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2023년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23.4.24.-4.30.)







곰이랑 가끔 가던 곤드레밥집이 쭈꾸미집으로 바뀌었다.


곤드레밥집만 몇번째 사라지는건지…

사람들 취향이 바뀌고 있나보다. 언니들이랑 바뀐 쭈꾸미 집에서 점심먹었다. 불향을 입혀서 그런건지 쭈꾸미에서 약간 화학약품 맛이 나는것 같았는데 쭈꾸미를 씻는 과정에서 세제를 넣는다는 말이 생각나서 쫌 찝찝했다. (집밥을 먹어야 하는뎅…)

남음제로 하려고 먹고 남은 고구마는 말랭이로 만들었다.


PPT수업 전에 시간이 좀 남아서 같이 커피랑 에그타르트도 먹고 수다도 떨었다 ㅎㅎㅎ 이번 PPT시간은 배운것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았다. 나중에 다 기억이 나야할텐데… 😅


회의 끝나고 언니들 모임에 합류했더니 언니들이

내꺼라며 야채를 추가로 시켜줬다. 처음엔 웃겼는데 야채에 골뱅이를 싸서 소스에 찍으니 맛있더라능 ㅎㅎㅎ



토박이살림안내자과정 들으러 오랜만에 고고싱.

논사협 방미숙 샘 강의는 언제나 넘 재미있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된다.

나비효과처럼 번지는 생태계의 영향들…

내가 때도 아닌 시기에 참외를 먹으려면 하루에 40톤이나 지하수를 끌어올려 수막재배를 해야하고, 수막재배를 위한 압력을 위해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을 가둬 수많은 생명들이 고통을 당한다. 녹조라떼 지하수 고갈, 가뭄과 홍수 등 피해를 입는건 인간도 마찬가지다. 뭘 위해 이러고 있을까? 계절에 맞지도 않은 식재료를 몇 달 빨리 재배해 빨리 먹고 그 돈을 벌기위해 파괴하는 결과는?? 정말 어리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 식생활은 지구 곳곳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있다. 그 점을 늘 생각하고 또 알려야지.



이달의 토박이 물품인 눈개승마로 맛있는 밥 해주시고 구억배추김치와 나물 등 반찬이랑 국도 주셔서 너무 맛있는 한끼를 먹었다.



현주언니의 계란말이와 내 밥멸치, 순남님의 고추부각까지 더해 풍성하고 건강하게 먹었다.



토종쌀 미식체험도 했는데 이름도 예쁘고 색도 다 다른 쌀들을 먹어보니 신기했다. 쌀에서 쓴맛과 매운맛도 나고 과일 향이나 특이한 향이 나기도 해서 색다른 경험이었다. 1910년 이전엔 5000여종이던 우리 토종쌀이 현재 정부 공식 재배종기준 27종으로 줄었다고 한다. 우리가 먹고있는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적은 종과 현저히 낮은 영양(맛과향)의 농작물이다. 현대인이 정말 풍요를 누리고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지금은 토종쌀 약 400종을 복원하셨다는데 국가에서 할 일을 뜻있는 개인이 하고 있다니…

이런 농가에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비도오고,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비슷하게 맞아서 곰이랑 만나 빼쉐 사먹고 들어왔다. 늘 빨대를 꽂아 주더니 빨대를 아예 빼고 서빙하는 변화가 기분좋았다.




너무 피곤해서 스케줄이 없는 하루, 푹~ 쉬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또 일이 계속 생겨 몸은 집에있지만 쉬지는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남은 밥에 밥친구 뿌리고 구억배추김치랑 남은 미나리전 반죽 부쳐서 간단하게 먹었다. 그래도 맛있었다. 정원언니가 사준 원두를 처음 개봉했는데 맛이 괜찮았다. 어제 받은 쿠키도 이제서야 얌냠.



국물떡볶이가 먹고싶은데 배달을 하면 플라스틱 천지가 되니 곰한테 통 쥐어주고 사오라고 했다. 곰이 무사히 떡튀순까지는 사왔는데 소스통에 단무지통도 받아왔다. ㅠㅠ 하아~~ 어차피 떡볶이에 넣을 소스고 단무지는 안주셔도 되는뎅… 내가 사지 않아도 밖에서 들어오는 플라스틱이 너무 많다. 숨이 막힌다 ㅠ 안쓰고 싶다!!!




