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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일대와 이수역 |
도로가 잠기고, 차량이 침수되고, 지하철역에 폭포처럼 물이 흘러내리는걸 보면서 너무 무서웠다.
사람이 죽고, 살 곳이 없어지고, 재산을 잃는 이런일들이 얼마나 반복될까? 기후위기로 이런일은 더 빈번해지고 더 강해진다고 하는데 피해를 입은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니 기후정의를 위한 방책이 꼭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텃밭은 어떨지 궁금하고 염려가 되었다.
어떤 시설도 없이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인 우리 텃밭은 어떻게 되었을까? 2020년 이미 한 번의 텃밭수해를 입은적이 있어서 더욱 그랬다.
텃밭엔 어딘가에서 떠내려 온 페트병이며 쓰레기들이 있었고 장화를 신지 않으면 불편할 정도로 진흙이었다.
물이 차 있지는 않았지만 이랑과 고랑이 사라져 편평해졌다.
어미 줄기를 제외하곤 어디 있는지도 모르게 자취를 감췄다. 바닥에서 자라던 넝쿨식물이라 피해가 컸다 ㅠㅠ 올해 사과참외는 두 개 맛본것으로 만족해야겠다.
고추 한주가 넘어졌지만 달려있는 고추를 잘 골라 수확해왔고,
우리 텃밭 바로 밑에있는 왕곡천도 피해가 큰거보면 이정도이길 다행이라고 해야할것 같다. 산책로가 중간중간 다 무너져 내려서 복구도 힘들것 같아보였다.
대파와 사과참외를 제외하면 내 텃밭은 고마울 정도로 멀쩡했다.
가지도 주렁주렁, 얼마나 큰지 5개나 수확했다.
어마어마한 폭우에도 잘버텨준 기특한 아이들 덕분에 지난번 수확했던 것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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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뒤의 수확물이라고 믿어지지 않을만큼 훌륭하다. |
더 많~~ 이 수확해서 돌아왔다.
이번엔 특히나 더 감사하게 맛있게 다 먹어야겠다.
땅은 탄소를 흡수한다.
유기농 땅은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해 기후위기의 대안이 된다.
땅은 물을 흡수한다.
좋다고 돈들여 깔아놓은 산책로가 과자처럼 바스러져있을때 땅은 물을 흡수하고 작물도 키워냈다.
큰 비가 내릴때마다 강남같은 도시 한복판이 더 큰 피해를 내는건 물을 흡수할 땅이 거의 없다는 데도 이유가 있다.
폭우는 기상이변이 아니다.
우리가 하고있는 것이, 살고있는 방식이, 향하는 방향이 잘못됐다는 자연의 경고다.
그 경고를 무시하고 또 다른 인공적 방식, 또 다른 과학적 방법으로 대응하려 하는건 인간의 오만이다. 더욱이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방법은 결코 대책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할것이다.
배추 한망에 2만원이 넘는다는 뉴스가 벌써 들린다. 언제까지 이번엔 넘어가길… 이번엔 무사하길… 바라기만하며 넘길 수 있을까?
‘쌀 한톨에 온 우주가 담겨있다.’ 는 말을 조금은 더 알것같은 오늘의 텃밭이었다.
덧,
가을 작물 재배법과 밭 정리하는 법
그동안 궁금했던 점들을 질문하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거의 인공폭포를 만들어 놓은 뒷쪽 텃밭. 쓰레기 더미가 떠내려와 더욱 처참했다. 주말에 또 비가 온다고 해서 밭이 또 침수되지 않도록 생태농부들 모여 물길을 내주고 왔다.
텃밭 수업때 아이들과 함께 심었던 녹두가 이만큼 자라 녹두 꼬투리를 매달았다. 저 꼬투리가 까맣게 변하면 수확하는거라던데 줄처럼 매달고 있는 모습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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