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잔다고 잤는데 개운하지 않은 아침이었다. 마르쉐에서 사온 빵이랑 밤아저씨의 밤 쪄서 껍질까 준비해놓은 밀프렙으로 아점먹었다. 편하고 맛있었다. 간밤의 나 칭찬해 ㅎㅎㅎ
저녁먹으러 양꼬치 집에 간다고 했을때 집에 갔어야 했나 싶다. 이날따라 심통이 났다. 언니들한테도 싫은 티를 냈다. 내가 고기를 싫어해서, 취향이 아니라서 안먹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공장식축산 등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시작한 채식이다. 공감하고 또 같은 목적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보다. 소와 양은 되새김질로 메탄을 내뿜는 아이라 다른때보다 더 싫었던것 같다. 가격도 비싼 지삼선은 양도적고 간이 맞지 않아서 더욱 별로였다. ㅠㅠ 여름에 내가 많이 만들어 먹어야지….
집에와서 <친애하는 나의 비건 친구들에게> 책을 주문했다. 비건인 저자는 심지어 동의하지 않는 비채식인 가족 친구들과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내 신념도 지키면서 관계도 잘 맺는 사람이고 싶다.
연속 이틀 뜬금없는 전화 때문에 신경이 날카롭다. 일할때 확인을 좀 먼저 하고 통보하면 좋겠다. 잘못된 사실을 전달하고 다시 취소하고 사과하는 그 일들을 이틀이나 겪었더니 만사가 다 싫어졌다. 이번에도 언니들 덕에 기운을 얻는다. 내 편 들어주고 나서준 정애언니, 공감하고 위로해준 현주언니, 팩트체크로 화내준 정원언니, 또 맛있는 커피를 사주신 원순언니까지… 무슨 복에 이런 사람들과 함께하나 또 느낀 시간이었다. 저녁은 곰과 밖에서 만나 낙지볶음 사먹고 들어왔다. 간만에 먹었더니 곰이 아주아주 좋아했다. 생각해보니 문경에서 도움을 준 상은언니랑 옥희언니 그리고 두수형님도 계시네… 언니들 만만세!!!
대파 계란볶음밥에 두릅숙회, 내가 직접만든 초장, 상추겉절이랑 남은 찌개로 심플하지만 맛난 밥상을 차렸다. 밥할때 여러가지 토종콩을 넣었더니 그게 또 하나하나 달고 맛있었다. 남은찌개도 해결하고 맛있게도 냠냠.
또 사업계획서 쓰려고 장애인 복지관 미팅해서 의논하다가 저녁은 근처에서 먹었다. 현주언니가 새로 발견한 이자카야에 들어갔는데 분위기도 좋고 그릇도 아기자기하고 맛도 괜찮았다. 언니들이랑 기분좋게 한 잔 하고 왔다.
텃밭에 물트는 법이 어려워서 큰일이다. 또 한참 일하다가 현주언니가 와서 커피마시러 갔다.
언니가 사준 커피는 시원하고 맛있었다.
소통이 잘 안되어 문제가 생겼다. 별거 아닌데 속상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그만두면 어떻게 될 지? 이 활동은 무슨 의미일지? 고민이 되었다. 머리속으로 성을 지었다가 무너뜨렸다가 난리도 아니었다.
저녁도 못먹고 침대에 누워 있다가 또 법륜스님의 법문을 읽고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해야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밴댕이 소갈딱지라 잘 될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욕도 하고 배도 부르니 노곤노곤~ 하여 잠시 딥슬립 했다. 어머님이 식재료를 잔뜩 보내주셔서 엄나무순 나물 무치고, 내가 캐고 또 사온 나물로 전도 부쳐 맛있는 상 차렸다.
원순님이 주신 밥과 반찬 덕분에 쉽게 차려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동서가 선물해준 술 중 마지막 남은 한병 곁들였는데 꽃술이라 또 잘 어울렸다.
술까지 봄봄한 봄봄밥상. 든든하고 속도 편했다.
곰이랑 <텐트밖은 유럽>보는데 토마토 라면이 나왔다. 마트표 싱거운 토마토가 남아있으니 얘를 해치우자 싶었다. 하나는 권율표, 다른 하나는 최원영표 토마토라면으로 곰이랑 하나씩 끓였다.
라면에 토마토를 넣은것은 처음이었는데 묘~ 하게 괜찮았다. 라면향과 맛은 확 줄고 색다른 느낌. 그 중에서 계란이랑 다진마늘도 넣은 버전은 정말 해장으로 좋을것 같았다. 나는 깔끔한 토마토 버전이 더 맘에 들었다. ㅎㅎㅎ
맛있는 채소요리를 만나면 기분이 좋다. 음식은 의무나 윤리때문이 아니라 좋아서 먹는다. 그래서 더 맛있는 채소요리를 많이 알고, 많이 요리하고, 많이 먹고, 많이 알리면 좋겠다.
지금 계절은 봄이기도 하고 텃밭농사도 시작해서 자연에서 나는 것에 더 관심이 생긴다. 제 계절의 음식들은 그 자체로 훌륭한 맛을 가지고 있다.
절기공부를 하다가 좋은 글이 있어서 나누고 싶었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이라도 함께 농사짓는 마음가짐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농사짓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 (좁쌀 한 롤에 우주가 들어 있다.
* 자연의 흐름에 따라, 때를 알고 때에 맞춰 살아간다.
* 뿌린 대로 거둔다.
* 뿌린 만큼 거둔다.
* 일(노동)하는 즐거움과 소중함을 알면서 살아간다. 일하지 않는 생명은 없다.
* 소비자로서 얻고 받아가는 삶이 아니라, 키우고 만들고 주는 삶을 살아간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살아간다.
* 관계 맺으며 살아간다. 생산자와 소비자, 자연과 인간 서로를 알고 살아간다.
* 자본(돈)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아간다.
* 자기 생명의 바탕을 든든하게 한다.
<때를 알다 해를 살다> 중에서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