과일은 뭐니뭐니해도 곰이 씻어 갖다 준 과일 ㅎ

이미 자른 참외를 다시 뜯어(?)먹어야 하는 수고는 감수할만하다. 회의 끝나고 점심을 어디서 먹어야 할지 돌고 돌다 코다리찜 먹었는데 사진이 없다. 요즘 자주 사진찍는걸 잊는다. 혜민님이 ‘마음에서 우러나서’ 사준ㅋㅋ 커피&스콘도 먹었다.



저녁엔 달다고 소문난 청태 잔뜩 넣어 밥하고, 분홍 소세지도 굽고, 볶은김치대신 더덕구워서 좀 럭셔리한 옛날도시락 만들어 먹었다. 곰이 솥에있는 밥까지 벅벅 긁으며 아주 잘 먹었다. 이 도시락통은 어떤 예술가가 전시에 사용했던 소품 파는걸 싸게 샀는데 아주 잘 쓰고 있다 ㅎㅎㅎ.



지리산 실상사에서 열리는 정치학교에 간다. 아침부터 분주히 서둘렀다. 점심공양을 하려면 12시까지는 도착해야한다고 해서 열심히 달렸는데 역시 중간중간 막히는 바람에 30분 쯤 늦었더니 공양은 끝나있었다. ㅠ 아침도 못먹고 휴게소에서 사먹은 커피와 핫바 하나로 저녁까지 버텼다.



해설을 곁들인 실상사 투어를 하면서 아름다운 실상사와 지리산, 역사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배는 고프지만 영혼은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정치전환 문명전환을 이야기하는 도반들이랑 함께하는것도 참 좋았다.



오기 전부터 실상사 공양이 최고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기대가 되었다. 밥에 반찬에 나물에 청국장까지 다~ 맛있었다. 채식인건 물론 오신채도 쓰지 않은 음식이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건지 비법을 묻고 싶었다. 꼬르륵 소리가나서 창피할 정도로 배도 고파서 더더욱 맛있게 먹었다. 음식물쓰레기통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물컵도 없이 자기 그릇에 물을 마시는 것도 좋았다.




비가온다더니 아침부터 날이 흐리고 쌀쌀했다.

구름이 산 중턱에 걸쳐있는 아름다운 모습을보며 하루를 시작하니 기분이 좋았다.



아침은 죽이었다. 나는 우리방 식구들이랑 여유있게 나왔더니 공양이 끝나가고 있었다. 공양은 우리의 식사시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안먹은 사람을 기다려주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모두가 함께해야하는 의식 같은 느낌이었다. 잘은 모르니 찾아봐야겠다. 공양을 준비해주신 분이 죽이 타서 탄내가 난다는 말씀을 하셨다. 먹어보니 맛이 없지는 않지만 정말 탄내가 났다. 일반적인 식당이라면 다 버렸을 법 한데 그걸 그냥 먹고 또 먹는사람도 당연히 이해하는 문화가 참 좋았다. 우리가 먹는것은 모두 생명이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생명을 소중히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 공양을 준비해주시는 분의 실수도 감사히 여겨야 하고 말이다.




비가와서 많이 추웠다. 옷을 따뜻하게 준비하고 내복도 입고 겨울 조끼를 걸쳤는데도 쌀쌀했다. 따뜻한 미역국이 너무 맛있었다. 감자와 버섯이 들어있는 미역국이었는데 고기를 넣거나 해물을 넣은 미역국보다도 맛있었다.




상추로 피클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피클링스파이스가 아니라 산초가 들어간 피클이었다. 실상사로 사찰음식 배우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엔 없지만 떡도 먹었는데 완두콩이 많이 들어간 백설기가 참 맛있었다. 밥도 먹고 준비해주신 간식도 먹었다. 한살림에도 납품하는 (주)우리밀 의 제품이라 맘이 좋았다. ㅎㅎㅎ



비가 많이 오진 않았지만 비오는 실상사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소리도 참 좋고 풀냄새와 함께나는 비냄새도 좋았다.



저녁엔 반찬이 많~ 았다. 상추와 곰취 쌈도 있었다. 내 텃밭의 아욱은 이제 막 싹이났는데 어린 아욱으로 국을 끓이신것 같았다. 아욱대가 좀 질겼지만 장에 아주 좋았을것이다 ㅎㅎ 맛있게 다 클리어했다. 같이 밥을 먹은 도반중에 하나가 “매 끼니가 미션같다. 남기면 안되니까” 라고 말했다. 일면 공감이 갔다. 배고파서 많이 담았다가 다 먹느라 고생한다. 그렇게 한번 욕심을 부리고 나면 다음번 식사때는 조금씩만 담게된다. 애초에 우리 모두가 그래야 할 일이다. 아직도 지구상엔 4초에 한명씩 굶어죽는다.


