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2023년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23.12.26.-31.)







한해동안 각 지역의 논살림 활동을 자랑하는 시간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동질감도 느끼고 우리활동에 적용해야지~ 배우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논살림 모임에만 오면 우리 호정언니 칭찬을 듣는다. 사진으로만 만나도 멋진 언니. ‘내 친구에요~’ 자랑하고 싶은 사람 ㅎㅎ

나도 우리지역 발표하고 이야기도 나눴다.


발표회 끝나고 먹은 점심. 오면서 매생이 누룽지먹고싶다 생각했는데 정말로 먹으니 좋았다. 속이 오락가락하는 나에게 따끈하고 부드럽고 좋은음식. 먹고나니 부글거리는 속도 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또 생각이 나서 곰이랑 먹으러 가기로 했다.


가는길엔 김영모 과자점이 있다. 몇 개 없어서 일부러 가야하는 맛난빵집. 특히 이 집 샌드위치는 아주 맛있어서 조금만 오후에 가도 빵이 없다.

곰이 사다달라고 해서 냉큼 집어들었는데 집에와서 나도 먹었다. 저녁을 안해서 편했다.


이 샌드위치의 포인트는 맛있는 빵이랑 뭔지 궁금한 하얀 소스다. 햄은 짜기도 하고 맛을 해치는것 같아 빼고 먹었다. 곰에게 더 넣어주면 좋아한다. 햄없이 양상추가 더 많이 들어있는 샌드위치 팔면 좋겠다. 그리고 성남용인 논살림위원회에서 받은 선물 토종쌀. 까락을 떼내고 체에 거르기까지 얼마나 손이 많이 갔을지 상상도 안된다. 모두 위원들이 힘합쳐 해 낸 노동집약 귀한쌀이다.

감사히 먹어야지~


서류보느라 일찍일어난 덕분에 아침밥도 먹었다. 누룽지랑 청국장 먹었더니 속도편하다. 뭘 먹으면 좋은지 바로아는 내 몸. 참 까탈스럽고 예민해도 고마운 내 몸 ㅎㅎ



중국집에선 내가 먹을 수 있는게 별로 없다. 간짜장에 고기 빼고 가능한지 물었더니 이미 소스를 다 만들어놔서 안된단다. 짬뽕은 안땡기고~ ㅠ

아쉬운대로 볶음밥 시켜서 밥만 먹었다. 기름진것도 문제지만 이 쌀은 우리쌀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충격적이었다 ㅠㅠ 관행쌀도 싼데 그보다 더 싼 수입일수도 있겠구나~ 그래~ 우리가 먹는것이 그렇지 ㅜㅜ



밥상일기를 쓴다는 정은정 님의 글 이름이 ‘지옥’ 분식통신인 이유에 대해 매우 공감이 갔다.

우리의 한끼는 천국보단 지옥에 가깝다.



시간이 늦어 밖에서 곰을 만나 저녁도 해결하고 들어왔다. 두 번이나 시도했지만 또 자리가 없는 인기 횟집은 이번에도 실패하고 다른 집을 찾아나섰다. 나는 야채를 많이 먹을 수 있고 곰도 만족하는 메뉴는 샤브샤브다. 저녁으로 당첨! 죽까지 맛있게 남음제로했다.



우리 위원회 역량강화로 토종쌀 미식회를 진행했다. 토종의 중요성과 가능성 등을 알리는 활동으로 풀고싶어 우리가 먼저 해보는 쌀 미식회!




일제시대 수탈을 위해 조사 기록된 토종쌀 1451종 중 450여종이 복원되었다. 그 일을 해 낸 개인과 작은 연대에 정말 존경을 표한다. 그 이름도 다양한 종류의 토종쌀을 맛보고 이렇게 다양한 가치를 지키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알리는 활동을 내년에 펼쳐야지. 통합회의로 위원회 내의 활동 조합원들이 모두 모여 색도 모양도 맛도 다른 쌀들을 테이스팅 하는 것이 즐거웠다.



점심은 토종쌀밥에다 여러 반찬을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저녁은 현주언니 & 혜민님이랑 같이 먹었다. 지난번 활동해서 번 돈으로 회식한건데 어쩌다보니 송년회가 되었다. 활동이야기부터 속상한 이야기, 헤어스타일 이야기, 정치, 돌봄, 학창시절까지 큰 흐름도 맥락도 없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그러는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함께하지 못한 우리 으름세트 호정언니랑도 두번이나 영상통화했다. 행복했다. 키비츠를 할 수 있는 사람들. 친구.


키비츠는 이디쉬어로 친구들과 격의없이 지내는 모든 것을 두루 일컫는 단어이다. 몰려다니고, 농담하고, 수다를 떨고, 서로 놀리고, 이야기하면서 마음의 짐을 풀어놓고, 귀 기울여 들어주고, 킬킬거리는 등의 일들 말이다. 하찮고 사소해 보이지만 키비츠의 시간은 무의미하지 않다. 오히려 목적지향적인 삶과 의미 추구의 무거움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삶은 의미와 무의미 당위와 현실, 경쟁과 협동, 역할과 노릇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힘든 노동을 한 후에 몸에 쌓인 피로물질을 적절히 풀어내야 하듯이, 우리 정신에 알게 모르게 누적된 무거움을 풀어놓아야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당신의 친구는 안녕한가?> 중에서

기승전결없는 아무말 대잔치 대화를 끊임없이 웃으며 할 수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이 참 소중했다. 어려운 일, 답답한 일도 많지만 좋은일도 많은것 같다.




