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롤이랑 초밥, 온메밀로 맛있는 점심먹고 예쁜 플랫화이트도 마셨다. 같이있으면 에너지를 얻는 좋은 사람들. 수업이 끝나서 더 힘들어야 하는데 수업하기 전보다 더 기운을 얻은것 같다.
저녁엔 양성평등 강사모임이 있었다. 난 이제 이 장소에서 치킨외의 메뉴는 다 먹어본것 같다 ㅎㅎ 감자튀김이랑 먹태랑 떡볶이도 먹고 내년활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활동 평가회의에서 한번의 강의를 위해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드는 것도 싫고, 수업중에 ‘안돼요! 나빠요!’ 같은 말을 쓰는것도 싫고, 캠페인 했을때 장바구니는 엄마갖다주라고 얘기 한것도 싫다고.. 그동안 싫었던걸 다 이야기했다. 나쁜뜻으로 한말은 아닌데 너무 싫은것만 얘기한것 같다. 내가 좋고 싫고가 중요한게 아닌데 더 발전적으로 잘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ㅠ 아직 기침도 나고 목이 아파서 맥주는 마시지 않고 따뜻한 물 마셨다.
이 집은 가격도 저렴하고 반찬도 많고 지역화폐까지 쓸 수 있어 좋다. 우연히 발견한 집인데 올때마다 그날 생각이 날것같다. 저녁먹고 카페에 가서 글 쓰고, 집에 와서 마저 썼다. 다행히 다 쓰긴 썼다. 이렇게 마감시간이 닥쳐서야 또 하나 해결이다.
종일 자잘한 일들을 계속 처리하느라 일이 많았다. 간만에 집도 싹 치우고 화분도 정리하고 바닥청소도 했다. 목이 계속 아프고 기침 가래가 낫질 않아서 깨끗한 공간에 있고 싶었다. 머리도 아프고 입맛도 계속 없어 종일 한 끼 먹었다. 곰이 퇴근하면서 한살림떡 사왔길래 그거 두어개 집어먹고 한병남은 내 유기농복숭아 병조림도 먹었다. 줌회의때 말을 많이해서 그런가 밤에 배가고파졌지만 시간이 늦어서 대봉시 하나 먹고 잤다.
오랜만에 아무 일정도 없는 날. 신경쓸게 없어서 그런지 머리도 아프지 않았다. 사다두기만 했던 책 시작하면서 여유돋게 고구마와 동치미 먹었다. 한살림 고구마 사다둔게 큐어링이 돼서 그런가 얼마나 단지… 다디단 꿀 고구마라는 말이 어울리는 맛이었다. 현미가래떡도 구워먹었는데 잠깐 한눈판사이 다 태운건 안비밀ㅠ 온 집안에 연기냄새가 났지만 뜯어내고 다 먹었다. 맛있었다 ㅋㅋㅋ
<저녁 식탁에서 지구를 생각하다> 는 kbs프로그램 ‘100인의 리딩쇼 지구를 읽다’ 에서 소개된 책이다. 이 프로그램 6화 ‘지구를 위한 밥상’ 만이라도 꼭 보면 좋겠다. 우리가 먹는것이 얼마나 우리를 파괴하고 있는지, 우리의 선택이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 쉽고 흥미롭게 알려준다.(TV다시보기에서 무료로 볼 수 있어요~!! 강추!)
우리의 식단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지구를 생각하는 한걸음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구를 위한 밥상> 내래이션 중
오랜만에 엄마집에 가느라 저녁은 국에 말아 대충먹었다. 코로나 걸린 사이에 엄마가 파김치도 담고 총각김치도 담가놔서 싸들고왔다. 통 비워야 한다는 묵은지도 들고와서 꽁치 하나 넣고 찌개끓여두고 파김치가 맛있길래 남은 고구마랑 같이 먹었다. 남들은 축구본다고 치킨 시키던데 우리집은 배를 깎아먹으면서 봤다. ㅎㅎ 밤에 부담스럽지도 않고 시원하고 맛있당. 축구엔 배 ㅋㅋㅋ
점심은 워크숍 하면서 대구탕이랑 쭈꾸미 볶음밥 먹었다. 쭈꾸미보다 탕이 뜨끈하고 좋았다. 아픈 목도 개운해지는것 같고 시원하니 좋았다. 먹다가 찍는 센스😝
그리고는 따끈한 차 마시러갔다. 보통은 술마시러 가는 멤버인데 ㅎㅎㅎ 나중엔 정원님도 합류하셔서 상태 메롱인 셋이서 대추차 쌍화차 오미자차 마셨다. 차마시면서도 밤새 얘기할 수 있는 우리.
