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에는 국화전, 국화주, 국화화채 를 만들고 호박고지, 시루떡, 단자 등을 만들어 나누며 한해 농사지은 수고에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고 한다.
오늘 가을 절기학교 에서는 한로에 딱 맞는 절기음식을 배웠다.
무를 넣어 만드는 ‘붉은팥 무시루떡’과 ‘밤단자’다.
시루떡은 많이 먹어봤어도 무를 넣은 시루떡은 어떤맛인지 모르는데다 단자는 잘 모르는 떡이라 궁금했다. 떡은 만들어 본적도 몇 번 안돼서 같이 만들 생각에 기대도 됐다.
채식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비건음식으로 떡 만한게 없다는 점이 부각되며 최근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던데 우리곡물로 만든 건강한 우리떡이 발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습을 시작했다.
떡은 다들 해보지 않은 음식이라 순서나 도구도 잘 모르고 양이나 방법도 가늠이 안돼서 선생님 하시는 걸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쩔쩔맸다.
올 가을은 밤과 인연인지 밤까느라 두번째 손가락에 굳은살이 다 박혔다.밤단자는 밤을 까서 찜통에 찐 다음 체에 곱게 내리고 그걸 반으로 나눠 다시 조청과 계피가루 소금을 넣어 앙금과 고물을 만든다. 찹쌀가루를 반죽해 찜통에 익힌 뒤 치대서 앙금을 넣고 둥글게 모양을 빚는다. 그 떡을 밤가루에 다시 굴려 완성하는 아주 손많이 가는 떡이었다.
떡 두가지 만드는데 엄청난 시간과 공이 들었다.
온갖 조리도구도 다 나오고 설거지도 잔뜩이었다.
진행을 맡으신 활동가님 덕분에 수월하게 할 수 있었지만 보통일이 아니었다.
우산도 안가져갔는데 비가와서 돌아오는 길도 험난했다.
진이 빠진채 집에 돌아와 밤단자를 검색해봤다.
밤단자:
찹쌀가루를 쪄서 오래 치대어 자그맣게 끊고 밤을 삶아 체에 내린 밤고물을 묻히는 치는 떡으로 궁중과 반가에서 추석 때 차례상에 올리고 겨울철 다과상에 내던 고급떡.
손이 많이 가는 고급떡으로 궁중이나 반가에서 추석 때 시절식으로 차례상에 올리고 겨울철 다과상에도 올리는데 이 때 한가지만 만들지 않고 대추단자, 석이단자, 유자단자 등과 같이 만들어 각색단자를 올린다.
사전에 ‘손이 많이 가는 떡’ 이라고 나와있었다.
ㅋㅋㅋㅋㅋ 어쩐지ㅋㅋㅋㅋㅋ 헛웃음이 났다.
다행히 두 떡 다 맛있었다.
무 시루떡은 아직 무가 맛있을 철이 아니라 무에서 특유의 지린맛이 조금 났지만 맛있는 가을무로 만들면 달큰하고 촉촉하니 팥 시루떡보다 맛있겠다.
밤단자는 손이 많이가는 고급떡답게 아주 맛있었다. 맛있는 밤으로 속도 채우고 체에 내린 밤고물에도 굴렸으니 그럴수 밖에….
점심을 훌쩍 넘긴 시간이라 차만 얼른 끓여서 만들어 온 떡 몇조각 떼 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그리고 저녁에 곰이랑 같이 먹으려고 ‘한로’ 특집 절기 다과상을 차렸다.
송편이나 쑥버무리, 경단 같은 떡 말고 이렇게 본격적인 떡을 만든건 처음인데 초보가 하기에 너무 어려운걸 배웠다.
‘앞으로 떡은 사먹는걸로…’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시중에서 잘 팔지 않는 떡이고 나는 건강한 음식에 관심이 많으니 언젠가 다시 만들지 모르지만 지금 같아서는 그 언제가가 언제가 될 지 모르겠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만든건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언제 다시 먹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므로 국화차도 우려 이~ 쁘게 담아 먹었다.
국화차와 시루떡 그리고 밤단자를 제대로 맛 본 잊을 수 없는 한로가 될 것같다.
맛보다.
1.
음식의 맛을 알기 위하여 먹어 보다.
예) 국을 맛보다.
2.
몸소 겪어 보다.
예) 이역만리에서 조국의 고마움을 비로소 맛보았다.
3.
몹시 혼나다.
예) 한번 뜨겁게 맛봐야 그 버릇을 고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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