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없는삶/제로푸드웨이스트]낭비 없는 삶- 냉장고 파먹기




 

2020년이 가기 전에 가장 공들여 한 일은 묵은식재료들을 정리하는 일!!!


다용도실을 정리하면서 받은 충격과 내가 요즘 읽은 책의 영향으로 나의 삶을 심각하게 반성하게 됐기 때문이다.





뉴욕의 프리건(freegans- 자본주의 경제의 지나친 소비주의에 반대하고 환경을 위해 쓰레기통을 뒤져 도시가 내버리는 음식을 소비하는 시민운동가)들은 쓰레기 다이빙(dumpster diving)을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대안’이라고 했다. 우리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스템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지먹거리 문제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그가 쓰레기 봉지 속에서 본 것은

‘낭비에 무감각해져 있는 이 세상의

적나라한 모습’이었다.

<미니멀 키친: 가볍고 건강하게 먹는 삶을 시작하다> 중에서"

내가 별생각없이 사다 쟁여놓은것들이 하나 가득이란 사실에 놀란 나는 적어도 못먹고 버리는 것은 하나도 없게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새해가 되기 전에 묵은것을 정리하고 싶어서 집에있는 식재료를 활용해 열심히 집밥했다.


한참 전에 파니니와 피자에 올려먹고 반쯤 남은 바질페스토는 파스타로 만들어먹고(홈메이드라 뚜껑을 열면 오래 보관이 불가하다.)




맛이 조금 아쉽던 귤은 남은걸 모두 착즙해서 주스로 만들어 마시고,




냉장고 자투리 채소 몽땅 채썰고 계란지단만 더 부쳐서 케일랩으로.....




케일랩 말아먹고 또 남은 야채는 냉동실 파인애플을 더해 파인애플 볶음밥해서 클리어!!


유통기한이 쫌(많이😅)지난 팬케이크 가루는 버릴까도 고민했지만 탈이 나더라도 내잘못, 반성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더해 팬케이크로 굽고,



‘언니네 텃밭’ 플라스틱 프리 팥쥐딸기 한박스 사서, 먹고 남은 딸기는 물러지기 전에 딸기 콩포트 만들어 두고,



그 둘을 합쳐 팬케이크 브런치도 차려먹었다.

삶아서 냉동해놓은 팥으로 찰밥해서 정리하고 ,


애매하게 남은 묵은지는 국물까지 몽땅털어 찌개끓이고 통도 비웠다.



냉동실에 두 개나 들어있던 떡볶이떡으로(있는줄 모르고 또 사다 넣었나보다ㅠ) 떡볶이 만들어서, 쓰고 반이 남아있는 세발나물 얹어 신메뉴 ‘세발나물 떡볶이’ 개발했는데 조합이 괜찮았다. ㅎㅎ


튿어놓은지가 한참 된 국수로는 메밀온면이랑 잔치국수 만들어 먹었다. 이건 아직 유통기한이 남았는데도 개봉한 상태로 보관해서 그런지 면에서 약간 냄새가 났다. 실온재료도 얼른 먹었어야 했는데 방치해두다가 맛없고 영양이 떨어지게 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에서 사케도 발견했다. 그 언젠가 마시고 반쯤 남겨둔 것이었는데 먹어보니 그냥 먹기엔 맛이 별로였다 ㅠㅠ (술도 변하나보다) 동네 시장에서 #용기내 로 바지락 사다가 냉장고에 있는 야채넣고 바지락 술찜!! 국물이 훌륭해서 카르펠리니 면까지 삶아 먹었다. 덕분에 실온재료도 클리어.


이미 포스팅 했지만 병아리콩이 2018년산인걸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콩카레해서 해치웠다.


덕분에 냉장고는 점점 홀쭉해지고, 뭐가 있나~ 찾아보고 만드는 재미도 있다. 냉장고 뒤지다가 똑같은걸 두 개 발견하거나 있는줄도 몰랐던 식재료를 발견하면 또 미안해진다.


요리를 좋아하니 식재료에 관심이 많다.

장볼때 해먹어야지~ 하고 이것저것 집었다가 냉장고에 넣어두기만 하고 그날 그날 먹고 싶은 것을 또 새로 사게된다. 마트에서 장을보던 이전에 비하면 주로 한살림에서 장을보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집을 정리하다보니 그것도 아니었나보다.


12월 중순, 다용도실 정리를 마친 후부터 냉장고파먹기를 시작했다. 해를 넘기지 않고 깨끗한 냉장고로 새해를 맞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해를 넘기고 일주일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나의 냉장고파먹기는 진행중이다. 그 사이에 정기배송오는 채소를 제외하고는 대파나 마늘같은 양념류만 샀는데도 말이다.


우리집은 2인가구인것에 비해 엥겔지수가 엄청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많이먹고 잘해먹어서가 아니라 꼭 필요하지도 않은걸 사다 쟁여서였던것 같다. 그러다 버리게 되고 말이다.


단테의 ‘신곡’ 엔 대식의 죄(많이 먹는 죄)를 벌하는 지옥이 나온다. 먹방 크리에이터까지 있는 지금 시대에 이해가 안될 수도 있지만 음식이 귀했던 때를 생각하면 대식은 절제를 모르고 다른 사람의 몫까지 빼앗는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한쪽에서는 기아로 8억명이 넘는 사람이 굶어죽는 상황에서, 음식물을 생산, 포장, 운송 하느라 지구를 실컷 괴롭혀놓고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것은 분명 죄악이다.


며칠이 걸리든 앞으로도 남은 식재료를 다 소진하고 장을 볼 것이다. 나의 식재료 소비습관을 완전히 바꾸고 이번 기회에 재정상태도 다시 점검해야겠다.


Zerowaste ‘ 낭비 없는 삶’ 에 집중한다!!

1+1의 함정


블루베리 베이글이 먹고 싶었다. 여섯 개짜리 두 봉지를 한 묶음으로, 열두 개를 판다. 여섯 개 한 봉지만 사고 싶은데, 꼭 두 봉지를 한 묶음으로 파는 게 부담스러웠다. 남편과 아이는 베이글을 즐기지 않지만 오랜만에 사는 것이니 같이 먹어주겠지 싶어 카트에 담았다.


결국, 베이글은 식탁 위 정물처럼 있게 됐다. 더운 날씨에 곰팡이 필까 싶어, 한 봉지는 냉동실로 옮겼다. 결국, 여섯 개 한 봉지는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담겨, 크린넷을 타고 집하장으로 갔다. 베이글 한 봉지는 냉동실에서 전기를 썼고, 쓰레기봉투도 사용했으며 이리저리 옮기 는 데 내 소중한 시간도 썼다. 생각 없이 내린 결정으로 낭비한 자원이 불어나는 일에 신경이 쓰인다.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 (정재경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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