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세가지 듬뿍 넣고, 진하게 우린 육수에 들깨듬뿍 순두부 끓이고, 마늘볶다가 양배추 넣고 허브솔트만 뿌린건데 왜 맛있는지 의문인 양배추 볶음해서 건강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
낮에 장보러가서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떡볶이를 먹었더니 속이 좋지 않았다. (어묵에서 너무도 비린내가 나고 양념도 별로에 만든지 오래된 인생 최악의 떡볶이였다.) 아점에 가까운 시간에 먹은데다 1인분을 둘이 먹었는데도 늦도록 배가 고프지 않았다. 위를 달래줄 신선한 음식이 필요했다.
땅콩밥 어게인, 순두부 안들어간 버섯 들깨탕, 농부시장에서 사온 노지달래와 부추넣고 장떡, 밥반찬이라 치즈랑 우유는 안넣은 시금치 프리타타, 김치3종과 케일쌈으로 저녁먹었다. ‘아~ 이런게 집밥이지, 이제야 좀 살겠네.’ 하는 느낌이 들었다.
밥을 먹을까? 파스타를 만들어 먹을까? 고민하다가 토스트 먹었다. ㅋㅋㅋㅋㅋ 쌀빵에 땅콩잼 얹고 사과 얹어서 커피랑 먹으면 으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조합이다. 그러고보니 나 땅콩러버네.
결혼기념일이지만 평소와 같은 밥상으로 저녁먹었다. 주말에 김장을 하려면 냉장고를 비워야 하기 때문에 묵은지 두가지(유채김치, 깻잎김치) 지져서 계란후라이와 김만 곁들여 먹었다.
차린건 소박해도 완전 밥도둑! 밥이 더 없어서 못먹었다 ㅎㅎ 그리고 카페에 가서 디저트 겸 조각케이크 하나 시켜놓고 우리만의 소박한 기념을 하고 돌아왔다.
먹고 남은 김치찌개 국물에 물을 더 붓고 라면을 넣어 끓이면 국물까지 다 먹을 수 있다. 소면을 삶아 넣으면 기름도 없고 더 좋은데 귀찮으니 라면으로 넣었다. 오랜만에 곰이 또 ‘끄어~’ 거리며 잘 먹더라. 빨간쌀이랑 통밀 넣어 앉힌 알록달록 밥, 만날 두부를 기름에 부치는것 같아서 찜으로 올렸더니 따뜻하고 보드라운 두부의 본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달래장에 김이야 환상의 콤비고 ….
밥만 했는데 남은 음식으로 풍성했던 저녁 상.
한살림 생산자님이 선물로주신 토종배추 고갱이로 국 끓이고, 야채서랍에 들어있어서 잊고 있던 당면볶이도 만들었다. 곰이 엄청 좋아하며 밥을 두그릇 먹었다. 같이 맥주도 한 잔 했다.
김장채소 사러 양재 하나로 마트에 갔다.
요즘 김장철이라 늦게가면 물건이 없을거라고 엄마가 그러더니만 진짜 사람이 바글바글… 절임배추는 이미 동이 났단다. 걱정했던것과 달리 해남배추를 싸게 구입하고 무랑 갓이랑 미나리랑 다른 재료도 사고 제일제면소에서 점심으로 국수 사먹었다. 쭈꾸미 해초국수인가? 이름이 그랬는데 중간에 있는 묵은지 인지? 양파인지?(짜서 안먹었다) 저건 빼고 오독오독 해초랑 감태를 더 많이 넣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좀 짰지만 김소스의 맛은 괜찮았다.
배추를 절이고 재료를 손질하고 햇생강 갈무리도 해놓고 나니 저녁이 되었다. 엄마랑 다같이 중국집에 가서 짬뽕 먹었는데 엄마 챙기고 곰 챙기고 하다보니 사진 찍는걸 잊었다. 짬뽕먹고 우리집 근처엔 없는데 엄마집 근처에 있는 폴바셋에서 공짜 쿠폰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하고 돌아왔다.
엄마가 다 하고 난 심부름만 했지만 머리부터 목 어깨, 팔, 등, 허리 다 결리고 아픈 이유가 뭘까? ㅋㅋ 어머님 혼자 다 하신 김치를 홀랑 들고만온 게 또 죄송하고 감사했다. 점심엔 김장김치와 무청 된장지짐, 수육먹었다. 자기도 수육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곰 위해 한살림 뒷다리살 600g 한 팩 삶았다. 고기는 삶으면 수축해서 진짜 조금밖에 안됐지만 이정도로 맛 봤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같이 먹었다. 엄마도 곰도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는데 모두 동의해주었다.
미안하고 고마워 돼지야.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한다고 하면 고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혀 아니다. 체질에 안맞아 고기를 안먹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나는 채식을 한 뒤로 내가 고기를 좋아하던 인간이구나를 알았다. 한번에 딱 끊고 비건이 된 사람도 있다는데 나는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더라.
고기를 지속적으로 먹기 위해서라도 육식을 줄여야한다.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이고 비윤리적이고 비위생적인 공장식축산은 당사자 동물뿐아니라 그걸 먹는 인간에게도 재앙만 (과도한 항생제, 탄소배출, 물과 땅의 오염, 제2의 팬데믹 가능성 등) 불러올 뿐이다. 지속적으로 모두에게 건강한 고기를 먹기 위해서라도 육식을 유의미하게 줄여야 한다.
가축의 수가 줄어야 좋은 환경에서 병들지 않고 자연스러운 생육기간동안 클 수 있고 그걸 먹는 인간도 우리가 사는 지구도 건강할 수 있다.
내가 계속 이 채식일기를 올리는 이유는 보는 사람들이 ‘이 사람은 채식을 잘 하고 있구나’ 하고 느꼈으면 해서가 아니다.
‘채식 한다더니만 뭐 안먹는거 없이 다 먹고 고기도 먹긴 먹네. 그것도 채식인가?‘, ‘채식 한다고 맛없는 풀만 뜯어먹는건 아니네, 저 음식도 채식이구나?’ ‘고기가 없어도 이 음식은 맛있겠다.’ 했으면 해서다.
그러다 “이런게 채식이면 얼마든지 하겠다!” 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몇몇의 ‘고기를 안좋아하는 특별한 사람’ 이 하는 실천이 아니라 고기를 사랑하는 사람도 자기가 행복한 만큼 할 수 있는 실천이 되길 바란다.
요조는 스스로를 ‘고기먹는 비건’ 이라고 했다.
나는 완벽한 비건이 생기는 일보다 가끔은 고기를 먹는 헐렁한 비건이 많~~이 생기는 것을 꿈꾼다.
고기는 맛있다. 가공식품도 입에 착 감기게 맛있다. 그 맛있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즐기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유의미하게 육식과 가공식품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마치 채식주의자 라이센스라도 있다는 듯, 그런 건 진정한 채식주의자가 아니라고 누군가 조롱하거나 비난하더라도 조금도 신경 쓰지 말기를 바란다. 이 일은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먹는 끼니라는 것을 통해 조금 더 지구에 이로운 선택을 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당신 자신에게만 중요한 문제 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의 주인공은 당신뿐이다.
요조,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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