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의 텃밭일기]완두 지지대 실종사건(23.4.22)







이번 주말에도 어김없이 텃밭에 나갔다.


내 싹들이 올라왔는지? 땅은 너무 마르지 않았는지? 확인하기도 전에 누워있는 완두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니 이 완두 왜 누웠지? 살펴보니 지지대로 쓴 나무가 없어졌다. 바람에 빠졌나? 했는데 주변에 떨어져있지도 않고 아주 사라졌다.


누가 억하심정이 있어 하필 내 완두의 지지대를 뽑아간것도 아닐테고 무슨일인가 싶었다.


그러다 단서를 발견했다. 흔적을 남기고 간 요녀석, 지난주에도 밭에서 뭔가를 막 먹더니…

까치의 소행으로 의심된다. 땅 속에 벌레가 있었는지 파먹고 나뭇가지까지 가져갔나보다. (그걸로 집 지었니??)


심증과 정황증거가 명확 ㅎㅎㅎ



실종된 완두의 지지대를 새로 해주고 보니 벌써 완두꽃이 피었다. 키도 작고 여리여리한데 벌써 꽃이 피다니… ㅠㅠ 아무래도 이 완두는 초기에 너무 가물고 흔들리고 고생을 해서 크게 자라지 못할것 같다. 토종완두에게 희망을 ..



이번주엔 새싹들이 많이 나와서 기분 좋았다.



토종 청상추도 쪼로록 올라오고,



토종 뿔시금치도 올라오고,



쑥갓으로 추정되는 새싹이 귀엽게 쪼로록ㅎㅎ

(자기가 심고 표시도 해놨는데 모름 😅 토종파는 아니겠지?)



직파한 검은완두도 쏙~



토종아욱도 쑥~



모니모니해도 지난주 북주기 한다고 흙으로 다 덮었던 감자싹까지 올라왔다.


너무너무 예뻤다.



감자 사이사이 심었다고 생각했던 강낭콩은 그새 좀 더 컸는데 오늘보니 감자와 정확히 같은 위치에 있었다 ㅋㅋㅋㅋㅋ 아~ 당황당황. 감자랑 강낭콩이랑 싸우게 생겼네. ㅠㅠ 미안하다 얘들아.



지난주에 모종으로 심었던 상추와 딸기 당귀도 잘 자라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딸기는 꽃이 피었다.



딸기꽃 왼쪽엔 이미 초록초록 딸기가 커지고 있었다. 노지에서 자라면 딸기는 4월 말에서 5월이 제철이다. 이미 끝물이라며 딸기는 잘 팔지도 않던데 왜 우리는 이렇게 자연의 속도에서 벗어나 사는건지?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제철’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문제다.



사진을 하나도 못찍었지만 싹 틔워 가져간 궁채나물이랑, 청경채, 공심채도 한줄씩 심어주고 원순님이 돌나물을 주셔서 울타리 쪽으로 쪼로록 심고왔다. 돌나물은 매우 잘 번진다던데 나중에 캐서 나물로도 먹고 멀칭재료로도 쓰고싶다.




현주언니랑 원순님이랑 공동텃밭에 강낭콩이랑 상추도 심고,



텃밭 여기저기 떨어져있는 비닐멀칭의 흔적도 주웠다. 이것들을 그냥두면 광분해되어 미세플라스틱이되고 결국 우리가 먹게된다.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농부님들이야 어쩔 수 없다해도 우리 도시농부들은 비닐멀칭을 안해야지.

3무농법!! 생태도시농부들 화이팅!!!



텃밭에 물을 트는 법이 너무 어려워서 고민이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비가 적절히 오고 우리 팀이 서로 한번씩 와서 물을 받아놓을 수 있었지만 이제 물을 많이 줘야하는 시기엔 어쩔것인지 고민이었는데 현주언니가 거대한 중고물탱크를 사왔다. ㅎㅎㅎ 물을 받기 전에 내가 그 안에 들어가 청소도 했다. ㅋㅋㅋ 입구가 좁아서 들어가고 나갈때 공포영화 ‘링’ 찍었다 ㅋㅋㅋㅋㅋ



기껏 청소하고 나왔더니 벨브가 고장나서 교체하느라 생각보다 돈도 더 들고 , 자기 한계(?)시간보다 텃밭에 오래있었다고 계속 짜증을 내는 곰때문에도 열도 받고(떡도 다 먹고,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셔놓고 … 왜??? 진짜 어이가 없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앞으로 물걱정이 없다면 그걸로 족하다. 이제 제발 아무 문제 없기를….


덧,



물을 연결해도 되겠냐고 물어보러 갔다가 이웃 농부님이 잘라서 겉절이 해먹으라며 상추모종을 두 판이나 주셔서 가져왔다. 한판은 우리 텃밭 식구들 심으시라고 물 많이 줘서 두고, 한판은 나눠서 뜯어왔다. 비빔밥 해먹어야징~



농부님 논 한켠의 수로에서 저절로 자란 미나리 자르면서 “미나리 미나리 원더풀 원더풀” 대사도 따라해보고,



논둑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도 구경하고,



농부님이 볍씨 파종해놓으신것도 보고왔다.


새들이 파먹지 못하게 달아놓으신 연 같은 애가 예쁘다.



복숭아 꽃인가? 싶은 예쁜 꽃이랑



바닥의 냉이꽃도 아름답다.



벌써 예쁜 내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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