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에세이]남겨둬야 아름다운 것




 

지하철 탈 때마다 궁금했던 자판기 음료가 있다.


내가 마트나 편의점에선 한번도 본 적 없는 초코음료.


초콜릿을 좋아하는데 초콜릿에도 카페인이 있는데다 어떤 성분 때문인지 모르지만 한 조각만 먹어도 바로 위가 아파진다. 덕분에 못먹은지 한참이다. 최애 음료도 시그니처 초콜릿 이었는데…


동전도 천원짜리도 없어서 만날 그냥 지나치다가 오늘은 500원짜리 동전 두개가 있어서 자판기 초코음료를 구입했다.



진열화면에 있는 그대로 촌스러운 주황 Ghana를 기대했건만 너무 초코스러운 초코가 나와서 좀 실망했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기대에 차서 한 모금 마셨다.

엥??

무슨 맛이야?

이 맛이 아닌뎅?


내가 기대한건 초코우유랑 비스무리한 맛이었는데 이건 코코아 가루를 물에 탄 맛이었다.

음~ 아니 정확하게는 자판기에서 파는 ‘우유’(진짜 우유 말고 종이컵에 나오는 탈지분유 우유) 음료에 코코아 가루를 한스푼 넣어서 차게 식힌 맛?


한마디로 완전 별로였다.


곰이 옆에 있다면 한모금 마시고 곰 다 줄 맛이구만.. 😝 지하철 타기 전까지 다 마시느라 힘들었다. 다행히 175ml 라 양이 적어 가능했다.


‘ 그냥 마시지 말 걸 …. ‘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날때마다 저 음료는 어떤 맛일까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초콜렛은 대부분 초콜렛이 아니다.

초콜렛은 카카오버터와 카카오매스가 일정비율 이상 들어가야 하지만 우리나라 초콜렛은 대부분 카카오가루 약간과 팜유가 들어간 준 초콜렛이다. 초콜렛이라고도 맛있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그래도 가나 초콜렛과 ABC초콜렛이 더 맛있을때가 있다. 아니 더 맛있다기보다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카카오함량이 높은 진한 초콜렛에서 느낄 수 없는 촌스러운 추억의 맛?


어렸을때 내 양 손을 펼친것보다 더 크고 뚱뚱한 가나 초콜렛을 아빠가 퇴근길에 사다주면 참 행복했었다. 다 먹을때까지 시간도 한참 걸렸다.


이 음료를 처음 발견했을때부터 생각했다.

옛날 가나 초콜렛 맛일까?

그걸 녹여 우유에 탄 맛일까?

고급지지는 않겠지만 매력있는 맛일까?

초코우유보다는 진하겠지?



궁금했다.

옛기억을 되살리는 촌스러운 주황색 디자인이 더욱 맘에 들었다.




그 옆에있는 더 크고 300원 비싼 초코라떼가 아니라 가나Ghana 에 끌렸던 것도 그 이유에서다.


그런데 에잇…!!


괜히 마셨다.

이제 내 즐거운 상상도 끝이다.


보면서 어떤맛일까 궁금해 하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이제 볼 때마다 맛없는 이 느낌이 기억되려나?


어떤 일은 경험하지 않는것이 더 좋을때가 있다.

첫사랑을 다시 만나지 않는것 같은.. ?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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