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에세이]깨 씻고 깨 볶는법






엄마랑 깨볶았다. ㅎㅎ


깨볶았다고 하니 무슨 연애하는 느낌이지만 글자 그대로 깨를 볶았다. 검은깨.


작년 40일이 넘게 지속된 어마어마한 장마에 가을태풍으로 깨농사를 망쳐 수확량이 1/10로 줄었단다. 한살림에선 올해 아예 깨도 참기름도 팔지 않고 다른 유기농 매장에서 찾아보니

국산 참기름은 무려 100% 가격인상!

작년에 2만5천원 주고 산 참기름이 올핸 5만원 이었다. ㅠㅠ 너무 비싸서 차마 살 수 없었다.

기후위기의 징후가 내 삶에서 자꾸 느껴진다.


매번 깨는 엄마집에서 당연하게 갖다 먹었다.

“엄마 깨 없어!”

라고 전화하면 볶아놓은걸 갖다 먹으라거나 볶아놓을테니 가져가라고 했다.

그런데 올해는 엄마도 깨가 너무 비싸서 사지 않았다고 한다. 아쉬운대로 참깨는 인도산 유기농으로 구입하고 흑임자는 냉장고에 남은것이 조금 있어서 오늘 깨를 볶았다.

물론 내가 아니고 엄마가 ㅎㅎㅎ


이제 니가 해먹으라며 잘 보고 따라하라는데 거참

따라 할 수 있게 하질 않는다. 불친절한 엄마미! 자신 좀 찍는다고 천천히 하라면 절대 기다리지 않는다. 아직 못봤다고 해도 멈추지 않고 본인 속도로 진행한다. 거참…

손을 좀 천천히 하거나 잠깐만 가만히 있으라고 해도 그럼 탄다면서 안된다고 협조하지 않아서 그나마 건진것이 지금 메인 사진이다 ㅎㅎ


여튼 불친절한 엄마미의 깨 씻고 볶는 법을 기록해둔다. 오늘 보니 깨볶는건 모래나 이물질을 잘 씻는것과 볶을때의 불조절이 중요한것 같다.

사진이 다 이럼

1. 우선 깨에 물을 조금만 받아 쌀씻듯이 씻어준다. 그리고 물을 많이 받아 조리로(조리가 없으니 그냥 체로) 깨를 건진다. 깨를 건지다보면 바닥에 돌이나 모래같은 것들이 가라앉는다. 그걸 버린다.

물을 두어번 받아서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은 눈 깜짝할 사이에 엄마 혼자 끝냈다.)


2. 두어번 씻다보면 돌이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체에 밭쳐서 물을 뺀다. (체에 밭친 사진도 못찍었다. 체에 밭친지 몇 초 되지 않아서 찍으려는 찰나에 바로 다음단계로 넘어갔다. 🥲)




3. 젖은 깨를 웍에 담고 불을 켠다. 물기가 없어질때까지는 센불로 볶는다.


4. 저을때 물기가 없고 주걱에 붙은것도 떨어지고 뽀송해지면(그리고 색이 달라진다) 불을 줄인다.


(왼)젖은 깨와 (오)마른 깨 확연히 다른 색

5. 이제부터 언제까지 볶을것인가가 중요하다.

깨가 다 볶아졌는지 아는 법은 몇개를 집어 보는 것이다. 손가락으로 문질러서 깨소금으로 바스러지는 때까지 볶아야 한다.


6. 탁탁 튀는 소리가 나고 이쪽 구석 저쪽 구석 깨를 집어 부숴봤는데 골고루 다 바스러지게 볶아지면 불을 끈다. 그리고 잔열로 조금 더 볶는다. (그래야 더 고소하다고 한다. 왜 그러냐니까 그냥 그렇단다. 눼눼)



7. 다 볶은 깨는 후라이팬에 이 상태로 올려놓으면 
절대 안된다고 했다. 애써 볶은 깨가 잔열로 탈 수 있다고 한다.(엄마가 해봤단다 ㅋㅋㅋ) 그리고 후라이팬 바닦에 남은 찌꺼기가 담기지 않도록 조심한다. (깨 아깝다고 저 가루까지 다 담았다가 한소리 들었다.)




그릇에 부어 식혀주고(플라스틱은 노노) 깨가 완전히 식어서 더욱 바삭&고소해지면




담아서 쓸 그릇에 옮긴다.


한통 가득 깨를 볶고, 엄마랑도 티격태격 깨를 볶고나니 든든하고 좋았다.

진짜 고소했다.


이런 수고가 들어가는 걸 만날 누르면 나오는 자판기처럼 말만하고 쉽게 얻어다 먹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내가 직접 깨를 볶아서 엄마도 나눠주고 (생색을 왕창내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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