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없는삶/제로웨이스트]여행지 기념품들을 정리하며....




 

당근마켓에서 정리한 물건들...


베트남 커피, 칠리소스, 태국 피쉬소스, 독일 하리보 젤리, 필리핀 건망고, 하와이 소금, 동남아 라면 등...... 유통기한이 지난건 싹 버리고 괜찮은건 모두 당근마켓에서 나눔했다.

대부분이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책이나 sns에서 ‘ㅇㅇ 가면 꼭 사야할것’ 리스트의 상품을 별생각 없이 산 것들이었다.


결국 돈쓰고, 가져오느라 힘들고, 지금처럼 처리하거나 버리면서 지구의 자원과 나의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당근마켓에서 정리한 스타벅스 시티컵과 외국인 친구에게 주어 처분한 한국 시티컵(& 베어리스타)

여행 기념으로 모은 스타벅스 시티컵들도 일부 정리했다. 자리를 차지하니 일부러 데미타세로 사긴 했지만 점점 늘어나면서 그냥 티비장에 처박혀 있는 신세가 되었고, 이사가면 장을 짜서 쭉~ 전시해 놓을거라는 야심찬 계획은 언제 이사 가게될지도, 이사를 가면 그곳엔 전시할 자리가 있을지도, 저 작은 아이들을 쭉 전시해 놓으면 쌓이는 먼지를 처리하며 잘 관리할지도 모두가 미지수다.


그리고 실제로 사용하면 모를까 나는 에스프레소는 좋아하지 않으니 장식으로 ‘나 여기 다녀왔다~ ‘ 전시하는 용도로 쓰기엔 감수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


코로나로 인해 앞으로 언제 다시 해외에 나갈지 알 수 없는데 이대로 처분해도 될까 잠깐 망설여졌지만 여행에서 중요한건 내가 경험하고 기억하고 또 그 경험을 통해 느끼고 변화하는 것이지 거기서 뭘 했고, 뭘 먹었고, 뭘 사왔는지를 전시하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쓸 수록 많이 버리게 된다. 많이 버리면 내가 지닌 어질고 착한 덕도 같이 버려진단다. 미니멀리즘에 대한 생각을 더 곤고히 해준 책(법정스님 '오두막 편지')


이번 여름휴가에 읽은 법정스님의 글 덕분이다.


세계곳곳을 누비고 다니면서

수많은 것을 대하고서도

정작 여행의 알맹이인

자아 발견이나 자기 탐구는 없이,

자랑거리와 가벼워진 지갑과 청구서

가지고 지쳐서 돌아온다.


<오두막 편지> 에서 이 부분을 읽는데 나를두고 하는 말인냥 단어들이 와서 콕콕 박혔다. 내가 바로 알맹이 없이 ‘자랑거리와 가벼워진 지갑과 청구서, 그리고 여행의 전리품인 바로 이 물건들을 들고 지쳐서’ 돌아오지 않았던가?


그동안 여행의 모습은 남들이 다 간다는 포인트에서 인증사진 찍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로 캐리어가 터져나가도록 쇼핑을 하고는 쇼핑한 카드값을 갚기위해 여행의 후유증을 앓는 사이클의 반복이었다. 낯선곳에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들로 즐겁긴 했지만 여행의 알맹이라는 자기탐구와 자아발견을 한 경험은 있었는지 모르겠다. 평소와 다른 곳, 여유있는 시간에 ‘온전한 쉼’ 조차 얻은 적이 없었던것 같다.


지금까지 기억날만큼 좋았던 순간들은 적어도 책자에 나온 핫플이나 사람많은 관광지에서의 경험은 아니었다.


사진을 찍으며 보낸 시간이 제일 길고, 어디에서 뭘 먹고 뭘 사갈것인가를 의논하는 대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찍어 남은 사진은 말그대로 거기 다녀왔다는 ‘인증’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여행은 집을 떠나

밖에 나가 있는 기간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집에 돌아와

밖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차분히 음미하면서

현재의 삶을 알차게 가꾸어 나감으로써

여행의 의미는 여물어 간다.

독서는 그 책을 쓴 저자에 의해서

우리 생각이 이끌려가기 쉽지만,

여행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스스로 느끼고 생각한 그 체험으로

자기 자신을 채워 간다.

그러므로 여행은 독서보다 몇 갑절

충만하게 가꾼다. 



여행이 경험한것들을 토대로 현재의 삶을 알차게 가꾸어 나감으로써 독서보다도 충만하게 나를 가꿀 수 있는 시간이라면, 지금까지의 여행은 현재의 나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볼 기회를 줌으로써 의미를 가질지 모르겠다.


쌓아뒀던 기념품들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여행은 쇼핑을하고 인증샷을 남기는데 열올리는 여행이 아니라 나,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사람과 낯선곳에서의 경험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사진보단 눈에, 마음에 더 많이 담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flight shame’(기후위기의 원인인 탄소배출을 이유로 비행기 타는걸 부끄러워하고 줄이려는 마음) 처럼 여행을 하는 방식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하려는 사려깊은 사람이 되고싶다.


여행 기념품을 처분하다 여행방식에 대한 반성까지... 글이 길어졌다.

이전 포스트에서도(미니멀리즘에 대하여.) 말했지만 집을 정리하고 있는데 자꾸 나를 정리하게 된다.


좋은 여행은 목적지보다도 그 과정과 도중에서 보다 귀한 것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여행뿐 아니라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법정스님 (오두막 편지) 중에서...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제로웨이스트를 하면서.. 미니멀리즘과 채식에 발을 들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이라도 얼핏 잡은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어떻게’ 에 대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삶을 고쳐가려는 태도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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