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돋우다]집을 나서기 전과 집에 오는길





누빔으로 바느질 된 베갯잇으로 교체한게 문제였다.


주로 옆으로 누워 태아자세로 자는 나는 자고 일어나면 얼굴 한쪽에 선명한 베게자국이 나는일이 많다.


오늘은 거울을 보다 깜짝 놀랄정도로 자국이 나있었다.


학창시절엔 아침에 일어나 비몽사몽 씻고, 옷을 입거나 아침을 먹을때 쯤이면 이미 그런 자국은 사라지고 없었다. 엄마가 어떻게 잤길래 얼굴이 그렇게 됐냐고 해도 귀담아 들은적이 없었다. 별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 탱탱볼 같던 시절!!)


오늘따라 깊게 새겨진 자국은 내가 나갈준비를 다하고 집안을 정돈하고 준비를 마친상태가 되어도(그러니까 몇시간이 지났는데도) 없어질 생각이 없었다. 이대로 누가 보기라도 하면 창피할것 같았다.


마스크를 써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제는 덥고 습한데 마스크까지써서 짜증이 났는데 오늘은 다행이라니…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창비출판사 서평단에 뽑혀서 읽고싶었던 신간을 받았다. 사이즈도 콤팩트 하고 무겁지도 않길래 들고나갔다.


종이책은 가급적 들고나가지 말자고 생각한다.

가방이 큰 경우가 아니면 책 때문에 한 손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중요한 부분을 표시하려고 포스트잇도 따로 챙겨야하고 몇자 읽지도 못하고 그냥 들고만 다니는 일도 많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큰 가방을 들고가서 손이 모자라진 않았지만 돌아올때까지 펴보지도 못했다. 내내 들고 다닌것이 아까웠다. 버스안에서 머리말이라도 읽자고 생각했다.


얼마 전 현대인의 생활은 예전 기준으로 하인 11명을 데리고 사는 것과 같다는 글을 봤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금 사는것처럼 살면 지구 3.3개가 필요하다. 우리가 쓰고 먹는 상품 하나하나가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자원을 파괴하고 서식지를 빼앗으며 만든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 안에서의 이야기


농촌은 도시가 커지는 만큼 피폐해졌다. 강준만 교수는 ‘지방은 내부 식민지’ 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농촌은 젊은이와 식량을 도시로 보냈고, 도시는 농촌으로 혐오 시설과 쓰레기를 보냈다. 석탄화략발전소, 원자력발전소, 폐기물처리장, 화학공장 등 각종 기피 시설이 지방으로 왔다. 축산업도 그중 하나다.


지방을 내부 식민지 라고 표현하는것에 공감했다. 우리는 먹는것을 모두 소수의 나이든 농부들에게 외주주고 농작물을 상품으로 소비한다. 우리 시가가 있는 동해 삼척에는 화력발전소가 4개나 된다. 지구는 소수의, 소위 부자 나라를 위해 존재하고 지방은 서울과 수도권을 위해 존재하는것 같았다. ‘서울 공화국’ 이라는 말도 괜히 나온것이 아니다.


한꺼풀 더 들어가면, 축산업의 폐해는 악취로 끝나지 않는다. 값싼 고기를 만드는 구조는 열악한 노동환경, 지하수 남용, 가축용 항생제로 인한 수水생태계 교란, 막대한 온실가스를 남겼다. 과도한 육류 섭취로 인한 건강 악화와 국가보건 비용 상승도 빼놓을 수 없다. 채식을 말할 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다.


다른 나라와 다른 도시를 식민지화 하는일, 거기에다 이렇게나 많은 문제를 만드는 일에 육식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저자가 사는 동네에는 채식을 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한다. 돼지를 가장 많이 키우는 지방에서 채식이라니 … 소비하지 않음으로 생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그 동네 주민들이 축산농가와 비축산농가로 나눠져 얼마나 갑론을박 끝나지도 않을 논쟁을 하며 도시생활자의 안락을 위해 피해를 보는지도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공장식 축산을 반대해 채식을 하던 저자는 자연양돈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살아있는 동안 존중받으며 사는 동물들을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거창하게 표현하면 예의를 갖춘 고기랄까. 생명을 정성 들여 키우고 그 생명을 죽여서 먹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고귀함을 지킨다는 면에서 채식의 연장이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결국 잡아먹힐 거라면 살아있는 동안 행복했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그럼 인간은 모든 생명을 먹는것에 책임을 져야 하는가? 완전채식(비건)만이 옳은가? 의문이 생겼다고 한다. 그 질문은 현재 나의 질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무는 바람에 돼지를 키우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게된 채식주의자가 직접 1년동안 돼지 세마리를 자연양돈방식으로 키우고 잡아먹은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육식과 채식, 자연양돈, 동물복지등 어떤 대답을 찾았을지 궁금하다.


그렇게 가지고 나간 보람을 느끼며(?) 집에 오는 버스에서 이 책의 머리말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도 기대된다.


그리고 나는 내려야 할 정류장을 …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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