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있다는 말처럼 자꾸 치워주니 아무데나 더 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주울때마다 누가 여기다 이렇게 막 버리나 화가나며 반감이 생긴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쓰레기를 막 버리는 사람은 으레 다른 사람이 치울거라 여긴다. 또 치우는 사람을 천한직업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분리도 하지않고 아무 쓰레기통에 막 넣으면서 ‘자기 덕에 일자리 하나가 생기는 거다’ 라고 말하는 것도 들어봤다.
그런 인격의 사람들이 버린걸 치워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함부로 버리지 않고 내것 잘 치우는걸로 적어도 내 역할은 다 했다고 위안했다.
그런데 비치코밍 하는 분들이나 플로깅 하는 분들이 ‘내가 버린건 아니지만 우리동네, 우리나라, 우리지구니까 ... 내가 지나온 길은 깨끗해지니까’ 한다는 말을 듣고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 다음부터는 지나다닐때 바닥에 쓰레기가 보이면 마음이 불편했다. 우리동네, 내가 다니는 길인데 주울까 말까 갈등도 되고 쓰레기를 버리는 게 아니라 줍는건데도 왠지 떨렸다.
아이오닉 롱기스트런 앱, 달리기 앱이라 플로깅을 하면 포인트가 적립됐다. |
그러다 재작년 여름, 에코활동을 한 뒤 사진으로 인증하면 포인트가 쌓이는 앱을 다운받아 한동안 열심히 플로깅을 했다. 곰이랑 저녁 산책 나가서 공원을 한바퀴 돌며 줍기도 하고 장보는 길에 보이는걸 주우며 오기도 했다.
포인트로 뭐 대단한걸 할 수 있는것도 아니지만 플로깅 하고 인증도 하며 게임하듯 재미있었다.
줍다가 뒤 돌아보면 깨끗해진 모습도 좋았다.
그 뒤로 나도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는 광분해되어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고, 비가오면 하수도로 흘러가 강과 바다로 향할것이다. 그 와중에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기도 하고 유해 화학물질들이 녹아내리기도 하겠지. 새들이나 동물들이 먹고 탈을 일으킬 수도 있을거고...
버린 사람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괘씸하지만 줍는건 분명 지구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리고 생활속에서 쓰레기를 줍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버리는 사람도 부끄러워지지 않을까?
어제는 가치관이 비슷한 친구와 둘이, 오늘은 혼자 내가 평소 산책 가는 코스로 플로깅(plogging) 하며 걸었다.
2월2일의 플로깅 |
제일 많은 사탕봉지 |
이건 왜 있지? 싶은 황당한 것들 |
2월3일의 플로깅 |
사탕봉지가 제일 많았고, 먹다 남은 음료수 병이나 신흥강자 마스크, 심지어 이런게 여기 왜 있을까? 싶은 것들도 있었다.(스티로폼상자, 공사용 실리콘, 농사용 비닐등)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산을 망치고, 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물을 망치는 행동을 하는 것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내가 지나온길은 이전보단 깨끗해졌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산책길을 앞으로 더 애정을 가지고 다닐 수 있을것 같다.
어제 오늘 플로깅 한 산책길 |
마르쉐에서 알게된 ‘풀풀농장’ 농부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적이 있다. 석유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농업인 자연농을 하다보니 자연농이 당신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것 같다고 말이다.
나도 환경을 위해 하거나, 하지 않는 소소한 일들이 늘어나고 그걸 꾸준히 실천하게 되면서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각종 책들을 읽고, 좋다는 강연도 들으며 가져보려 애썼지만 말 한마디에도 유리처럼 부서지던 자존감이 생활 속 실천을 통해 생기는 느낌이랄까?
자존감은 거창한 걸 이루거나 마음먹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어울리는 행동을 꾸준히하고 매일매일 몸을 써야 생기는 마음근육이라고 한다.(김병수 의사 ‘마음보다 몸으로’ 기고문 중)
아직 플로깅을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날 좀 풀리면 올해는 플로깅도 비치코밍도 전보다는 자주 해야겠다. 그러면서 몸을 움직여 마음근육을 단단히해서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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