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에세이]충동구매




 


어제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다녀오면서 강남 신세계에 들렀다.

쇼핑 계획없이 나와서 장바구니도 없고 뭔가를 담을 통이나 프로듀스백도 챙기지 않았는데 곰이 매우 가고싶어했다.


울곰에게 백화점 푸드코트는 천국이었다.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맛집이 한군데 모여있는곳이 바로 백화점이 아니던가. 그냥 한바퀴 둘러만 보아도 신기한것 먹고싶은것이 지천이다. 문제는 내가 채식을 한 뒤로 먹을 것이 없으니 - (정말 먹을게 없다. 고기가 안들어 간것이 이렇게 찾기 힘들줄이야. 왜 그렇게 공장식 사육방식에 비 인도적으로 빨리 많이 키워야 하는지 이해가 갔다. 고기 소비가 너무 많다.) - 자기도 혼자먹기엔 뭣한지 시들해졌지만 근처에 온김에 구경하고 싶다고 했다.


식사빵이랑 안주거리 몇 개 사고, 6.2. 데이 맞이 할인하는 유기농 제품 몇 개 사고, 음료도 사왔다.

장바구니를 안가져가서 내 가방(에코백)이 장바구니로 변신했다.

내 가방의 장바구니화


분다버그는 내가 좋아하는 음료다.

진저비어를 제일 좋아하는데 진열장에 처음보는 맛이 있었다. 색도 고운 트로피컬 망고맛.


들고가기도 무거울테지만 사고싶었다.

갈색병도 초록병도 분홍병도 먹어봤는데 얘는 노랑병이다~ (이걸 보고 반하지 않는자 누구인가?)


곰이 자기가 다 들고 갈 수 있다고 큰소리쳐서 더욱 걱정않고 무사히 사들고왔다.


그리고 오늘 점심, 기대에 차서 개봉했다.

시중에 파는 걸죽한 망고주스에 얼음 넣어 먹는것도 좋아하는 나는 이것도 중간만 가면 실패할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분다버그인데…


어제사온 빵으로 샌드위치 만들고, 역시 어제 사온 유기농 그래놀라 곁들이고 예쁜 분다버그도 따랐다. 요즘 날씨에 빵은 오래 보관하면 곰팡이가 생기고 식사빵 이외의 달콤한 빵은 안먹으려 노력중이라 하나만 산 건 참 잘한일이라고 생각했다. 빵도 고소하고 맛있게 한끼에 다 먹었더니 뿌듯했다.


시중의 시리얼은 gmo옥수수 100%이기 때문에 내 돈주고는 절대 사먹지 않는다. 한살림 시리얼은 초코가 없어서 아쉬웠던차에 구하기 쉽지 않은 유기농 초코 그래놀라를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었다. ‘이런 현명한 소비를 봤나’ 생각하며 스스로 만족하고 있을때였다.

이제 분다버그를 따라 마셨는데 ‘윽!’ 이게 배신할지 정말 몰랐다. ‘트로피컬 망고’ 라더니만 사이다에 인공망고향을 잔뜩 입힌 아주 저렴한 맛이났다. 맛있다 맛없다를 넘어서 매우 인공의 맛이었다.



속상했다.

요즘 탄산음료나 인공합성음료를 아예 마시지 않아서 예민하게 느껴진 것일수도 있다. 다른 사람 입엔 맛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병 딴 것을 반도 마시기 힘들정도로 먹기 싫었다. 나는 필요하지도 않은걸 들고오기도 무겁게 왜 샀을까? 후회가 됐다.


유리병에 들어서 쓰레기문제에서는 나을지 몰라도 수입음료다. 무거운 유리병에 무거운 물까지 들어서 수천킬로미터를 오는동안 엄청난 탄소를 배출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나지않아 대체할 수 없는 올리브유 같은 물품도 아니다. 음료는 여기서 만든것도 천지다. 예쁜병에 혹해서 충동구매한 나한테 화가났다.


또 백화점 마트에도 화가났다.

이게 한병씩 살 수 있도록 되어있으면 절대 4개나 사진 않았을 것이다. 한병만 사서 먹어볼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굳이 4병씩 팔아서 필요없는 구매를 촉진시키다니…

상술에 넘어간 내 잘못이지만 그 상술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은것들> 과 <소비를 그만두다> 를 읽고 마트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지 않고 생협과 로컬상점을 이용하려고 애쓴다.


수입물품을 완전히 안사기는 힘들어도 생각없이 구매하는 일은 없어야 할것이다. 꼭 필요한게 없는데 방문했을때부터 이미 충동구매, 불필요한 소비는 예정되어 있던 일인지 모른다. 아니 예쁜 것에 혹하지 않고 조금 더 이성적으로 따져보았어도 샀을까? 싶다.


내가 소비하는 작은 것 하나도 영향성을 생각해서 신중히 고르는 사람이 되고싶은데 현실의 나는 너무도 나약한것….


오늘의 (아니 어제의) 소비를 반성한다.



식품 수송에 필요한 탄소배출량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마트 식품은 장소만 이동해 진열한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푸드 마일리지는 다른 나라 푸드 마일리지의 수십 배를 초과하는 것을 도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마트에서 천연덕스럽게 진열된 농산품들은 엄청난 규모의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탄소배출량, 에너지 소비를 통한 결과라는 점이 드러난다.

(…)

지구가 오염되면 인간도 살 수 없다. 그리고 지구를 파괴하는 것은 바로 지구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상품 소비다. 마트는 가장 심각한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제품들의 천국이라는 점에 주목해보아야 할 것이다.


-신승철 <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것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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