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으로먹고, 비빔밥으로 먹고, 국수에 올려먹고 여름에 이보다 더 활용도 높은 김치가 있을까요?
열무, 얼갈이, 감자, 양파, 풋고추, 마늘 모두 이계절에 나는 것들로만 만든 제철의 황홀한 맛,
열무김치!
김치야말로 제철음식의 정수가 아닌가 싶어요.
저는 명인에게 1년 김치를 배웠는데요. 그때, 이것이 지혜구나 생각했던적이 있어요. 같은 김치라도 계절에 따라 달리 만든다는 거죠.
홍고추가 나는 계절엔 홍고추를 갈아 넣으면 고추가루를 덜써도 되고 색도 곱고 시원한 맛이나죠. 홍고추가 나지 않는 겨울엔 말린 고추를 불려서 갈아넣고요.
요즘엔 언제든 마트에 가면 다 구할 수 있으니 여름김치에 사과나 배를 넣기도 하고, 한겨울에도 오이소박이를 담글 수 있지만 제철이 아닌 농산물이 제 맛과 제 성질을 가지고 있을리 없죠.
제 계절이 아닐때 홍고추를 넣으면 김치에서 물냄새가 나고, 한여름의 배는 무보다도 맛이 없으며, 한겨울에 부추는 흙냄새가 나고 질겨서 오히려 김치 맛을 해친다고 배웠어요. 너무 신기하죠?
더욱이 인위적으로 계절을 역행해 길러내는데 많은 에너지가 들고 비료나 호르몬등의 처리를 하기도 하니 아무리 과학과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것이 인간에게도 가장 좋은 일인것 같아요.
오늘 소개할 풋고추 열무김치엔 고추가루가 들어가지 않아요.
고추가 많이 나는 계절에 고추를 따다 활용하거나 고추농사 끝물에 모양도 예쁘지 않고 가루를 말리기에도 좋지 않은 고추로 만들어 먹던 음식이래요. 너무 훌륭하죠? 어쩌면 당연한 일일테지만 식재료를 대하는 철학이 너무 좋아서 만들어봤어요.
또 이 열무김치엔 쪽파도 들어가지 않아요.
쪽파는 보통 봄에 한 번 김장철에 한번 수확하는 파라서 지금 구하기도 힘들고 비쌀 뿐더러 제 맛을 내지 않아요.
대신 요즘 너무 맛있는 양파를 갈아넣고 부추를 넣습니다.
제 계절의 음식을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아낄 수 있어요. 인공적인 온열재배를 하지 않아도 되고 장기보관하는데 에너지를 들이지 않아도 되지요. 또한 맛도 영양도 최고인 식품을 놔두고 철이 아닌 것을 비싸게 사다 먹는건 모두에게 손해가 아닐까요?
서론이 길었네요.
여름이면 열무김치 두 세번은 담가 먹고 지나잖아요? 그때 고추가루 없는 이 레시피도 활용해보시면 좋을것 같아요.
색도 곱고 맛도 익으면 쨍한 시원함이 일품인 풋고추 열무김치!
지금부터 담가볼게요.
재료: 열무 1kg, 얼갈이1kg, 청양고추 150g, 풋고추 300g, 감자 2개, 양파 2-3개, 부추 100g, 새우젓, 멸치액젓, 굵은소금, 사과농축액, 마늘 15개, 생강 한톨. 물.
1. 열무와 얼갈이를 준비해서 물에 담가 씻어주세요. 사이사이에 흙이나 이물질이 있으니 물에 잠시 담가뒀다가 흐르는물에 헹구는게 좋아요. 절인 뒤에 한번 헹굴거라 너무 많이 씻지 않아도 돼요.
2. 열무와 얼갈이는 뿌리를 제거하고 각각 먹기 좋은 크기로 (3등분) 잘라줍니다.
*** 뿌리 부분도 버리지 마시고 말려서 채수낼 때 활용하세요.
3. 절임물을 만들건데요. 물2리터에 소금 한컵 반을 넣고 손으로 소금이 모두 녹을때까지 잘 저어주세요.