아직도 목이 정상이 아닌상태에서 카페인은 좋지 않아서 커피도 안마시려고 하는데 잠을 못잤으니 카페인이 필요할것 같았다. 나는 일찍 깬김에 스벅에 가있으려고 위치를 물었던건데 옥희언니가 커피를 사오겠다고 했다. 일회용품 쓰기 싫어서 싫다고 했더니 나도 싫어한다며 본인 텀블러를 다 동원해 커피를 사오는 옥희언니. 😍 덕분에 그 어느때보다 맛있는 커피를 맘편히 감사히 마셨다.
종~~~ 일 우리 식문단과 함께한 하루 ㅎㅎ
점심은 그동안 먹고 싶었던 맛있는 김밥(이름이 엄마김밥이었던가?) 먹고 회의하고, 우여곡절끝에 저녁먹으러 전집으로 갔다. 오랜만에 시끌벅적 바글바글한 식당에도 가보고 식당을 찾아 헤매며 생긴 에피소드들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잠도 못자서 피곤했지만 재미있었다.
지난주 주말에 뽑으려고 했는데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못갔더니 내 배추는 그 사이 더 자란것이 아니라 그나마 커졌던 잎들이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건 봄동인가? 싶은 사이즈의 구억배추와 주먹만한 애기사이즈 토종무지만 가을 농사 수확의 기쁨을 누리기엔 충분했다.
주먹만한 사이즈의 구억배추 20포기와 한손에 쏙 들어오는 조선무로 소꿉놀이 하는것처럼 김치담갔다. 미니어처 김장같은 느낌이었다. 때마침 어머님이 담가서 보내주신 김치도 있어서 저녁은 김장담그는 날 처럼 먹었다.
어머님이 담가 보내주신 김치와 내가 담근 구억배추 김치, 그리고 장치가 준 햅쌀로 차린 밥상.
밥이 윤기가 좌르르 한것이 찹쌀인가 싶게 찰지고 달아서 더 맛있었다.
한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보며 생각한다. 누군가 농사지어 어머님이 담그신 김치, 내가 키워서 담근 구억배추(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애기배추)김치, 그리고 장치 아부지가 보내주신 쌀. 강원도, 전라도, 경기도, 지역도 골고루지만 키우고 만들고 나누고 가져다 준 여러 사람의 노고가 담겨있다. 엄마가 ‘이 음식이 오기까지 수고한 모든 손길에 감사하며 축복한다‘는 기도문을 말할땐 조금 감동적이었다.
내가 키운 배추는 아마 구억배추 밭에선 뽑지도 않았을지 모르겠다. 그만큼 ‘상품성’ 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볼품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씨앗부터 시작해서 내가 얼마나 정성들이고 사랑으로 키웠는지, 시기도 상황도 제대로 맞지 않았던 땅에서 얼마나 감사하게 다 자라주었는지 그 ‘과정’을 알기 때문에 김치가 된 것도 감동적일 수 있었다.
음식을 대할때 이 음식이 얼마나 ‘비싼’ 음식인지, 얼마나 ‘맛’ 있는지 얼마나 ‘인기’ 있는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내가 취하는 것이 한 ‘생명’ 이라는 것, 그 과정에 있었던 여러 사람들의 마음과 수고, 내게 오기까지의 영향에 대해 생각하고 감사히 먹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먹는 것에 대해 잘 아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가 망가뜨린 분야가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현대의 푸드시스템은 알면 알 수록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모든 시스템이 오로지 ‘돈’과 ‘효율’로만 수렴된다. 그 안엔 생명존중도, 노동자도, 인간외의 다른 동물도, 지구상황도 심지어 우리의 안전도 없다. 그런 미친 시스템에 기여하고 싶지 않다.
텃밭을 가꿔보거나(상추화분이라도..) 요리를 직접해 먹은 경험은 그 어떤 산해진미를 맛본 경험보다 귀하다. 내가 해보면 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게되고 여러 문제들도 이해하게 된다.
삶에서 필요한 것을 돈으로 교환하는 방식만 알던 사람에서 내 삶에 필요한 생활기술을 회복하고 삶을 책임지며 사는 사람이 되는데도 도움이 된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을 지지하며 나를 건강하게 먹여 살리는 일을 할 수 있게 되는것이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삶을 추구한다면 우리가 내내 갈구하는 ‘돈’ 으로부터도 조금 더 자유로워 질 것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단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지식과 의지와 인내력이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누구든지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과 가족과 공동체
이 지구를 위해건강과 지속가능성을 개선할 기회가 있다.
제시카 판조 <저녁식탁에서 지구를 생각하다> 중에서
아직 기회가 있을때,
뭐라도 하려고 하고 또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모~~~~ 든 선택엔 연결된 시스템과 지지받는 노동과 생명들이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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