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왼쪽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마그네슘 부족인가?
마그네슘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이라는 콩, 두부, 통곡물을 열심히 먹었는데도 별로 차도가 없다. 카페인도 안먹고 초콜렛까지 안먹었는데도 여전히 떨린다. 아프지는 않지만 신경이 쓰였다.
지난주말, 마그네슘을 사러 약국에 가다가 돌아왔다. 곰이 약국은 훨씬 비싸다며 인터넷 주문을 해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터넷 주문을 했다.
월요일 발송, 화요일 수령예정이라고 했는데 오지 않았다. 택배물량이 얼마나 많아서 그럴까 싶어 기다렸다. 수요일, 20시 배송예정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렇게 늦게?
그럼 퇴근은 언제하는건지.. 의문이었다.
저녁을 먹고 양념 몇가지 사러 동네마트에 다녀온 시간에도 택배는 오지 않았다.
이미 9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오늘 오지 않으려나보다.
눈꺼풀은 계속 떨렸지만 당장 급하거나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니 내일 오겠지 했다.
이른 아침, 곰이 나가는 시간 문 앞에 택배가 와있었다.
언제 두고 가신걸까? 어젯밤 그 늦은 시간에?
택배기사가 상•하차도 한다던데 그건 또 언제하고, 그럼 집엔 언제가고, 잠은 언제자지?
젊은 쿠팡노동자, 여러 택배노동자가 과로사 했다는 말이 피부로 와닿았다.
‘ 그냥 약국에 가서 살 걸 괜히 택배를 시켰나?’ 싶었다.
작은 약 한박스 사는데 덤으로 뽁뽁이 잔뜩과 종이박스, 포장테이프 쓰레기도 생겼다.
얼마전 노동착취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우즈벡에서는 9월 목화 수확이 시작되면 학교 문을 닫고 많게는 200만명의 아이들이 정부가 통제하는 목화 농장에 동원된다. 수확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아이들은 야단을 맞거나 체벌을 당하지만 퇴학 당할까봐 목화밭을 떠나지 못한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한 채 강제노동에 나선 아이들은 만성적인 영양실조와 감염, 호흡기 질환 등의 질병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렇게 생산된 목화가 한국조폐공사에서 지폐제조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매일 쓰는 지폐가 우즈벡 아이들의 눈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greenbliss7
또, 제주에서 내가 먹은 갈치, 멸치를 잡는 이주 노동자들은 하루 18시간의 강도높은 노동을 하면서도 여권압수, 협박, 구타, 차별에 시달리며 한달 50만원을 겨우 번다고 한다.
(여기 가셔서 탄원도 해주세요...🙏)
내 삶은 얼마나 많은 생명의 착취와 고통 위에서 영위되고 있는것일까?
나의 편리와 더 싼 가격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얼마나 될 지 ....
새벽배송이나 총알배송 같은건 지금도 절대 이용하지 않지만 이제 꼭 필요하지 않은 택배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내발로 동네 상점에 가서 사와야겠다. 얼마 차이나는지도 모르면서 지난주말 발길을 돌렸던 것이 후회된다.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돈을 벌고
나무랄 데 없는 차림을 하고,
일류 대학교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고
남녀 할 것 없이 좋은 음식을 먹고
고전문학을 읽으면서,
투자와 법규를 잘 버무려서
세계를 파탄낸다.
게리 스나이더, 1990, <작은 지구를 위한 마음> 중에서
환경과 생명과 존재를 무시하고 더 빨리, 더 싸게, 더 쉽게를 외치다 우리는 지금 이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쓰는것 내가 먹는것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떤 과정을 거치고 무슨 영향을 주는지에 더 깨어있어야겠다.
모두에게 해를 덜 끼치며 살고싶다.
[추천영상]쿠팡에서 일하다 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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