아침으로 현주언니가 준 재팥 시루떡을 먹었다. 재팥은 회색빛 또는 검은빛을 띠는 토종팥이다. 타고남은 ‘재’ 와 비슷해 재팥인데 익혀서 떡을 만드니 우리가 아는 팥 색이라 신기했다. 재팥은 붉은팥의 텁텁하거나 쓴맛이 덜하고 단맛이 더 난다던데 이 떡은 쌀이 맛있는지 팥이 맛있는지 아님 둘 다 맛있는지 정말 달고 맛있었다. 설탕의 쨍한 단맛이 아닌 감칠맛의 단 맛. 귀한 토종떡을 맛볼수 있어서 고마웠다. 내년엔 나도 심어봐야지.




절기살림 23년도 마지막 모임, 오늘 활동을 하면서 ‘어디서 또 이런 사람들을 만날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도 좋고 선하고 좋은 분들.



우리 모임원 중 한 분이 LG가 금성이던 시절의 GS (gold star)가 써있는 스텐통을 가져오셨다. 물건이 흔해진 시대에 오래도록 깨끗하게 잘 사용하시는 모습이 멋졌다. 배울점이 많은 분들이 옆에계셔 사람답게 산다. 같이 둘러 모여 새알심 만들고 압력솥에 팥 부드럽게 삶아 팥죽 베이스를 만들었다. 빨리 끝내고 커피 마시며 수다도 떨었던 감사한 시간이었다.



성아님이 추천해주셔서 발레 필라테스 체험을 하고왔다. 운동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한것이 벌써 몇 년인가? 식단관리는 한다해도 몸을 안움직이면 소용없다며 ㅋㅋ 주변분들께 정곡을 찔려 움직이게되네. 내년에 시작하는 발레 등록하고 집에와서 늦은 점심으로 팥죽 끓여먹었다.

쫀득한 새알심도, 진한 팥물도 맛있었다.



압력솥이 이상하다. 고무 패킹을 같아끼웠는데도 추가 올라오지 않는다. 둥근마 썰어 올려 마밥했는데 밥이 푸실푸실하다 ㅠ 맛있는 쌀인데 ㅠㅠ 그나마 설익지 않고 먹을 수 있어 다행이다. ㄴㅍ떡국떡도 넣은 찌개에다 남은두부구이, 그리고 아삭하고 달큰한 쌈배추, 깻잎김치. 별거 없는 소박한 상차림이지만 그 어느때보다 맛있게 먹었다.



자랑하고 싶은 완벽남음제로! 뿌듯함 ㅋㅋㅋ 곰이 씻어준 딸기 서로 급히 먹다 중간에 찍었다. 이마트표 딸기와 한살림 딸기가 있는데 어떤건지 맞춰보라고 하더니, 내가 다 맞추고 한살림 딸기만 쏙쏙 골라먹으니까 질세라 얼른 먹는다. 제 계절과는 거리가 멀지만 넘사벽 토경재배딸기👍. 우리 부부는 매일 이렇게 유치해서 큰일이다. ㅋㅋ




창밖으로 눈이 펑펑온다. (사진엔 왜 안보임?)

커튼을 끝까지 걷고 눈이 내리는 밖을 바라보며 아점먹었다. 팥물 남은거에 칼국수 삶아넣고 팥칼국수 끓이고 잘익은 동치미 잘라 담고, 팬케이크 같은 감자전도 데웠다. 감자를 갈아달라니까 한살림 감자전을 사오는 내남자.

차리다보니 비건한상이네.



펀딩한 토종씨드림 선물이 왔다. 토종김치 그림이 예술인 달력이랑 토종고춧가루, 그리고 씨앗!!!!

내년에 심어서 잘 키워 증식해야지~ 맛도 기대된다. 헤헷. 나라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 귀한 사람들이 참 많다. 그래서 세상이 버티나보다.



곰과 나가려고 했더니 눈이 펑펑온다. 집에서 맛있는거 해먹으며 보내기로 했다. 연말 홈파티 메뉴는 해산물 파피요트 ㅎㅎ 냉털 재료들을 활용해 장보지 않고 만들었다.



2인분 맞냐며~ 6인분 아니냐고 파피요트 뚜껑말면서 빵터졌는데 푸실리까지 삶아 국물에 넣어 먹었다. 야채가 가득이라 소화도 잘 됐다.




23년 마지막 날까지 냉털에 최선을 다한다!! ㅎㅎ 반통남은 양배추와 소스를 맛있게~ 처리하기로 하고 곰이 좋아하는 떡볶이 해줬다.



맛있다며 어찌나 좋아하던지 밥까지 볶아 다 먹더라. 거의 설거지 수준. 단무지가 없어서 동치미를 단무지처럼 얇게썰어 곁들였는데 그것도 잘 어울렸다. 국물까지 완샷!^^



2023년 마지막 식사는 냉동실 재료를 털어 만든 전찌개. 남은 마밥에 조금 부족할것 같아 솥밥도 하고 콜라비 남은것 채썰어 생채만들고 안어울릴지도 모르지만 콩나물 반봉지도 털어넣었다.



그릇그릇 담겨있던 전을 비워냈더니 냉동실 한 칸이 헐렁해졌다. 좀 더 일찍부터 냉털을 했다면 더 많이 비우고 해넘기기 전에 냉장고 청소도 했으면 좋았을걸. 아쉬움도 들지만 비우며 생기는 공간이 참 좋다. 내년엔 좀 덜채우고 빨리 비우며 살자.



한 해가 또 지나고 새 해가 밝았다.

시절은 어두웠지만 감사할 일이 많았다. 잘 먹고 사는 일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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