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2023년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23.4.10.-4.16)







자도자도 졸리고 피곤했다.


푹 잔다고 잤는데 개운하지 않은 아침이었다. 마르쉐에서 사온 빵이랑 밤아저씨의 밤 쪄서 껍질까 준비해놓은 밀프렙으로 아점먹었다. 편하고 맛있었다. 간밤의 나 칭찬해 ㅎㅎㅎ



역량강화로 아동교수법에 대해 배웠다. 강의 경험이 많은 샘의 스킬도 좋았지만 샘으로써, 어른으로써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더 배웠던 시간이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나의 철학과 목적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원래 그렇다.

내 수업에, 내 준비에, 나에게 문제는 없었는지를 늘 돌아봐야겠다.



저녁먹으러 양꼬치 집에 간다고 했을때 집에 갔어야 했나 싶다. 이날따라 심통이 났다. 언니들한테도 싫은 티를 냈다. 내가 고기를 싫어해서, 취향이 아니라서 안먹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공장식축산 등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시작한 채식이다. 공감하고 또 같은 목적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보다. 소와 양은 되새김질로 메탄을 내뿜는 아이라 다른때보다 더 싫었던것 같다. 가격도 비싼 지삼선은 양도적고 간이 맞지 않아서 더욱 별로였다. ㅠㅠ 여름에 내가 많이 만들어 먹어야지….

집에와서 <친애하는 나의 비건 친구들에게> 책을 주문했다. 비건인 저자는 심지어 동의하지 않는 비채식인 가족 친구들과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내 신념도 지키면서 관계도 잘 맺는 사람이고 싶다.




이제 우리는 펼침막 전문가가 된 것같다. ㅎㅎㅎ 한번 했다고 척척 이었다. 아람님이 주신 새활용 창문가리개 천은 생태도시농부학교와 세뚜세뚜, 아이들이 직접 그릴 수 있도록 여백은 남겨두었다. 공동텃밭 디자인 논의도 하고 퍼머컬쳐 공부계획도 세우고 늘 즐거운 논밭학교 회의시간.



점심은 같이 동태조림 먹었다. 조림에 들어있는 무가 아주 맛있었다. 좋은 사람들이랑 대화하며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냈다.



연속 이틀 뜬금없는 전화 때문에 신경이 날카롭다. 일할때 확인을 좀 먼저 하고 통보하면 좋겠다. 잘못된 사실을 전달하고 다시 취소하고 사과하는 그 일들을 이틀이나 겪었더니 만사가 다 싫어졌다. 이번에도 언니들 덕에 기운을 얻는다. 내 편 들어주고 나서준 정애언니, 공감하고 위로해준 현주언니, 팩트체크로 화내준 정원언니, 또 맛있는 커피를 사주신 원순언니까지… 무슨 복에 이런 사람들과 함께하나 또 느낀 시간이었다. 저녁은 곰과 밖에서 만나 낙지볶음 사먹고 들어왔다. 간만에 먹었더니 곰이 아주아주 좋아했다. 생각해보니 문경에서 도움을 준 상은언니랑 옥희언니 그리고 두수형님도 계시네… 언니들 만만세!!!




오랜만에 집에 있었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인지 자꾸 기침이 났다. 여유돋는 브런치를 먹으려고 했으나 실상은 신경을 잔뜩 쓰고 자잘한 일도 잔뜩하며 늦게서야 먹은 빵식이었다. 토마토 달걀볶음이랑 올리브 빵, 더치커피가 메뉴. 과일을 꺼낼까 했는데 귀찮았다. 그래도 잘 처리된것 같아 다행이었다.



지피펠렛에 싹난 아이들을 옮겨심고 두릅을 손질해 저녁도 차렸다. 참두릅 한 팩 플렉스~^^




대파 계란볶음밥에 두릅숙회, 내가 직접만든 초장, 상추겉절이랑 남은 찌개로 심플하지만 맛난 밥상을 차렸다. 밥할때 여러가지 토종콩을 넣었더니 그게 또 하나하나 달고 맛있었다. 남은찌개도 해결하고 맛있게도 냠냠.




회의때 먹을 간식을 살 때 비닐에 넣고 계시길래 “비닐은 빼고 봉투만 주세요.” 했더니 사장님이 “지구가 좋아하겠네요” 라고 하셨다.

그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졌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다들 인식하고 노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요상하다. 미세먼지는 잔뜩이라 시야가 안좋을만큼 공기가 탁하고 비는 오지 않는데 스산하다. 은근 쌀쌀해서 따뜻한 음식이 먹고싶었다.

황태 해장국 집에가서 수제비를 시켰다. 날씨와도 잘 어울리고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또 사업계획서 쓰려고 장애인 복지관 미팅해서 의논하다가 저녁은 근처에서 먹었다. 현주언니가 새로 발견한 이자카야에 들어갔는데 분위기도 좋고 그릇도 아기자기하고 맛도 괜찮았다. 언니들이랑 기분좋게 한 잔 하고 왔다.




