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에세이]분주했던 초복




 

게을러서 고생이다.


올해는 비도 계속 오고 날이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해서 하루는 반팔을 꺼내 입었다가 또 하루는 외투를 꺼내입고, 이불을 얇을걸로 바꿨다가 다시 이불을 꺼내는 등 상황에 따라 대충 살다보니 계절 옷정리를 초복인 오늘에서야 했다.


겨울옷 봄 가을옷 정리해서 넣고 여름옷 꺼내두고, 거실의 데이베드 시트랑 쿠션커버도 싹~ 바꾸고 그러는 김에 비울것도 좀 더 비우고 대청소도 했다.



그런데 오늘은 이런 일을 하기에 좋은 날씨가 아니었다.

너무도 습하고 더워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뻘뻘나고 옷을 개고 있으니 내 살에 먼지며 옷에서 떨어진 것들이 다 달라 붙었다. 발에 붙는 느낌이 싫어 청소기를 몇번이나 돌렸는지 모르겠다.


진즉 했으면 좀 덜 고생했을것을 꼭 미루고 미루다가 제일 안좋은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란 인간이란 참…


그래도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미니멀하게 살겠다고 집을 한 번 뒤집은 것이 도움이 되어 훨씬 빨리 쉽게 끝냈다. 이번에 정리하면서 새로 들이지 말아야지 옷도 사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싹~ 치워놓고 팥빙수 만들어 먹었더니 어찌나 개운하던지…

일을 해치우고 나서 먹는 달콤한 팥빙수와 찹쌀떡은 그 어떤 산해진미 부럽지 않았다.


팥빙수와 토스트 한 쪽을 간식으로 먹었더니 저녁준비가 늦어졌다. 그래서 준비도 쉽고 소화도 쉬운 오늘 메뉴가 더 좋은 선택이라고 느껴졌다.


곰이랑 연애할때 명동에서 길거리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복날 몸보신 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었다. 어떤 외국인 연예인의 발언 때문에 특히 개고기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으로 기억한다.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농경사회 육체노동을 하던 시대, 먹을게 흔하지 않던 시절에 삼복더위에 일하다 몸이 축날까봐 지켜왔던 문화 아니냐고 현대에는 전~ 혀 필요없는 날 같다고 대답했다.


어떤 방송에 나왔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두고두고 대답 잘한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머리로는 알았을지 몰라도 그런 대답을 하던 나도 개고기는 안먹었어도 꼬박꼬박 삼계탕을 챙겨먹고 몸보신 한다고 말하곤 했다. 한국에 있던 외국인 친구가 오늘은 한국에서 ‘닭이 대량살상 당하는 날’ 이라고 농담(?)하면 재미있는 이야기인냥 깔깔 웃어 넘겼었다.


기후위기 시대, 지구상의 모든 탈 것(운송수단) 에서 배출하는 탄소보다도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탄소가 많다. 공장식 축산의 문제는 어마어마 하지만 집약적으로 가둬놓고 키우는 방식 때문에 전세계 항생제의 70%가 들어간다. 비 인도적 환경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살다 잔인하게 도축되는 동물을 먹는게 ‘보신’ 이 될 것 같지 않다.


고기를 끊는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나는 채식을 하면서 내가 고기를 참 좋아하던 인간이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마음에 고기를 먹는게 아니라는걸 안다. 먹었던 맛을 못잊어서, 또 복날때마다 습관적으로 하던걸 하는것도 안다.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될 수 없어도 복날에 일부러 더 찾아먹고 챙겨먹지 않고 복날이니 더욱 고기를 줄여보자고 생각할 수는 있지 않을까?


지금처럼 육식을 하면서는 절대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없다. 지금 당장 모든 탄소배출을 멈춘다해도 이미 배출된 탄소 때문에 이상기후를 막을 수는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Emergency다.

우리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삶이 지금 우리의 행동에 달렸다.


오늘 저녁 초복 복달임 음식으로 LA김밥을 만들어 먹었다. 칼질만 하면되니 삼복더위에 좋은 음식인데다 색도 곱와서 눈으로도 행복하고 잘 차려먹는 느낌이들어 좋은것 같다. (곰이 잘 못말아서 천천히 먹는것도 너무 좋다. ㅋㅋㅋㅋㅋ )



남은 중복, 말복은 더 채소채소하게 보내야지.


그 때 해먹으면 좋을요리들, 파티하는것 같은 근사한 요리들도 생각해 봐야겠다.

조너선 샤프란 포어의 <우리가 날씨다> 를 읽고 있다. 그 책에서 나온 말 처럼 우리는 어떤 처방을 내릴까 고르고 자시고 할 여유가 없다.


할 수 있는 모든것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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