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일어나 브런치 만들어 먹었다.
콩국수는 국물까지 싹싹긁어 클리어하고 한동안 한살림에서 품절인 햇양파를 마르쉐에서 무포장으로 사왔다. 늦은 점심을 먹은데다 음료도 많이 마셔서 저녁은 어제 남은 김치부침개 반죽 한 장 부쳐먹고 넘겼다.
공원에 며칠간 봄꽃축제를 한다고 예쁘게 꾸며놓더니 축제가 끝나고는 꽃을 죄다 푸대에 쓸어버리더란다. 매년 각종 축제를 위해 이런식의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처음 알았다. 너무깜짝 놀랐고 화가났다. 꽃을 키우느라 농약과 화석연료를 엄청쓰고, 이동하느라 또 탄소배출을 한 뒤, 예산을 들이부어 축제를 하고 그대로 버려버리는 것이다. 꽃을 나눠주면 꽃 모종 판매에 영향을 주니 폐기가 이득인 자본의 논리다. 자본의 논리는 언제나 생명에게 잔혹하다. 그 광경을 본 우리팀 언니 하나가 가서 구해준 꽃들, 시청에 민원도 넣었단다. 아저씨들이 푸대에 담아 버리기 전에 급히 구하느라 허리가 다 아프다는 언니가 넘 멋졌다.
그 꽃들을 심으러 텃밭에 간다. 꽃이 많아서 가지고 가기 무겁다고 현주언니가 데리러와줬다. 흙보다 쎄멘을 좋아하는 정애언니도 같이 텃밭에 갔다. 가기전에 가정식 백반으로 배부터 채웠는데 반찬이 다 괜찮았다.
눈이 일찍 떠졌다. 거실에서 책 좀 보려고 했더니 곰이 따라나와서 귀찮게 한다. (아 놔~) 텃밭에서 따온 야채 몽땅넣어 샐러드 만들고 지속가능한 올리브오일도 오픈해 먹었다.
밤부터 입천정이 붓고 재채기가 나오더니 아무래도 초기감기기운이 있다. 몸이 가라앉고 가래도 나오고 그래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낮잠 잤다. 곰이 콩나물국 끓여줘서 뜨끈하게 먹었다. 원순님이 주신 여수김치 덕에 상도 편히 차리고 맛있었다.
우리는 바쁜 현대인이라 하루아침에 생활을 바꾸긴 어렵고, 초가공식품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어서 가공식품을 피하기도 어렵지만 지금의 우리 식생활이 결코 우리에게(지구와 다른 생명에겐 물론이고)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이라도 바꾸려고 노력해야한다.
Ipcc 6차 발표가 있었다. 5차발표때 보다도 지구의 미래에 대해 아주 심각하고 급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우리가 모든 산업과 삶의 방식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키지 않으면 밝은 미래는 꿈꿀 수 없다.
내가 자본주의를, 화석연료를, 이동방식을 변화시킬 수는 없더라도 우리에겐 매일 세 끼의 기회가 있다.
조지오웰은 가공식품을 끊임없이 먹는
식습관 때문에 사람들의
미각이 ‘산업화’되었다고 지적했다.
슈퍼마켓은 우리가 건강하게 먹든 말든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의 목적은 가능한한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이다.
쿠치나 포베라 라고 알려진 이탈리아의 서민 음식은 세계 최고의 요리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렇게 먹으려면 지식과 시간, 기술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재료를 구할 수 있는 믿을만한 시장이 있어야 한다. 즉, 전통적인 음식문화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신선한 재료로 처음부터 직접 요리하고 산업 시스템을 모두 피해 믿을 만한 지역 생산자와 투명한 공급망을 거친 식품을 직접 구입하면 된다.
캐롤린 스틸 <어떻게 먹을 것인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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