영재님의 씨앗도서관 채종포에 딸기모종 심는거 도와드리고 달래파와 두메부추도 얻어왔다.



점심은 칼국수, 순두부가 너무 맵다길래 두부집에서 칼국수를 시켰다. 생각해보니 이틀 연속 수제비 & 칼국수 먹었네 ㅎㅎ



텃밭에 물트는 법이 어려워서 큰일이다. 또 한참 일하다가 현주언니가 와서 커피마시러 갔다.

언니가 사준 커피는 시원하고 맛있었다.

소통이 잘 안되어 문제가 생겼다. 별거 아닌데 속상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그만두면 어떻게 될 지? 이 활동은 무슨 의미일지? 고민이 되었다. 머리속으로 성을 지었다가 무너뜨렸다가 난리도 아니었다.



저녁도 못먹고 침대에 누워 있다가 또 법륜스님의 법문을 읽고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해야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밴댕이 소갈딱지라 잘 될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논학교 개강하는일을 좀 돕다가 텃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비가 막 쏟아져서 비를 맞았다. 일해서 먼지도 묻었겠다 날도 궂으니 근처 온천에 목욕하러 갔다.



시원~ 하게 목욕하고 나와서 먹으러 간 짬뽕. 이 집은 내 첫 텃밭인 지구텃밭에 다닐때 가끔 들러 먹던 집인데 곰이 기억하고 있었다. 텃밭농부 3년차에 쑥갓인지 상추인지도 모르면서 텃밭주변 맛집은 아는 곰…. (하하 그래 뭐라도 알면 됐지..) 아침도 제대로 안먹어서 배고픈 상태라 아주 폭풍흡입하는 곰에게 좀 덜어주고 뜨끈하고 시원하게 먹고왔다.



목욕도 하고 배도 부르니 노곤노곤~ 하여 잠시 딥슬립 했다. 어머님이 식재료를 잔뜩 보내주셔서 엄나무순 나물 무치고, 내가 캐고 또 사온 나물로 전도 부쳐 맛있는 상 차렸다.



원순님이 주신 밥과 반찬 덕분에 쉽게 차려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동서가 선물해준 술 중 마지막 남은 한병 곁들였는데 꽃술이라 또 잘 어울렸다.

술까지 봄봄한 봄봄밥상. 든든하고 속도 편했다.




사다둔지 꽤 된 시금치, 토마토 그리고 올리브 듬뿍 넣어 프리타타 만들었다. 맛있는 우리밀 샤워도우 빵 굽고, 과일도 있는대로 다 꺼내고, 밤아저씨의 밤도 쪄서 살만 쏙발라 두었더니 먹는건 얼마나 쉬운지… 브런치를 우아하게 먹어야 하는데 아주 배부르게 먹었다. 다 맛있었다. ㅎㅎ



곰이랑 <텐트밖은 유럽>보는데 토마토 라면이 나왔다. 마트표 싱거운 토마토가 남아있으니 얘를 해치우자 싶었다. 하나는 권율표, 다른 하나는 최원영표 토마토라면으로 곰이랑 하나씩 끓였다.

라면에 토마토를 넣은것은 처음이었는데 묘~ 하게 괜찮았다. 라면향과 맛은 확 줄고 색다른 느낌. 그 중에서 계란이랑 다진마늘도 넣은 버전은 정말 해장으로 좋을것 같았다. 나는 깔끔한 토마토 버전이 더 맘에 들었다. ㅎㅎㅎ



맛있는 채소요리를 만나면 기분이 좋다. 음식은 의무나 윤리때문이 아니라 좋아서 먹는다. 그래서 더 맛있는 채소요리를 많이 알고, 많이 요리하고, 많이 먹고, 많이 알리면 좋겠다.

지금 계절은 봄이기도 하고 텃밭농사도 시작해서 자연에서 나는 것에 더 관심이 생긴다. 제 계절의 음식들은 그 자체로 훌륭한 맛을 가지고 있다.


절기공부를 하다가 좋은 글이 있어서 나누고 싶었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이라도 함께 농사짓는 마음가짐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농사짓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 (좁쌀 한 롤에 우주가 들어 있다.

* 자연의 흐름에 따라, 때를 알고 때에 맞춰 살아간다.

* 뿌린 대로 거둔다.

* 뿌린 만큼 거둔다.

* 일(노동)하는 즐거움과 소중함을 알면서 살아간다. 일하지 않는 생명은 없다.

* 소비자로서 얻고 받아가는 삶이 아니라, 키우고 만들고 주는 삶을 살아간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살아간다.

* 관계 맺으며 살아간다. 생산자와 소비자, 자연과 인간 서로를 알고 살아간다.

* 자본(돈)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아간다.

* 자기 생명의 바탕을 든든하게 한다.


<때를 알다 해를 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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