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비가 촉촉히 와서 다행히 물을 줄 필요는 없었다. 집에서 모종을 낸 완두가 웃자라서 얼른 텃밭에 옮겨심었어야했는데 가늘고 힘없고 길게 자랐다 ㅠㅠ 집안에서 모종을 내면 창문을 열어서 키워야 하는데(UV차단 창문때문에) 낮엔 집에 없고 아침저녁으론 추워서 그러지 못했다. 더욱이 유박비료를 준 뒤에 땅에 시간을 주느라(2주)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뿔시금치랑 쑥갓은 누가봐도 알아볼 수 있을정도로 자라 있었다. 동반작물로 번갈아 심었으니 나중에 어떤 모습이 될 지 기대된다.
집에서 가져간 비실비실한 검은완두를 텃밭에 정식했다. 키만크고 힘은 하나도 없는 완두들이 잘 자랄 수 있을까? 서로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딸기는 옆으로 퍼지니 옆에 딸기모종도 심었다. 두 개는 관행딸기고 두 개는 토종딸기인데 어떻게 자랄지 맛과 모양은 차이가 날지 궁금하다.
감자도 쑥~ 자라고 한주만에 더욱 초록초록 귀욤귀욤해진 예쁜 내 텃밭.
예쁜 딸기꽃이 피었다 지면 그 자리에 열매가 맺힌다.
붉어지며 익는 모습이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자연상태에서 딸기는 5월이 제철인 과일이다.
그런데 생협에서조차도 더 이상 딸기는 나오지 않는다. 딸기가 끝물이라는 말은 훨씬 전 부터 들었다.
일부에선 딸기의 제철이 12월이라고 소개하기도 하니 ‘제철’의 뜻까지 변색된 듯하다.
우리가 제철을 잃어버리고 철없이 사는데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땅(흙)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먹거리 생산을 모두 외주주고 콘크리트 도시에 살면서 향기롭고, 껍질도 없고, 말랑한 딸기를 먹기 위해선 많~~~ 은 인위적인 일들이 필요하다.
과거에비해 우리가 먹는 작물의 수는 현격히 줄었고 맛과 향 영양또한 줄었다고 한다. 우리 스스로는 땅에서 멀어지고 국제적 식품기업들에게 내가 먹을 먹거리를 맡기면서부터 생산 유통 가공등의 편의(&효율)위주로 발달했고 더 빨리 자라고, 더 멀리 보내며, 더 오래 견딜 수 있는 작물종류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기후위기로 인해 하루에도 많은 생물종들이 멸종하고 있다.
퍼머컬쳐를 공부하다보니 우리나라엔 채마밭이라고 해서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도 반찬거리는 키워먹었다고 한다. 꽃과 작물을 구분없이 같이 기르고 동반작물을 키우는 방식은 새로운 농업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회복해야할 방식이란다.
또 ’오래된 것에 미래‘가 있었다.
내가 먹는것을 직접 키워보는건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것만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만 지킬 수 있다.
내가 학수 고대하며 익기를 기다렸던 딸기를 새들이 먹었을때의 놀라움과 속상함도 직접 키워봐야 알 수 있다. 속상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들이 먹고 난 뒤에 곤충과 벌레가 먹고, 그래도 남은건 썩어(미생물)땅의 거름이 되고, 그 영양을 다시 딸기 모종이 흡수해 내가 먹는 순환도 깨달을 수 있다. 그래서 이 딸기 한알을 먹으려면 온 세상이 도와야 한다는 사실을,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그냥 그 순환의 한 고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걸 막으려고(인간이 다 먹으려고) 지나친 개입을 했기 때문에 지금 이모양 요꼴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잘 자라 내 입에까지 무사히 들어오는 그 작물을 크기나 모양 따위로 판단하지 않게된다. 한 알 한 알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휴에 비가 많이 온다는데 텃밭 아이들이 무사히 잘 견뎌주길~ 그리고 딸기가 빨갛게 잘~ 익었을때 새들보다 내 입에 먼저 들어올 수 있기를…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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