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이상해서 비가오다가 말다가, 바람이 무섭게 불었다가 해가 났다가 한다. 기온은 더 떨어져서 꼭 초겨울 같았다. ‘가을 어디갔닝?’
날씨가 추우니 계속 뜨끈한 것이 생각난다. 비도 오니까 연근전부치고 버섯김치우동 끓였다. 나는 개운한 국물이 좋아서 김치랑 버섯만, 곰은 어묵도 넣어 냠냠. 아삭아삭 오이고추는 우동에도 찰떡 궁합이었다. 비건김치 남은걸 다 넣었더니 국물이 더 깔끔하고 개운했다. 비건쯔유만 더하면 완전 비건으로 차릴 수 있었는데… 시간 있을때 쯔유에 도전해봐야겠다.
빨간 기름떡볶이랑 간장 기름떡볶이 만들어서 같이 점심으로 먹고왔다. 이 소모임을 처음 할 때만해도 방역수칙 때문에 나눠서 만들고 싸서 가기 바빴는데 서로 이야기하며 나눠먹으니 참 좋았다.
온갖 야채를 올리브유와 허브솔트에 버무려 넣고 손질한 새우와 꽃게를 올려서 화이트 와인을 좀 부어 오븐에 구웠다. 다들 금방 익는 재료라서 오래 굽지 않아도 되었다. 남은 야채와 국물에 비빈 파스타 맛이 어마어마했다.
회의가 세 탕이나 있는 날, 아침일찍 사과 한 쪽 먹고 집을 나섰다. 아침을 사과로 시작하면 배도 안고프도 속도 편하고 좋다.
좋은 사람들이랑 하하호호 어울려 먹으니 더욱 좋았다. 마구이는 간장에 조리듯 구우면 채식 맥주 안주로도 훌륭하다. 건강하고 가벼운 안주라 몸에도 좀 덜 미안하고 말이다. 다음에 채식안주 특집을 한번 해야겠다 ㅎㅎ
야채가득 밥상을 먹고 싶었으나 집에오니 시간이 늦어져 빨리 만들 수 있는걸로 상차렸다. 육수가 남아있고 전반죽도 있어서 면만 삶아낸 온쫄면, 잔치국수 같기도 우동같기도 하지만 식감이 매력적이다. 샐러드로라도 야채를 좀 먹으려고 했더니 곰이 드레싱을 들이 붓는 바람에 너무 짜서 몇점 못먹었다 ㅠㅠ 하아~~ 종일 아쉬운 밥상이었다.
집에 오니 시간이 너무 늦었다. 밥은 있는데 다른걸 만들만한 시간이 없었다. 착한샤브집에가서 야채듬뿍 샤브 먹었다. 여기오면 곰이 고기를 먹게 된다는 사실이 걸리지만 따뜻하고 푸짐한 야채를 먹고 싶었다. 야채를 잔뜩 리필해서 배불리 잘 먹었다.
꽃게탕을 끓여먹을까? 된장국을 끓일까? 하다가 순두부로 바뀐 저녁상이다. 해먹으려고 사다놓은 재료들이 안좋아질 것 같아서 몽글이 순두부에 남은 팽이버섯 넣어 데우고 신선한 쌈채소도 가득 씻어 쌈 싸먹었다. 오랜만에 생야채를 와구와구 먹으니 좋았다. 요즘 볼이 자꾸 씹히고 입안이며 혓바늘까지 입속이 난리도 아닌데 채소비타민의 힘으로 싹~ 나으면 좋겠다.
정말 오랜만에 대학원때 같이 공부하던 오빠를 만났다. 말이 잘 통하고 이해를 잘 해서 언니라고 부르던 선배였는데 ㅎㅎ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그때의 추억이 되살아나 좋았다. 끊이지 않는 대화를 나눈적이 또 언제였던지… 예쁜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피그 인더 가든에 가서 샐러드 볼로 저녁을 먹었다. 저스트 에그볼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한정판매라 비건메뉴가 바뀌어 있었다. 두부스틱이랑 피타 브레드가 차가워서 아쉬웠지만 맛도 괜찮고 배도 불렀다. 다만 계산하면서 알게 된 것이 요기가 SPC브랜드였다는 점~!
요즘 SPC 불매하고 있는데 …. 노동자의 인권을 1도 생각하지 않는 기업에게 돈을 줬네 ㅠㅠ
저녁먹고 오빠한테 공저한 책 선물을 받았다.
안만난 사이에 책도내고.. 멋졌다. 표지랑 종이도 맘에드는 책 ㅎㅎㅎ 꼭꼭 씹어 읽어볼게~!!!
가보고 싶었던 교보문고 스타벅스도 가봐서 좋았다. 스벅은 참 공간구성을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현재 몇 살이든 그 나잇대에 함께한 사람을 만나면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학교 생각도, 그때의 생각과 감성들도, 말투나 행동들까지 많이 떠오르던 시간이었다.
요즘 외식이 늘고 술자리도 자주 생기면서 몸이 다르다. 살도 좀 찌는 것 같고, 찌뿌둥 한 날들도 있고 특히 설탕이 많은 음료나 간식을 먹으면 입안부터 전부 좋지않다.
나는 환경을 위해 채식하고 쓰레기가 싫어서 집밥을 먹고 땅을 보고하고 생물다양성을 살리고 싶어서 유기농을 먹기로 맘 먹은건데 그게 사실 가장먼저 내 몸을 살리고 있다는 것을 이렇게 다시 느낀다. 내가 곧 환경이고 자연이며 따라서 지구를 위한 것은 곧 나를 위한 것이다.
그러면서 음식 산업이 우리 몸에도 환경에도 얼마나 부담을 주고 있는지, 피하고 싶어도 그러기 어렵고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라는게 결국 펩시콜라냐 코카콜라냐를 선택하는 정도라는 사실이 참 비참하다. 그마저도 우리의 집을 파괴하며 얻은 자본주의의 착각이며 환상이다.
불평을 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이 대답없는, 어려운, 커다란 문제의 세상에 작은 돌을 계속 던져본다.
우리는 왜 그토록 동물들을 탐한 것일까? 그들을 사랑해서? 아니다!
욕망했을 뿐이다. 그 욕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야생동물에 대한 탐닉,
그리고 식탐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인은 모든것에 탐닉한다.
상품에 탐닉하고 관계에 탐닉하고 …
탐닉이 곧 삶의 동력이자 행복의 척도라고 착각한다. 코로나가 지나가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멈추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우리는
‘욕망과 거리두기’를 시도해야한다.
<청년 붓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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