밤늦도록 차담을 나누며 지리산에서의 마지막 밤 아쉬움을 달랬다.




언제 그랬냐는듯 화창한 날, 구름한 점 없는 맑은 아침이었다. 아침으로 흰죽을 먹었는데 이제 좀 친해진 도반들이랑 얘기하느라 사진을 못찍었다. 같이 청소를 하고 마당을 쓸다가 싸리 빗자루에 영감받아(?) 하늘을 날았다. ㅋㅋㅋㅋㅋ 전날 배운 태극권도 복습하고, 마당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도 했다. 다시 어린이가 된 것 같았다.

‘문명전환, 정치전환’을 위해 제안할 일은 무엇이고 또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마지막 연찬을 끝으로 지리산 정치학교 5기를 마쳤다.

곰이 데리러 와서 나는 마지막 점심 공양을 하지 못하고 실상사를 나섰다.




실상사 바로 앞에 있는 메밀국수집에서 국수와 생선까스를 먹었는데 한 입 먹자마자 후회가 엄청엄청 밀려왔다. 그냥 곰이랑 같이 점심공양 하고 나올걸~ ㅠ 생명을 생각하며 영혼까지 채워질듯한 음식을 먹다가 자본주의의 음식을 먹으니 (맛을 떠나서) 실망감이 밀려왔다. 쑥스러움을 엄청타고 다른 사람이랑 같이있으면 불편해하는 곰을 배려한다고 한 일이었는데 진정한 배려는 곰에게도 경험시켜주는 일이었던것 같다. 다음에 곰이랑 템플스테이 다시 오기로 하고 아쉬움을 달랬다.




근처에 있는 국악의 성지와 남원 광한루원 들러서 집으로 고고싱.



가는길이니 들르자는 곰의 말에 홀랑 넘어가 저녁은 대전에 들러 복수분식에서 두부 짜글이 먹었다. 오랜만에 먹었더니 맛있었다. 두부 짜글이는 꼭 저 쑥갓을 듬뿍 올려 먹어야 한다. 쑥갓 두 번 리필 ㅎㅎㅎ 그러고는 대전에서 집까지 3시간이나 걸린건 안비밀 ㅠㅠ



많은것을 느낀 한주였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내 삶은 180도 바뀌었다. 나만 잘 살 수 없고 인간 뿐 아니라 모든것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느끼고 배우며, 나만 생각하던 어리석음과 폭력성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그렇게 가르치고 배웠던 이 사회 시스템에도 문제를 느끼게 되었다.


티비를 틀기만하면, sns를 열기만 하면 음식(특히고기)을 맛있게 먹는 장면들이 쏟아져 나온다. 거기엔 생명에 대한 존중도 감사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혀끝으로 느끼는 맛과 편리와 효율과 돈과 (눈 앞에 보이는)화려함이 있을 뿐이다.

그런 음식을 먹고,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삶을 사는것이 과연 우리에게 좋은일인가?


지구의 모든 자원은 한정적이고 내가 더 많이 가지면 누군가는 덜 가지게 되어있다. 내가 더 많이 먹기위해선 누군가가 빼앗겨야 하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어야 한다.


그 연결고리를 생각하는 삶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 누군가는 결코 나와 떨어져있지 않은, 결국 나이니 말이다.


인간에게 최대의 질문은 두 가지다.

‘ 나는 누구인가?’

‘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 지에 대해 답을 얻기위해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푸른 새벽


하얀 사발에 담아 올린 정화수

퍼져가는 잔물결을 본다


모두가 탈 없이 잘 지내기를

참으로 행복하기를


내쉰 내 숨을 당신이 들이쉰다

우리는 서로에게로 이어진 한 물결

만물이 한 숨길 속에 출렁인다


선 자리가 중심

물결은 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다시 이 자리로 밀려온다


서로가 서로를 품어

어느 것 하나 외따로 일 수 없는 이 물결 속에서 가는 것이 오는 것이다


본시 한목숨

내가 먼저 가슴 열어

당신을 안는다.


- 여류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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