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에세이]보고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유쾌함, 열정이 부러웠던 <로즈 와일리 전>








1년 반만에 전시회에 다녀왔다.


2020년은 코로나로 단 한번의 전시회도 가지 않았으니 2019년 여름 조카를 데리고 앤서니 브라운 전에 갔던것이 마지막이었다.


너~ 무 오랜만이었던데다 봄날같은 따뜻한 날씨, 그리고 엄마와의 데이트였기에 더욱 좋았다.


로즈와일리는 미술대학에 다니던 21세에 결혼 으로 화가의 꿈을 포기했다가 45세에 다시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했다. 졸업후에도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는데 76세부터 인정받기 시작해 현재 86세의 현역화가 라고한다.


로즈와일리가 지금 얼마나 유명한 세계적인 아티스트인가와 상관없이 나는 그 꾸준함에 놀랐다. 인정받고 활동한 시기를 빼더라도 45세부터 76세까지 30년의 시간동안 작품활동을 계속 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누가 인정해 주든 말든 그 작업을 사랑했을 것이다. 내가 좋으니 계속 할 수 밖에...


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며 열정을 바쳐 하고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 멋졌고 또 부러웠다.


작품을 보면서는 더 반했다.

벽 하나를 가득 채울만큼 큰 그림들, 밝은 색감, 분명한 색처리등.. 로즈와일리의 성격은 분명 쾌활하고 시원시원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애매한걸 싫어하는 완전 내 스타일이었다 ㅎㅎ



내가 제일 맘에 든 작품은 가로 길이가 무려 6m에 이르는 ‘새, 여우원숭이, 코끼리’ 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손으로 그렸기 때문에 윤곽선을 잘 쓸 수 없다고한다. 하다가 실수하면 그 윤곽을 덮고 더 크게 그리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천을 덧대고 가리고 그 위에 다시 칠하는등의 고치는 그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덧댄 천 위에 번호도 붙어있고 뭔가 계산한듯한 숫자들도 있고... 물감 흘러내린 자국이나 번짐 등...


수정된 과정이 드러나는 게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언뜻 지저분해 보일수도 있는 이런 덧댐이 그대로 드러난 그림을 눈 앞에 두고 있으니 완성된 작품 뿐 아니라 화가가 그리고 있는 과정이 보이는것 같았다. 행위예술처럼 ㅎㅎ

그러면서 잘 화장한 예쁜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나를 보여주는 용기! 자신감! 같은것이 느껴졌다.




로즈 와일리는 흔히 작품에서 실제크기를 무시하고 동일한 사이즈로 동물이나 사람을 묘사하는데 그것도 참 좋았다.

사람이던 동물이던, 원래의 크기가 크던 작던 생명의 중요성은 동등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작가에게 그런 의도가 없었을 지라도 말이다.



우표에 있는 스케이터의 모습과 자신감 있는 표정과 몸짓의 한 뚱뚱한 소녀가 핑크 수영복을 입은 모습에 영감을 받아 그렸다는 이 그림에선 자유로움이 느껴지고,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그렸다는 작품들은 영화 내용상 중요한 장면이던 아니던 자신에게 인상깊었던 이미지를 소재로 삼는 점이 참 맘에 들었으며, (이 천사 너무 귀욤)



일상에서 포착한 그 순간 그 장면의 특징을 (토트넘 축구경기 중 한 장면이라고 한다- 전시에 손흥민도 있었다.) 아이처럼 그리는 모습들이 좋았다.


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고상한 척 하는 건 질색이에요.
로즈 와일리


화가의 말대로 작품에 심오한 내용을 담고, 내 그림은 이런 철학적 의미가 있다~ 며 척 하는게 아니라 그냥 좋아서 그린것이 느껴졌다.




가위를 닮은 이 시저걸들은 색감에서부터 통통튀는 발랄함이 느껴진다.


같은 시저걸이어도 색과 표현이 주는 느낌이 달라서 작품 분위기가 확 다르다.


어떤 시저걸엔 팔이 없었는데 그건 로즈와일리가 좋아하는 티비프로그램의 화면을 그린 것으로 화면이 하도 빨리 지나가서 여성의 모습을 제대로 본적이 없기 때문이란다. ㅎㅎㅎ


밝은 색감, 어떤 소재든 로즈와일리 화 한 재미있는 그림, 거대한 작품, 꾸밈없는 표현방식,

정말 그림을 좋아하는구나... 스스로 즐기고 있구나가 느껴지는 좋은 전시였다.


전시를 보고 온 내내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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