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는건 사진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산’ 이다.
선물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된다.
왜 이렇게 포장이 심한 선물이 세상에 등장하게 됐을까? 진심으로 ’받는 사람이 좋아했으면~ , 건강했으면, 잘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보다 준 사람의 생색내기에 더 집중해서 그렇지 않을까?
제로웨이스트를 한 뒤로 선물세트 선물이 달갑지 않다. 햄세트도, gmo 기름세트도, 샴푸린스 세트도 다 싫다.
환경에 관심이 있지 않아도 이런 선물들은 이제 어디서도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듯하다. 명절즈음 중고시장에 올라오는 물품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기름선물세트를 받았다.
받을때 GMO기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유기농 제품을 제외한 시중의 카놀라유와 옥수수유, 콩기름은 100% gmo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거절할까 고민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 정도로 편한 사이는 아니었다) GMO에 대해서라도 말할까? 그러면 상대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 했지만 GMO의 유해성에 대해 설명하는건 한 문장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게다가 그 말엔 ‘니가 주는게 그거야’ 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니 더더욱 할 수 없었다. 짧은 시간안에 별 생각이 다 스쳐지났고 결국 내가 한 말은 “아 ~ 올리고당 필요했는데~ “ 였다.
올리고당이 필요한건 맞다. 다만 올리고당도 옥수수로 만든 이소말토 올리고당은 먹지 않는다. 결국 전혀 필요가 없는 식용유 선물세트가 집에 생겼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플라스틱에 들어있는 기름과 올리고당, 그 제품이 잘 보이도록 받쳐주는 플라스틱판, 그 판이 들어가는 종이상자와 종이백. 보이기에만 고급진 부직포 쇼핑백까지 … 버려야 할 것이 하나가득 나온다. 잠시 선물을 들고 이동하고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500년동안 썩지 않는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는 종이는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단계에서 절대 친환경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몇십년이나 자라는 나무를 잘라 종이를 만들고 무게가 엄청난 펄프나 원목을 옮기고 포장으로 만들어 겨우 한번 쓰고 버리는 일은 더 심각한 위험을 불러들일 수 있다.
마음이 심란하다.
어떻게 처리해야할까?
집에서 GMO를 아무리 피해도 밖에서 먹는것을 100%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섭취하게된다. 내 몸은 온전한 GMO-free 구역이 아니다. 하지만 GMO식품이 몸에 전~ 혀 해가 없다고 가정한다해도, 글리포세이트를 비행기로 들이부어 땅을 파괴하고 다른 생명을 몰살시키며 키운 농작물을 먹고 싶지 않다. 그런일을 하는 기업과 산업의 배를 불려주고 싶지도 않다.
누구 주려니 나도 안먹는 걸 다른 사람주는게 마음에 걸린다. 버리자니 이걸 만드는데 들어간 자원과 에너지, 그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가 허무하다.
어째야 할까....
받는 사람이 좋아하지 않으면 이런 류의 선물은 줄어들것이다. 지구를 망가뜨리고 우리 아이들이 쓸 자원을 끌어다 쓰면서 포장에 집중할만큼 우리에겐 시간도 자원도 넉넉하지 않다.
나는 이런 선물을 ‘적극적으로’ 싫어해보기로 했다.
✔️사은품으로 주면 받지않고 돌려보내고, 왜 돌려보내는지의 이유도 꼭 밝힌다.
✔️과한 포장의 제품은 제조사에 항의한다. 소비자 민원이 별거 아닌것 같아도 같은 의견이 반복되다보면 반영되게 되어있다.
(빨대, 이중포장, 트레이제거 등 사례도 여럿이다)
✔️평소 과한 포장(을 포함한 환경문제들)을 주제로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눈다.
☑️내가 선물을 할 때는 물건보단 상품권, 기프티콘등 받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걸로 한다.
☑️지구를 병들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소비다. 지구상에 자꾸 물건을 만들게 하지않고 경험을 선물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대안을 고민한다. (나는 주로 먹을걸 선물한다. 유기농이나 토종 등)
☑️어쩔수없이 쓰레기가 발생했다면 박스의 테이프와 송장은 반드시 깨끗이 제거한 뒤 버린다. 같은 재질의 순수한 재료(종이는 종이만, 비닐은 비닐만 등) 끼리 모아야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
☑️명절이 지나고는 스티로폼 쓰레기가 산을 이룬다. 스티로폼박스에 붙은 송장과 테이프 등을 잘 제거한 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천천히 배출하면 명절에 발생한 엄청난 쓰레기 산을 처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전시회에서 뉴락 이라는 작품을 봤다.
우리가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는 달갑지 않은 작품이었다.
내가 버린 명절포장이, 선물이 들어있던 스티로폼 상자가 뉴락이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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