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돋우다]코로나 시기에 관한 단상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신부님의 글입니다.

같이 읽어보면 좋을것 같아 옮겨봅니다.


코로나 시기에 관한 단상


코로나19 시기 동안 안나의 집에서 봉사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비록 코로나 바이러스가 큰 고통을 주고 있지만, 이 고통을 통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고통은 더 깊이 봉사하게 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시청에서는 급식소의 지속적인 운영에 우려를 표현했고 저도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다 같이 모여서 식사하는 건 감염 위험이 큰 행동이니까요. 고민한 끝에 생각해낸 대안이 도시락이었습니다. 도시락은 급식소를 계속해서 운영할 수 있게 해주었지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자 많은 분이 마스크를 후원해주셨고, 성남동 성당 신부님의 도움으로 성당 마당을 사용하여 도시락을 나눠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숙인들과 봉사자들은 항상 손 소독을 하고 있고, 일주일에 한 번 급식소 전체를 소독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2차 폭발 이후에는 열화상 온도계로 체온을 측정하고, 봉사자들에게 마스크와 장갑, 고글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 단계씩 더 깊이 생각하고 봉사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지난 8개월동안 650여명의 노숙인과 봉사자, 직원 중에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둘째,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했습니다.

인간은 상호의존성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록다운 때문에 사람을 마음대로 만나지 못하는 지금, 상호의존성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인간은 한 나라, 한 사람으로만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면 안 되고 공동선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동양에서는 예부터 사람 인(人) 자가 두 사람이 함께 기대어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면서, 사람이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음을 알려주었습니다. 팬데믹은 한 나라의 힘만으로 이겨낼 수 없고 다 같이 노력해야만 극복 가능한 것입니다. 세계는 공동의 집이며 인류는 한 가족입니다. 상호의존성 안에서 개인은 다른 이들과 함께 노력하면서, 공동체는 다른 공동체들과 함께 노력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안나의 집의 봉사자, 후원자, 직원 모두는 가지고 있는 달란트를 나누면서 집에서처럼 고통을 이겨내고자 노력합니다. 많은 분이 봉사와 나눔, 후원 등을 통하여 함께해주어서 650여 명의 노숙인이 하루도 빠짐없이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노숙인들이 식사를 계속함으로써 그들의 면역력이 향상됐고, 한 사람도 아프지 않을 수 있었으며, 다른 국민들의 건강도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코로나 바이러스는 자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록다운이 시행되었을 때, 지구가 얼마나 기뻐했는지를 목격했습니다. 하늘은 자신의 색을 되찾았고, 동물들은 기뻐 뛰놀았으며, 인간들은 깨끗한 공기로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만연한 소비주의를 버리고 검소한 생활로 돌아가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회칙<찬미받으소서>를 통해 말씀하셨던 것과 같이 자연은 우리의 어머니 입니다. 우리의 어머니인 자연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없었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록다운 당시에 깨달은 자연과의 조화와 균형의 중요성을 잊지 말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넷째, 바이러스의 발생은 우리의 재산을 올바로 사용해야 함을 가르쳐줬습니다.

세 번째 주제가 개인의 실천을 강조한 이야기였다면 이 주제는 공동의 임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싼 무기를 만들기 위해, 예를 들어 항공모함 하나를 만들기 위해 약 20조원에 가까운 돈을 쓰지만, 백신 개발이나 치료, 병원확충을 위해서는 돈을 아낍니다. 전쟁을 위해 많은 돈을 쓰지만, 가장 작지만 위험하고 무서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는 돈을 쓰지 않습니다. 인류가 가진 재산들은 바이러스와 백신에 관한 연구, 치료, 생태계 보호 등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합니다. 전쟁과 죽음, 폭력이 생명보다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재산이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에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섯째,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행복추구는 당연하고 좋은 일이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공동선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세상은 배와 같습니다. 배 안에는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모두 함께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배 안에는 구명정이나 구명조끼가 없습니다. 누구도 자신을 구할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자들은 '나는 돈이 많기 때문에 안전하다.' 라고 생각합니다. 이 배가 좌초된다면 모두 죽을 텐데 말이지요. 가난한 사람도, 부자도 똑같이 죽습니다. 그렇기에 자기만을 생각하지 말고, 이기심을 버리고, 우리가 탄 배가 나아가는 곳, 즉 공동선을 생각해야 합니다. 모두 같이 죽거나 아니면 모두 같이 살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세상은 여러 민족이 아니라 주님의 한 백성임을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개인적인 선이 아니라 공동의 선을 생각해야 구원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주어진 것을 열심히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다면, 인류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는 나쁩니다. 모든 인류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통에 좌절하기보다는 고통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이렇게 배우고 느낀 것들을 통해 삶을 변화시킬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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