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돋우다]‘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 - 코로나 19 안나의 집 275일간의 기록




한참 재미있게 전자책을 읽고 있는데 밧데리가 나갔다. 


충전하느라 꽂아두고 읽을만한 다른 책을 살펴보았다. 매일이 집콕인 생활이지만 그래도 주말이니 공부하는것 같은 주제의 책들은 읽고 싶지 않았다.


지난 지구텃밭 김장때 선물로 받은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님의 책.

그때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앞의 서문 부분이 참 좋아서 메모 붙여놓고 그 이후로 못읽었던 책이었다.




안나의 집은 이탈리아인 귀화 신부님이신 김하종 신부님이 운영하는 곳인데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자립을 돕는다. 그래서 이름도 안(안아주고) 나(나눠주고) 의(의지가 되는) 집이라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여러 무료 급식소들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도 안나의 집은 도시락으로 방식을 바꿔 계속 운영중이라고한다.


책 속의 여러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780개나 되는 도시락을 다 나눠주고 예비로 가지고 있던 초코파이 마저도 다 내준 어느 저녁, 뒤늦게 노숙인 두 명이 찾아와 도시락을 달라고 했단다. 남은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지만 그들은 너무도 간절하게 ‘신부님, 저희는 배가 너무 고파요’ 를 반복했다고...

예비로 가진 식료품마저 다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빈손으로 돌려보내고 신부님은 집에가는 차 안에서 많이 우셨단다. 수퍼에 가서 요기가 될 만한거라도 사서 보냈어야 하는데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고 배고픈 두 사람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나 아프고 아렸다는 에피소드였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누군가에게 뭘 못줘서 울어본적이 있는지 생각해봤다. 나만 못가진게 억울했던 적은 있지만 단 한번도 주지 못해서 마음이 아린적은 없었던것 같다.

이미 800여명의 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는데 두 명의 사람을 못 먹인것에 더 가슴아파하는 신부님의 모습에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 부모와 같은 마음을 느꼈다.


가정에선 약하고 아픈 자식이 있으면 그 아이를 먼저 챙기고 배려한다. 마찬가지로 사회에서도 약하고 아픈 사람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


"이 친구들이 정상적으로 먹지 못하게 되면 문제가 확대될 확률이 높다. 이들의 면역체계가 무너져 코로나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면 다른 시민에게 전염되기 쉬우므로, 노숙인들을 돌보는 것은 큰 섬김이다. 사회 전반에 반드니 이루어져야 할 섬김

62p"


그들을 반기고, 따뜻하게 식사를 챙기는 일이 결국 사회를 안전하게 한다.


마이클 센델의 신작 ‘공정하다는 착각’ 에서 열심히 공부해 시험에 합격하거나 부지런히 노력해서 번 돈이라도 내 능력 때문에 이룬일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내 노력이 일부 영향을 끼쳤어도 그것이 모든 원인이 아니라고 말이다. 노숙자들의 대부분은 어린시절 학대와 방치를 당하다 제대로된 교육도 못받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몰라 사회에 적응을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들이 게을러 일하지않는것이 아니라 상처받고 사랑받지 못해 자신감이 하락해 사회생활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어린시절에 방치, 가정폭력등에 노출되었다. 다시 말해 어릴 때 받지 못한 사랑과 교육, 관심이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져 사회생활을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문제가 있어서 길에서 사는 것이다. 주머니가 비어서 가난한 것이 아니고 머리와 마음에 상처가 생겨서 가난해진 것이다. 현대 사회는 똑똑하고 빠르고 넓고 복잡한데,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소외되어 내쳐진다.

162. 170p"


내가 지금의 안락을 누리는 것은 내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 당연한것이 아니다. 나는 운이 좋아 전쟁중인 어느 나라가 아닌 대한민국에 태어나 부모에게 사랑받으며 자랐고, 교육의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건강한 몸으로 태어났으며 인프라가 많은 서울에서 거저 얻어진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란걸 기억하며 살아야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길에서 동사한 노숙자 이야기나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아이들 이야기들을 보면 왜 사랑의 하나님이 이런일을 그냥 두실까 의문을 갖곤했다.


그런데 ‘앤소니 드 멜로 신부님’의 묵상을 읽으며 뒷골이 서늘해졌다.


“길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여자아이를 봤어요.” 그 아이는 얇은 옷을 입었고 제대로 된 식사에 대한 희망이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화가나서 신께 말했습니다.
“왜 이걸 허락합니까? 왜 당신은 무언가를 하지 않으시나요?”
그러나 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밤 갑자기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당연히 무언가를 했지. 내가 널 만들었단다.”


그렇다!

세상의 사람들이 자기 가까운 이웃들만 관심있게 보아도 추위와 배고픔에 고통받거나, 외롭고 비참하게 동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것이다. 주께서 아무일도 하지 않으신것이 아니라 내 속에 내가 가득차 나만보며 사는 내가 아무일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사랑의 행위를 잃지 않으며, 관대한 노력을 잃지 않고, 고통스러운 인내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생명으로 연결되어 순환됩니다.

프란치스코 (복음의 기쁨)"


읽는 내내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웃을 어떻게라도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봉사하러 가고 싶은데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져서 하루에 15명 예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꼭 가야지!!)) 우선 후원금이라도 보냈다.

2021년이니 21만원!!


새해 첫 주일을 이웃과 나누는것으로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기쁘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도 있지만 나는 좋은일은 소문내서 더 많은 사람이 같이 하는게 좋다고 믿는 사람이라 뻔뻔하게도 이렇게 글을쓴다.


여러분 같이해요!!!!

* 안나의 집

농협: 171405-51-047081

신한: 100-024-061995

국민: 275401-04-093261

우리: 1005-601-037069


"강은 자기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기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 태양은 스스로를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트리지 않습니다. 타인을 위해 사는것은 자연의 법칙입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돕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말입니다. 인생은 당신이 행복할 때 좋습니다. 그러나 더 좋은것은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 입니다.

218p"


신부님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쓰신 ‘코로나 시기에 관한 단상’ 은 따로 옮겨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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