라고 믿어지지 않을만큼 훌륭하다.


더 많~~ 이 수확해서 돌아왔다.

이번엔 특히나 더 감사하게 맛있게 다 먹어야겠다.



땅은 탄소를 흡수한다.

유기농 땅은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해 기후위기의 대안이 된다.

땅은 물을 흡수한다.

좋다고 돈들여 깔아놓은 산책로가 과자처럼 바스러져있을때 땅은 물을 흡수하고 작물도 키워냈다.

큰 비가 내릴때마다 강남같은 도시 한복판이 더 큰 피해를 내는건 물을 흡수할 땅이 거의 없다는 데도 이유가 있다.


폭우는 기상이변이 아니다.

우리가 하고있는 것이, 살고있는 방식이, 향하는 방향이 잘못됐다는 자연의 경고다.


그 경고를 무시하고 또 다른 인공적 방식, 또 다른 과학적 방법으로 대응하려 하는건 인간의 오만이다. 더욱이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방법은 결코 대책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할것이다.


배추 한망에 2만원이 넘는다는 뉴스가 벌써 들린다. 언제까지 이번엔 넘어가길… 이번엔 무사하길… 바라기만하며 넘길 수 있을까?


‘쌀 한톨에 온 우주가 담겨있다.’ 는 말을 조금은 더 알것같은 오늘의 텃밭이었다.


덧,

(8월13일 씨앗도서관 관장님 수업날)



가을 작물 재배법과 밭 정리하는 법

그동안 궁금했던 점들을 질문하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거의 인공폭포를 만들어 놓은 뒷쪽 텃밭. 쓰레기 더미가 떠내려와 더욱 처참했다. 주말에 또 비가 온다고 해서 밭이 또 침수되지 않도록 생태농부들 모여 물길을 내주고 왔다.



저 피해 복구는 다 어쩔것인가ㅠㅠ

이제 비 그만 왔으면… 🙏


물길을 내고 돌을 모아 옆을 막았더니 그럴듯하다.


텃밭 수업때 아이들과 함께 심었던 녹두가 이만큼 자라 녹두 꼬투리를 매달았다. 저 꼬투리가 까맣게 변하면 수확하는거라던데 줄처럼 매달고 있는 모습이 예쁘다.



Reactions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