4. 열무를 먼저 조금씩 소금물을 묻혀준다는 느낌으로 담가서 절임볼에 옮겨담고 같은 방식으로 얼갈이를 그 위에 담아 줍니다. 남은 소금물도 모두 부어주세요.
*** 얼갈이는 열무에 비해 매우 금방절여져요.
열무를 바닥쪽에 두어 골고루 절여지도록 해주세요. 중간에 한번 뒤집어 줍니다.
5. 감자 두 개(중간크기 이상)를 준비해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감자가 모두 잠기도록 물을 부어 삶아주세요. 감자풀을 쑬건데요. 열무와 감자는 찰떡궁합이라 감자가 열무의 쓴맛을 중화시키고 구수한 풍미를 살려줘요. 그냥 삶아 갈아서 쓸거라 다른 풀보다 쉽고요.
***감자삶은물도 같이 갈아 넣을거예요. 물을 감자가 잠기도록 넉넉히 부어주세요.
7. 이쯤에서 절이고 있는 열무를 한번 뒤집어 주세요.
8. 양파, 풋고추, 마늘, 생강을 넣고 물 2컵을 넣어 모두 갈아줍니다.
9. 삶은 감자도 한김 식혀서 삶은물까지 모두 넣어 갈아줍니다. 저는 이때 물 두 컵을 더 넣었어요.
*** 풀은 꼭 식혀서 써야해요. 너무 뜨겁다면 찬물에 냄비째 담가두어도 좋습니다.
어때요? 색이 참 곱죠? 8.9의 양념을 섞어주세요.
10. 열무가 나른하게 절여지면 헹궈줍니다. 체에 밭쳐서 물기를 빼주세요.
*** 이때 절여진 열무 하나 맛을 보세요. 짜게 절여졌으면 이때 두어번 헹구면 되고 적당하게 절여졌으면 한번만 헹구면 됩니다. 절대 많이 헹구지 마세요. 싱겁고 물냄새가 날 수 있어요.
11. 물기가 빠지는 동안 양념을 만들건데요.
새우젓3큰술, 액젓 60ml, 사과농축액 3큰술을 넣어주세요. 사과농축액을 김치에 넣으면 단맛도 나고 나중에 익었을때 국물맛이 좋더라고요. 사과는 김치에 찰떡인데 이건 농축액이니 더 잘어울리는것 같아요. 매실청이나 설탕으로 단맛을 대신해도 괜찮아요.
*** 같은 양을 같은 방법으로 절여도 그때마다 절임 정도가 달라요. 절여진 열무 하나가져다가 양념에 찍어서 맛보세요. 열무가 싱겁다면 양념간을 좀 세게하고 열무가 짜면 양념에 간을 줄여주세요. 한국음식은, 더욱이 김치는 베이킹처럼 정확한 계량을 필요로 하는 요리가 아니니 레시피를 ‘이 정도겠구나~’ 참고하시고 가감하면 됩니다.
****비건용은 이 과정에서 액젓대신 소금으로 양념 간을 맞추면 됩니다. 감자도 양파도 갈아 넣어서 익으면 개운하고 맛있어요.
12. 양념에 열무를 넣어 골고루 살살 버무려주세요. 마지막에 부추를 넣고 버무립니다.
물김치가 아니지만 이렇게 국물이 자박하게 있어야 두고먹어도 김치가 맛있어요.
초록초록 색도 너무 예쁘지 않나요?
요즘 날씨엔 하루면 익더라고요. 실온에서 하루 두시고 냉장고에 넣어주세요.
익으면 색은 좀 누래지지만 청량한 맛이 달라요.
고추가루가 들어있는 열무김치도 물론 맛있지만 고추가루 특유의 냄새가 나지않는 조금은 더 동치미 스러운(?)ㅎㅎ 열무김치가 됩니다.
감자밥해서 비벼먹어도, 보리밥에 비벼먹어도,
비빔국수, 비빔밥에 넣어도 반찬으로 내도 좋은 활용도 만점 열무김치 담가보세요.
모두 제철재료만 활용했기 때문에 맛도 좋고, 구하기도 쉽고, 재료비도 저렴합니다.
지구에도 좋은건 물론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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