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휴가때 책이며 옷이며 안신는 신발정리를 잔뜩해서 아름다운 가게에 보내고, 그릇도 친구들에게 나눔했더니 짐은 줄었지만 이상하게 집의 어느 한부분도 ‘정리가 다 됐구나! 좋다.’ 싶은 곳이 없더라구요.
2019년 여름과 겨울, 미니멀라이프 -ing |
잠깐 거실이 정리됐다가 또 잠깐 옷방이 깨끗해지는 식이고 전체적으론 그대로인 느낌이었어요. 자잘하게 할 일은 많은데 드라마틱한 변화도 없으니 의욕도 줄어들고요.
그러다 올들어 집을 바꿔보자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구요.
코로나 때문에 시간이 많아져 무심히 살았던 집을 더 자세히 관찰하게된 이유도 있지만 ‘신박한 정리’ !!!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동안의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은 집을 싹~ 뜯어 고친다거나 새 가구와 새 살림으로 싹~ 바꾸는 식이어서 보고난 뒤엔 참 씁쓸했어요.
‘돈만 있으면 저런거 누가 못하나?’ ‘가구 광고인가? 인테리어 광고인가?’ ‘나도 이사가고 싶다... ‘ 그런 생각이 늘 들었거든요.
곤도마리에는 안쓰는 물건을 버릴때의 순서, 방법이랑, 정리정돈 법을 알려주는데, 정리는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게 아니라 옷, 책, 잡동사니... 등 물건의 종류를 중심으로 정리해야한다는 팁을 주어 유용하더군요.
하지만 넓디넓은 미쿡 에서 찍은거라서 그런지 신청자가 느끼는 문제점이나 after의 모습이 아주 와닿지는 않았어요.
신박한 정리는 비슷한 상황에 살고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데다 정리에 철학이 들어있는것이 참 맘에 들더군요.
채널 돌리다 우연히 보게됐는데 처분할 물건과 가지고 있을 물건을 구분할 때에 ‘욕망’이냐 ‘필요’냐를 생각해 나누는 것을 보고 반했답니다.
"필요에 따라 살되 욕망에 따라 살지는 말아야 한다. 욕망과 필요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욕망은 분수 밖의 바람이고, 필요는 생활의 기본 조건이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갖게 되면 당초의 그 하나마저도 잃게된다."법정스님 ‘산에는 꽃이 피네’
정리법이 요즘 제가 푹 빠져있는 법정스님의 글과 닮아있었거든요. 티비에서 이런 프로그램이라니.. 놀라웠어요. 그후로 1회부터 다시보기로 모두 보았다지요.
그동안 ‘미니멀리즘’ 이라고 하면 저는 하얀벽에 무인양품 가구와 집기들을 가져다 놓은 집이 떠올랐어요. 미니멀리즘이 생각과 신념을 반영한 경향이 아니라 유행하는 하나의 인테리어 스타일로 느껴졌죠. 그래서 더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신박한 정리는 이미 갖고있는 가구의 배치를 바꾸고, 물건의 활용방식을 바꾸고, 공간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으로 집을 정리하는 것이 참 좋았어요. 내가 가진걸로 생각을 바꾸는 것, 이게 바로 미니멀리즘이구나 싶었어요.
또 집의 크기나 구조에 따라 어쩔 수 없다며 맞춰 살지않고 가족구성원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사람이 중심인 집을 만든다는것도 매력적이었구요.
‘최대한 있는걸로 쓰고 새로 사지 않는다!’
‘제로웨이스트’ 와도 너무 잘 맞는 프로그램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알게됐지요. 그동안 왜 우리집이 전체적으로는 정리가 안되고 일부만 잠시 정리되는듯 보였는지 말이죠.
정리는 저처럼 몇개월에서 1년에 걸쳐 물건을 하나씩 줄인다고 되는게 아니었어요. 집은 우리 몸처럼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안방에있는 가구를 거실로 옮겨 사용하려면 거실에 있는 뭔가를 치워야하고 치워진 물건은 또 다른곳에 쓰이는 등의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했던 것이죠.
프로그램에서 변화된 집들을 보면서 저는 여러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고 우리집과 우리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에 적용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변화다운 변화를 얻었답니다.
앞으로 그 이야기를 풀어볼까해요.
제가 ‘집’ 에 관련된 포스팅을 하게되다니... 참...
제로웨이스트 한 뒤로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한 경험을 많이합니다 ㅎㅎㅎ. (제로웨이스트가 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제로웨이스트->유기농,비가열 재배->케미컬 프리->채식->미니멀리즘 까지....^^)
저는 잡지에 나오는 예쁜집이나 인스타에 올릴만한 집 꾸미기 노하우 같은건 전혀 모르고요.
가지고 있는 그대로, 활용이나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 훨씬 깨끗하고 가벼워진 저희집을 보여드릴거예요.
저는 비우고 정리하는 경험을 통해 멋진 인테리어 장식보다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는걸 느꼈어요.
부엌이 커지고, 발코니가 생기고, 방이 하나 추가된것도 아닌 원래 내가 살던 집인데 매일 눈뜨면 제일먼저 환기를 하고 이불을 예쁘게 정리하는게 즐거울만큼 우리집이 점점 더 맘에듭니다.
그럼 이제부터 그 변화의 과정에 함께하실래요?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