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용은 좋았지만 반할 정도는 아니었다.
<깨끗한 존경>에서 나는 유진목 작가의 인터뷰에 훨씬 크게 매료되었다.
<아무튼 메모> 를 읽고나서 정혜윤 이라는 이름에 끌렸다. 그의 관심과 시선이 다른 사람을 향해있어서 좋고, 불완전한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가 좋고, 그러므로 더 나은 방향으로 항상 나를 움직일 준비가 되어있는 마음가짐이 좋았다.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하고 문구 덕후(였)기도 한 나는 <아무튼, 메모>가 ‘메모를 잘 하는 법인가?’ 싶어 읽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메모를 해야하는 이유, 메모를 더 잘하는 법에 대한 책은 맞지만 그건 기억의 보조수단으로의 메모가 아니라 메모 라는 행위를 통해 더 나은 인간적 삶을 완성하는 이야기였다.
타인의 삶을 그냥 지나쳐 넘기지 않으려는 메모, 동물이라고 달리 대하지 않는 메모, 먹고사니즘에 갇혀 정작중요한것을 잊지 않기위한 메모.
몸에 대한 메모에서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인간의 몸은 타인에게 그런 의미가 있어요. 우리의 몸은 다른 사람의 몸을 지켜주고 싶어 해요. 우리가 사회적 존재가 아니라면 지금의 몸과 달랐을 것입니다. 타인의 몸이 없다면 우리 기억은 훨씬 빈약해졌을 거예요. (…)
당신과 나, 우리 사이엔 쓸쓸한 빈 공간이 있죠. 그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게 우리 몸이라는 생각이 지금 몸에 관한 많은 생각 중 가장 덜 언급되는 것 같아요.
성적인 몸, 아름다운 몸, 여러가지가 있지만 뭐라도 실천하는 몸에 대해서 더 많이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혜윤 <아무튼 메모> 중에서
그의 다른 책을 검색했다.
<사생활의 천재들> 제목부터 끌리는 이 책은 내가 감동한 ‘실천하는 몸’의 인간버전처럼 느껴졌다. 자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삶으로 말하는 사람들.
이 책에서 알게된 국내최초 영장류학자 김산하 박사를 통해 동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 눈떴고, 강아지를 제외한 다른 동물에 처음으로 관심이 생겼다. 사람에게도 뭇 생명에게도 각박한 현실에서 틈새 공간에 심은 작은 나무 몇그루도 서식지가 될 수 있다고한다. 그것처럼 서로에게 ‘마이크로 해비타트’(micro habitat)가 되어주자는 글을 읽고는 곰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기도 했다.
(왜 그러냐?는 어색, 당황함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
제목만 보면 무슨 연애 이야기인가 싶지만 이 책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다.
이해인 수녀님은 <이해인의 말> 이라는 대담집에서 세상의 존재를 대하는 태도가 사랑 이어야 한다고 했다.
환경문제가 시대의 화두가 된 지금, 세상의 존재를 다하는 태도에 대해 독자에게 부탁할 말씀이 있는지 물었다. 수녀님은 삶이 기쁘고 사랑안에 있을 때 온갖 자연과 사물에 설렌다며 우주 만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더욱 답은 사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랑의 기술은 겸손함으로써 닦아지기에 마음을 길들이는 연습을 하자고 제안했다. “존재는 죽을 때까지 깨어 있어야 한다” 는 가톨릭 수도자들이 자주 쓰는 말씀도 덧붙였다.
이해인 (안희경 인터뷰) <이해인의 말> 중에서
<앞으로 올 사랑> 에서의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의 사랑이다.
아마존, 너를 내가 어떻게 하면 사랑할 수 있을까? 박쥐, 너는 내가 어떻게 해야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은 궁금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인간보다 더 오래 살았다는 박쥐는 왜 한 순간 인류의 적으로 미움을 받는건지,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은 왜 숨쉬는 기능을 잃어가는지... 내가 한 행동이 그것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궁금해한다.
‘궁금증 = 관심’ 은 결국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고 행동하게 만든다.
이 책은 올해 제일 먼저 읽었던 책이고 강추하는 책인데도 쉬이 서평을 완성할 수 없었다.
잘쓰고 싶었다.
어떤 책은 너무 좋아서 오히려 뭐가 좋은지 설명하기 힘들때가 있다.
다독가답게 정혜윤은 각각의 꼭지에서 천일야화 같은 책 속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가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화두를 던진다.
내용도 아주 풍부하고 재미있는데다 에세이면서 문학소개 같기도 르포같기도한 이 책은 환경책으로 분류해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카테고리분류가 애매하다. 그것은 우리가 모든영역에서 모두 연결되어있음을 반증한다.
살던대로 살았을 뿐인데 억울하게 미움을 받는 박쥐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멸종위기에 놓인 다른 생명들, 인류의 식량문제가 몇몇 유전자변형 종자기업에 맞겨진 현실,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해 지금 생각해봐야할 아니 당장 실천해야할 문제들까지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더불어 10여권의 좋은 책들도 추천받은 느낌이다.
내가 정혜윤와 정혜윤의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이 책 속의 각주 하나가 설명을 대신한다.
212p. * 이 세계의 일부분이 되는 법, 그거야말로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 사회의 괜찮은 일부가 될 수 있을까? 이것을 지금 상황에 맞게 확대한다면, 어떻게 해야 지구의 괜찮은 일부가 될 수 있을까? 나에게도 누시뇨가 있으면 좋겠다.
이 사회의 괜찮은 일부, 이 지구의 괜찮은 일부가 되기를 고민하는 인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정혜윤의 책은 한결같이 이런 마음으로 쓰였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의 고통과 슬픔, 우리의 사랑, 우리의 미래, 우리의 가능성 뿐 아니라 무엇이든 실천하고픈 마음까지 얻길 바란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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