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쌀로 유명한 우보님도 드디어 뵙겠구나. 아침 일찍 출발하는데 점심까지 싸가야해서 고구마와 단호박을 쪘다.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을 들으면서 네 명이 친하게 다니게 되었다. 그 중 한명인 울 큰손 혜민님이 밥과 반찬을 모두 싸온다고 했다.
나는 과일도시락을 맡았다. 아침에 일어나 과일도시락+단호박&고구마+ 감동란 도시락 완성!!
짐이 많았는데 먹을게 더 무거웠던건 안비밀 ㅎㅎ
마인드가 훌륭하신 우보님의 토종벼 이야기도 듣고 황금들판이 아니라 알록달록 들판에서 잘익은 벼도 벴다. 나는 평생에 추수경험 2번째인데 전국에 몇 개 되지도 않는 토종벼 채종포만 두 번이다.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빨강 검정 흰색 토종벼가 쫙~ 있는 삼색논 구경하며 산책도 하고 호정님이 싸오신 간식도 먹고, 우보농장 토종쌀 막걸리 점 <우보주책>이 있는 용문역에서 장구경도 했다. 때마침 장날이라 간건데 영화나 책에서만 보던 으름을 만나 난생처음 먹어보았다. 토종바나나라는 이름다운 달콤한 과육과 식감이었지만 씨가 너무너무 많고 억세서 뱉어내느라 힘들었다. 장터에 쭈그리고 쪼로록 앉아 으름먹고 씨 뱉어내는 추억은 덤!!
명절 전이니 냉장고를 비워야한다. 설에 떡국끓여먹고 남은 토란을 꺼냈다. 남은 북어국에다 토란과 버섯을 더 넣고 들깨가루를 뻑뻑할 정도로 넣어 스프처럼 끓여먹었다. 밥은 아주 조금, 반찬은 오이지, 국물로 배채운 냉털 건강밥상 토란탕.
점심 먹은 뒤에 더덕을 손으로까서 두드려 더덕무침도 하고, 콩나물 볶음이랑 호박나물, 연휴에 김밥 싸려고 오이절임도 해두고 버섯이랑 야채 가득넣어 파개장도 끓였다. 일찍 온 곰이랑 엄마랑 다 같이 먹은 저녁상. 채소반찬만 10가지가 넘는다. 왕의 밥상인가봉가 ㅎㅎ 채소가 가득한 명절상도 얼마든지 차릴 수 있다.
이번 추석날엔 가족들을 만나러가 아니라 푸바오를 만나러 갔다 ㅎㅎ 추석 당일엔 예약이 좀 적다더니만 왠걸~ 어마어마한 사람들을 보았다. 오픈시간도 안됐구만 입장도 전에 사파리 예약마감!
스마트예약으로 판다월드 겨우겨우 예약하고 100분 기다리는 동안 아침겸 간식 냠냠.
푸바오도 자고, 러바오도 자고, 레시까지 자는 판다월드 ㅠㅠ ‘푸바오야~~ 임모가 너보러 왔는뎅 ㅠ 자는건 또 왜이렇게 귀여운거닝?’ 화면에서 보는것보다 방사장이 작아서 놀라고 생각보다 관람객이랑 가까워서 놀라고 푸바오는 정말 누래서 놀랐다. 멸종위기종이라 이런식의 보호가 판다개체수 증가에 도움이 된다지만 동물원은 정말 없어져야할 구 시대 문물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런데 기후위기 시대, 쟤들도 원래의 서식지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여튼 너무너무 귀여워서 듀금.
점심먹고 현장줄서기해서 푸바오 한 번 더 봐야지, 그땐 깨어있겠지? 했더니만 그것은 오산! 현장줄서기 시간인 2시에 맞춰 갔더니 줄이 어마무시했다. 가도가도 끝이 안보이는 줄… 대기시간 150분. 아~ - -;;그럼 판다는 봤으니까 사파리 봐야지 하고 갔더니 대기시간 210분, 즉 3시간 30분. 하하하하하하 헛웃음이 나왔다.
집에 와서 있는 반찬에 남은 밥 슥슥비벼 도토리묵이랑 녹두전데워 같이 먹었다. 엄마가 밖에나가 비싼 산해진미를 다 먹는다고 해도 역시 집밥이 최고라고 했다. ㅎㅎ 나도 동의 ㅎㅎ
곰이 햅쌀로 새하얀 밥을 해놨다. 밥솥을 열었다가 아주 깜놀했다. 이 남자 의도적이었던지 씨익 웃으며 ‘맛있어~’ 란다 ㅎㅎㅎ 암~ 흰쌀밥이 맛은 있지^^ 종일 쉬다가 남은 국 있는반찬으로 차렸지만 훌륭했던 밥상. 이번 명절음식으로 깻잎찜이랑 더덕무침은 참 잘했지 싶다.
아주 달고 물도많고 부드럽고 향긋한 멜론을 후식으로 먹으며 추석연휴를 마무리한다. 푸바오 안자는거 보고싶당. 하얗고 왕 큰 러바오도 보고싶다.
난 카레가 먹고 싶었는데 곰은 비빔국수가 먹고싶다고 했다. 카레는 감자부터 깎아야하고 밥도 없으니 곰 승! 한~~~ 대접 비벼 큰 그릇에 가득 담아줬다. 낮에 남은 오징어튀김이랑 김말이도 데워주고, 그 많은걸 다~ 먹었다. 헉!
햇밤의 계절, 밤을 삶고 남은 송편도 쪄서 점심으로 먹었다.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포근포근 느낌도 좋고 ㅎㅎ 생각없이 까먹다가 한대접 다 먹을뻔했다. 곰은 밤 까먹으라면 한두개 먹다 말면서 요렇게 껍질을 까놓으면 순식간에 다 먹어치운다. 정말 얄미운 스타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까놓는 나는 뭔가?
저녁은 곰이 용기내 사다준 새우만두로 해결!
밀가루 맛이 많이나고 달고 맛이 별로였다 ㅠㅠ 조만간 만두 만들어야겠다.
긴 연휴가 끝났다.
연휴의 초기(?)엔 알차게 보낸것 같은데 후반부로 가면서 흐지부지 보냈지싶다.
희안하게 몸이 늘어질수록 식생활도 막하게 된다. 그럼 클린한 음식을 먹지 않고 그 영향으로 더 늘어진다. 그런데 몸이 늘어질때라도 먹는걸 조절하면 금방 제 컨디션으로 돌아온다. 만사가 귀찮을땐 차라리 굶는게 도움이 된다.
나는 특히 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패턴이 깨져서 속이 좋지않고 부글부글하면 뭘해도 안좋고 아주 바쁘고 힘들때도 쾌변하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입에서 땡기는 음식을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내 몸에 좋은 음식은 지구에도 이웃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몸에 안좋은걸 너무 잘 알지만 혀에 주는 잠깐의 즐거움을 위한 음식을 선택하지 말고 내내 편안하고 뿌듯한 음식을 선택해야한다.
혀가 즐거운 음식들은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희생하는 댓가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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