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에세이]쑥이 아니라... 쑥갓!!! 쑥갓이라고~!!





휴가를 아주 꼬박꼬박 챙기는 곰이 이번달 월차를 반으로 나눠 하루는 치과가고 금요일, 나머지 반을 썼다.


나 혼자는 주로 전날 저녁에 남은 것과 약간의 음식을 추가해서 먹었던터라 반차라는 말을 듣는데 점심 메뉴 고민부터 됐다.


“우동을 끓여먹어야겠다.! 어묵도 있고 쑥갓만 있으면 되겠네. 곰 내일 그럼 퇴근하면서 쑥갓 사와. 내가 오늘봤는데 한살림에 있었어.”


“어~” 대충 대답하는 둥 마는둥.


“적어. 아까 쌀이랑 사올거 메모했잖아.

그러다 또 잊어버린다.”


“카톡으로 보내놔. 안 잊어버리고 사올게”


전날밤 카톡으로 보냈지만 그래도 잊을것 같아서 퇴근한다는 메시지 답장으로 또 보냈다.

“우동에 올려먹게 쑥갓! 잊어버리지 마”


점심쯤 곰이 왔다. 사오라는 것들을 잘 챙겨왔는지 확인하는데 장바구니에 뜬금없는 초록이가 있었다.


쑥?????????


“설마.... 쑥갓 사오라니까 쑥을 사온거야?”

그 순간 너무 화가났다.

쑥갓이랑 쑥을 구별 못하냐고, 우동에 얹어먹을거라고 했는데 우동 안먹어 봤냐고, 쑥 자만 보고 대충 그냥 집어왔냐고? 콩나물 사오랬는데 콩 사오면 기분 어떨것 같나고? 곰에게 막 퍼부었다.


듣고있다가 자기도 성질을 내며 바꿔오면 될 거 아니냐고 들고 나갔다.


곰이 나간 뒤 생각했다.

아니 이 사람은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그리고 난 또 왜 그렇게 화가났을까?


내가 어제 저녁에도 말하고 오늘 문자에도 남겼는데 쑥갓을 앞에 쑥 자만 본걸까?

- 그래도 화가났다. 매번 그런식으로 부주의하다.



아니면 설마 쑥갓을 모르나?

- 그래도 화가났다. 뭐 이탈리안 파슬리를 사오란것도 아니고 쑥과 쑥갓도 구분 못하는 정도의 사람이란 말인가?


쑥이든 쑥갓이든 뭐가됐든 관심없고 그냥 내가 사오란것을 사는 ‘미션’ 에만 몰두했던가?

- 그래도 화가났다. 내 일을 돕는게 아니고 우리 일이다. 서로 더 잘 하는것,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시간여유를 따져 집안일을 나누고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 분리된 다른 사람의 업무인게 아니다.


한참 이해해보려 노력(?)중인데 3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아~ 또 머릿속에 그려졌다.

‘한살림에 쑥갓이 없었나보다. 그래서 좀 더 가야하는 다른 한살림에 갔겠지?’


아니나 다를까 곰은 마누라가 뭐 때문에 화가 난지도 모르고 쑥갓을 구하려는 일념 하나로 한살림 다른 지점에 갔다가 거기에도 없자 초록마을에 까지가서 기어이 구해왔다.


화를 냈던 그 시간, 이미 우동국물이 끓고 있었고 금방 올 줄 알았던 사람이 오지 않는 사이 우동면이 불어서 국물이 다 사라졌다.


또 화가났다.

결국 우동까지 망치게 됐다.



내가 화가난 이유는 평소 자주 잊어버리고, 빼먹고, 엉뚱한 일을 하고, 둘을 해야하면 하나만 하는등 실수가 잦은 곰의 성격을 알아서 두 번이나 다시 얘기하고 확인한건데 예상치도 못한 일이 또 생겼기 때문이다.


쑥갓이 우동에 필수인 재료도 아니다. 물론 내가 쑥갓을 참 좋아하지만 없어도 크게 지장은 없다.


바꾸러 갔을때 전화해서 없다고 말하거나 그냥 쑥만 환불하고 와도 될 일인데 이 남자 기어이 ‘쑥갓’ 을 구해왔다. 그러느라 시간은 45분이 지나있었다.


나는 내 말을 잘 들었(Listen carefully!) 으면 좋겠는데 곰은 내 말을 잘 듣는(obey) 다고 한다.

그 차이를 극복하는건 너무 큰 바람인걸까?


육아프로그램에 보면 화내지 말고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주라던데 이거 남편한테도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허허 쑥갓을 사오랬는데 쑥이래.... 하하하” 넘겼으면 좋았을까?


불어서 국물이 실종된 우동도 헤헤거리며 잘 먹는다. 그래도 입 쭉 내밀고 눈도 안마주치고 밥만먹던 결혼초보다는 발전한것 같기도 하고...



지금은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지만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는 순간 나는 활화산이 된다.


아~ 어쩌란 말인가... 내가 문젠가?


근데 나 왜 잠이 안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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