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돋우다]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 실패는 모르겠지만 요조(저자)는 더 사랑하게 된 책




 


사실 중고책방에 보낼 생각이었다.


요조를 좋아한다. 그가 가수인지도 홍대 여신이었다는것도 책을 통해 알았다 ㅋㅋㅋ 솔직하고 술술 읽히는 글을 쓰는것이 너무 부럽다. 그런 글이 읽기는 쉬워도 쓰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그래서 이 책 출간 소식에 기뻤다. 나오자마자 사다놓고 읽었는데 음? 뭔가 공감이 가지 않았다.

음악에 대한 고민 이야기도, 너무 잘 뛰고 싶어 트레이닝까지 했다는 달리기 이야기도, 읽기만 하면 울게된다는 시 이야기도 공감이 안갔다.


그래서 1/3 쯤 읽다 두고 잊어버린 책이 되었다.


책장에 자리가 또 없어져서 중고책방에 내놓을 책정리를 하다가 어제 이 책이 생각났다.

‘ 아 맞다! 그 책이 있었지? 얼른 읽고 신간이라 인기있을때 팔아야겠다. ‘ 하는 다소 불경한 생각으로 집어들었는데 중간 이후 부분은 너무 좋더라.


‘언니 미안~ ! 이렇게 얄팍한 팬심이었다니ㅠㅠ’


시래기 껍질을 벗기다 친구의 전시회에 간 이야기, 개발과 자연훼손에 고통받는 제주이야기, 플라스틱과 에너지를 덜쓰고 안써야겠단 이야기,

어린이에 대한 생각, 허술한 채식이야기, 허벅지가 터지지 않게 성산일출봉에 쉬엄쉬엄 오른 이야기, 읽는 나도 ‘빡치게’ 만드는 서점운영 이야기, 떡볶이를 사러갈까 고민하게 만든 떡볶이 이야기에, ‘돈독’ 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이야기까지….


너무너무 좋았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다시 요조의 매력에 퐁당 빠지고 질투에 불탔다.


그러면서 ‘책이란 참 좋은 것이구나.’ 라고도 생각했다.


요조가 서울에서 책방을 할 때, 서점은 주차난이 심각한 곳에 있었는데 책방앞에 주차가 되어있는 차를 빼내는 일이나 주차를 하려는 사람을 막는 일로 매일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고 한다.

사람들은 뭐 그렇게까지 화를 낼 일이냐는 투로 ‘미안하다’ 고 툭 던지고 사라지거나, ‘여기 주차하면 왜 안되냐고?’ 적반하장으로 나오거나, ‘지금은 갈 수 없으니 기다리라’는 명령투로 나오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 일로 종일 책방문을 못열었던 적도, 한 사람도 들어올 수 없었던 적도 있었는데 책방을 운영하던 기간동안 매일 겪은 일이란다.

그런일을 매번 겪으면 자연히 사람은 구겨진 얼굴이 되고 늘 화가 가득해 진다.


그들의 구겨진 얼굴이, ‘징그럽게 외롭고 고독한 삶의 대목’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리에도 ‘구겨진 얼굴’은 많다. 집회 현장에 나와 앉아 있는 사람들. 그들은 조용하고 얌전하지 않다. 늘 화를 내고, 얼굴을 빨갛게 만들며 언성을 높이고, 머리를 깎고 피를 토할 듯 절규하고 있다. 나는 그 구겨진 얼굴들을 보며 이제 절대로 ‘저렇게까지 흥분할 일이야?’ 하고 생각하지 않는다. (…)
언제 어디서든 구겨진 얼굴을 마주했을 때 ‘얼굴을 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당신의 얼굴이 이렇게 구겨지도록 만들었는지를 묻는 것. 최대한 자주 그 구겨진 얼굴을 따라 옆에 서는 것. 책방을 운영하면서 힘들고 귀하게 배운 태도이다.
176p

또 돈독 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돈이 너무 많아 돈독이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가진 돈이 스스로 돈을 벌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잔고 속 0의 개수가 버블버블 늘어나서, 그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들은 신나고 흥겹게 그 독에서 유영한다.
반대편에서는 누군가 돈이 턱없이 부족해서 돈독이 오른다. 당장 다음 달의 평범한 일상이 불투명하고 요원해서, 아무리 일해도 도무지 여유 있는 삶이 도래하지 않고 언제나 현실이 빠듯하고 거칠어서, 원하지 않는데도 내몰리듯 돈독이 올라 지나치게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 된다.
170p

겪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내가 생활에서 접할 수 없는 이야기, 평생에 한번이라도 경험할 일이 있을까 싶은 이야기들을 책을 통해 겪는다. 그러면서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다른사람에게 상처주는 행동을 하지 않았나? 되돌아보고 앞으로 행동할때 조심하려고 애쓴다. 그것이 순간으로 그칠지라도 말이다.

사람들이 찡그리거나 돈을 밝힐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책은 나를 1g이라도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만든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광화문 교보문고에 대문짝 만하게 써있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라는 문구가 오늘따라 와 닿았다.


1/3만 읽고 맘에 안든다며 중고책에 내놓으려고 했던 섣부른 나의 판단을 후회하며, 그래도 다 읽고 내놓으려고 마저 읽은 행동은 잘했다 싶다. ㅋㅋㅋ


버스기사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끼고 있는 이유는 햇빛과 먼지를 피하기 위해서일뿐 아니라 표정을 감추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궁금해서 이 책에 소개된 <나는 그냥 버스 기사입니다> 도 주문해뒀다.



여러모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책.

여러 에피소드가 참 좋았던 책.

인간 요조에게 다시 한 번 반한책.

(음악 고민을 하는 요조언니한테는 미안하지만 음악은 중간에 그만 두더라도 글은 평생 썼으면 좋겠다. ㅋㅋㅋ)


오늘 이 책을 다 읽으며 마음의 온도가 1도는 높아진것같다.


이제 요 책은 소중히 책장으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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