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하면서 제일 먼저 바꾼게 바로 이 수세미였다. 바닷속 미세플라스틱까지 갈것도 없이 우리가 쓰는 수세미에서 설거지하는 동안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나오고 그릇에 그대로 남아 섭취하게 된다는 기사를 읽은 뒤였다.
너무너무 잘 마르는데다 거품도 잘나고 기름기도 잘빠진다. 친환경 수세미로 삼베수세미랑 황마수세미도 써 봤는데 삼베는 잘 안마르고 황마는 보드라워 밥풀같은게 안떨어지다보니 손에 힘을 주고 닦게됐다. 오리지널 네임에 걸맞게 수세미가 수세미로 적격이었다.
처음엔 한살림의 통 수세미를 사다가 잘라서 썼다가 지금은 수세미 제품을 사서쓴다. 통 수세미로 잘라 쓰는것이 훨씬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제품 수세미는 이 통 수세미의 내부 심을 제거하고 얇은 천처럼 만들어 겹으로 박아 만든 것이라 내구성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잘쓰이다(@zal_ss_ida) 상점의 예쁜 수세미 |
맘에 쏙드는 이 천연수세미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바로 잘 닳는다는 점~ !!
수세미 수리 before -> after |
이때만해도 물건의 수명이 다할때까지 오래 잘 써보려는 마음으로 했던건데 이번엔 달랐다.
집에 사놓은 천연수세미를 제로웨이스트 홍보차원(?)에서 여기저기 퍼주고 났더니 내가 쓸것이 없었다. 새로 사려고 보니 품절!! 그것도 올해는 다시 구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품절이라고 했다.
작년 봄, 꽃피는 4월에 눈이와 냉해를 입은데다, 장마철 40일이 넘게 내리던 폭우로 수세미 농사를 망쳤다.
겨우 살아난 아이들은 몇 되지도 않거니와 그마저도 말려서 삶으면 녹아내리는 것이 태반이라 수세미를 만들 수 없었다고 한다.
기후위기 때문에 친환경 아이템도 쓰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가막혔다.
더 작고 가운데가 찢어진 수세미를 미스코리아 띠 두르듯이 큰 수세미에 덧대어 놓고 꼬매주었다.
검정실로 꼬매서 엉성한 바느질솜씨가 다 드러났지만 제일 많이 닿는 가운데 부분이 도톰해져서 이대로 한참은 더 쓸 수 있을것 같다.
다행이다.
꼬맨 수세미와 헹굼용 모시수세미 |
올 겨울은 참 춥고 눈도 많이 내린다.
눈 내린 하얀 세상이 너무 아름답지만 이 또한 약해진 제트기류가 북극의 한파을 막지 못해 생긴 기후위기의 징후라니 마음이 착잡하다.
한살림 #추억하라1986 이벤트에 참여했다.
한살림은 유기농 쌀, 참기름, 두부, 유정란을 파는 한살림 농산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쌀과 참기름, 두부, 계란으로 만든 물품 10가지를 같이 사진찍는 미션이었다.
수세미와 같은 이유로 (작년 이상기후) 참깨농사도 망쳐 올해는 참기름과 참깨를 팔지 않는다.
습지 파괴로 야생철새들과 접촉이 늘면서 AI 발생이 빈번해졌다. 올해도 한살림 닭들이 ‘예방’ 살처분되는 바람에 계란도 없다. 4가지 물품중 두 가지나 환경재난으로 빠지게 된 것이다.
작년같은 기후가 몇년만 반복되면 우리나라처럼 식량 자급률(쌀포함 23%)이 낮은 나라는 당장에 식량위기에 처하게된다.
당장 내가쓰는 수세미와 참기름 참깨를 구할 수 없다니... 겁이 덜컥났다. 그런데 기후위기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 사회에서 나만 뒤처질까 가지는 두려움, 내가 집을 못살까봐 갖는 두려움, 주식이 오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비교되지도 않을 정도로 작고,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이라는 외침은 그 사용빈도에 비해 느껴지는 변화가 적어 공허하게 느껴진다.
기후위기는 미래에 올지도 모르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에게 깊게 영향을 주고 있는 문제다.
아이들이 자기도 늙어죽고 싶다는 피켓을 들고 기후위기 비상대책 행진을 할 때 그 문장이 너무 가슴아팠다.
우리는 지금도 그들의 미래를 끌어다 쓰면서 무책임하게 쓰레기나 남기고 있다. 그래타 툰베리의 연설문 처럼 ‘감히 어떻게!!’ (How dare you!!)
시간이 없다.
빨리 행동해야한다. 나는 이 두려움을 설거지를 할 때마다 참기름을 먹을 때마다 생각할것이다.
모두가 두려움을 느끼기를.... 그래서 하루빨리 행동하기를.... 우리의 움직임이 너무 늦지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
덧, 뭔가 위생에 관한 글을 올리면 어김없이 받는 질문이 있다. 쓰던 수세미를 다시 고쳐서까지 오래쓰면 더럽지 않냐는 것이다!
나도 제로웨이스트 하기 전에 항상 물이 닿는 수세미나 행주가 더럽다는 생각으로 일회용 수세미를 썼던 사람이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오히려 석유찌꺼기를 기반으로한 인공화합물로 만든 일회용 수세미가 각종 화학물질의 위협이 되면 모를까 천연수세미에서 우리가 우려하는 위생문제는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푸르트방겐 대학교 연구진은 부엌 수세미의 세균을 조사했는데, 마찬가지로 경악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수세미는 박테리아들의 오아시스로 알려져왔다. 수세미에는 수많은 틈새가 있어서 물기와 음식찌꺼기 등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런 환경이 박테리아의 활성화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조사한 수세미 14개에서 세균이 362종류 발견되었고, 그중 ‘잠재적 병원체’도 있어서 면역체계가 약하진 사람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요양원의 노인들과 병원의 환자들에게 설거지를 시키면 안 된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았다. 배설물 박테리아, 식중독, 설사균 같은 공포의 세균은 없었다.ㅇ
한네 튀겔,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 중에서"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천연수세미는 너무너무 잘 마른다. 평소 쓰고나서 물기를 꽉 짜서 보관하고 너무 찝찝한 경우엔 가끔 한번 삶아주면 더 깨끗하게 오래 쓸 수 있다. 그리고 세균을 없애는 것보다 우리가 사는 세상(공기, 땅, 물)을 깨끗하게 유지하는게 결과적으로 우리 건강과 위생에 훨씬 큰 도움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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