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2023년 지구를 위한 채식일기(23. 6.19.-6.25.)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진행하는 목공수업에 갔다.


나는 좌탁을 만들어서 기부할 것이다. 손으로 하는건 다 좋아하지만 가구를 만든다니 부담스러웠는데 드릴로 구멍뚫고 나사를 박는게 재미있었다. 구멍이 잘 뚫어질때 어떤 희열이 느껴진다. 그래서 내꺼 다 하고 정애언니꺼까지 뚫어드림 ㅎㅎ



아침을 복숭아&살구와 미숫가루로 먹어서 배고팠다. 나사박느라 늦게 끝나는 바람에 점심도 늦어졌다. 육쌈냉면이냐 막국수냐 점심메뉴로 티격태격하다가 야채 듬뿍 보리밥으로 점심먹었다.

반찬도 된장찌개도 맛있었다.



올해 첫 텃밭오이를 수확했다. 3주를 심었더니 한번에 6-7개나 땄다. 그 사이 엄청 자란 상추와 쑥갓, 토종 완두도 따서 언니들에게 나눔했다. 자라고 있는 파프리카가 너무 귀엽다. 두발로 데이 부스 행사때 만났던 분이 초대해 주셔서 근처에 있는 농장에 방문해 보리수도 땄다. 현이언니가 술 담궈준다고 했는데 맛있으려나? ㅎㅎ 베르가못 꽃도 구경하고 다른 예쁜 꽃들도 보고 스피아민트도 얻어와 텃밭에 심어주고 왔다. 잘 자라길….



날도 더운데 종일 여기저기 다니는 사이 또 배가고파졌다. 곰이 상하이 출장가서 없으니 아예 저녁도 먹고왔다. 야끼우동과 감자튀김 그리고 시원한 맥주 마셨다. 종일 너무 더웠다.



토종팥의 종류만해도 50종이 넘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가 보는 붉은팥 외에 색도 다양하다. 초록초록한 연금팥을 밥해먹으려고 담가두고 나갔는데 밥을 먹고 들어왔으니 손질은 해둬야지. 나중에 언제든 넣어먹을 수 있도록 삶아놓고 잤다. 잘 익었나 먹어보니 구수하고 파근파근한 팥의 맛이 일품이었다. 삶에서도, 식생활에서도, 작물에서도 다양성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 달만에 만나는 우리 소모임. 이번엔 절기요리 만들지 않고 절기의 변화를 느끼며 친목도 도모할겸 벼르고 별렀던 장미공원에 소풍갔다. 전날 날이 너무 더워 걱정했는데 흐려서 다니기에도 좋고 기온도 시원했다. 코로나에 공사중이어서 몇 년만에 가본 장미공원은 참 좋았다. 더 여유롭게 한참 다니고 책도 보며 시간을 보내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은한 장미향도 참 좋았다.



애정하는 우리 모임원들의 생활은 이정도다. 1회용품이 1도 없는 우리들의 소풍상. 텀블러와 물병 손수건쯤은 당연히 들고다니는 우리 구성원들이 너무너무 자랑스럽고 좋았다. 하지에는 날이 더워지는 만큼 더 넓은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하지의 절기살이 이야기도 나누고, 더 비우고 더 적게 가지고 살아도 충분하다는 미니멀리즘 이야기도 나눴다.



어쩜 음식도 딱~ 절기음식인 감자와 콩국물, 제철과일등을 가져온건지… 계획한것 같았다. ㅎㅎㅎ

집에와서 확인차 캔 감자도 삶아먹었다.



곰이 없으니 국을 끓여도 밥을 해도 줄지 않는다. 남은 밥이랑 찌개에다 반찬도 냉털하고 상추나물 무쳐서 저녁먹었다.



상추한바구니를 데치면 숨이 확 죽어 한줌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 엄청난양의 상추를 먹게 되는 것이다. 지난번엔 가장 간단하게 소금, 마늘, 파, 참기름에만 무쳐서 먹었는데 이번엔 만능된장에 쓱쓱 무쳐 먹었다.



하지엔 쌉쌀한 채소를 먹는게 좋다는데 쌉쌀하고 짭짤하면서 구수한 나물 한접시를 잘 먹었다.




비가온다. 수제비가 먹고싶은데 해먹기는 귀찮고(재료도 없고) 국수를 삶아 남은 찌개에 넣었다. 울엄마가 남은찌개로 잘 해먹는 이 방식은 비빔도 국물국수도 아니게 자작한 정도의 양에 데우고 데워 소스같이 된 찌개국물과 잘 어울린다. 냉동실의 고추튀김도 몇 개 데워서 몽땅 다 먹었다.



별로 배도 안고프고 설거지를 싹 해놨더니 다시 그릇을 만들고 싶지 않아 꾸물거리다 저녁이 늦었

다. 배가고팠다 ㅎㅎㅎ 배송받은 초당옥수수랑 한살림 완두콩으로 초당옥수수 완두콩 전 부쳤다.



감자도 삶고 껍질째 삶은 완두콩도 만들었는데 내 텃밭의 완두보다 훨씬 맛이없었다. 너무 익어서 크고 딱딱하고 단맛도 없었다. 신기했다. 산지에서 오기까지 며칠이 지나서일까? 많이 익어서일까? 내 텃밭 완두가 거의 끝나서 속상할 지경, 그래도 감자는 맛있었다. 감자 캐야하는데 비가와서 속상하다. 땅이 마르면 주말에 감자를 캐야겠다. 밥은 없이 맥주안주로 배불리 먹었다.



어르신들과 지금까지 우리 텃밭에서 키운 감자를 캐는 행사가 있는 날, 비온뒤라 밭은 좀 질었지만 뜨겁지 않아 감자캐기 더 좋았다. 오랜만에 야외에 나와 몇십년만에 이런일을 해본다며 즐거워 하시는 어르신들 보니 보람있었다. 도시농업을 하며 내 수확물을 이웃과 나눈다는 것도 의미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우리 위원이신 혜민님 가게에서 점심 먹었다. 고기가 없는 메뉴가 하나도 없어서 주시는대로 감사히 먹었다. 우리가 캔 감자도 아주 맛있었다.



상하이 출장갔던 곰이 돌아왔다. 기름진 음식은 먹고싶지 않다며 매콤한 것이 먹고싶다고 했다. 뭐 먹고 싶냐고 물으면 울곰은 언제나 김치찌개. 오랜만에 같이먹는 저녁식사니 밥하고, 선화언니가 직접 키워서 준 콩나물도 듬뿍넣어 찌개도 끓




이고, 오이도 부숴서 식감좋게 하나 무치고 새밥에 새반찬으로 나름 정성들여 밥상 차려줬다.

한국음식 먹고 있으니 너무 좋다고 잘먹었다.



3월에 우리가 심었던 감자를 수확하러 우리씨앗농장에 갔다. 토박이 씨앗 살림운동 안내자과정 마지막날 코스다. 토종씨앗에 대해 배웠던 양성과정이 끝나는 날 다시 간 우리씨앗농장은 훨씬 더 중요하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지키자! 우리씨앗!’ 구호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특이하게 길쭉한 모양의 토종 자주감자와 홍감자도 캐고 일정상 땡볕에 일하느라 너무 덥고 지친 상태에서 시원한 보리수 수박화채도 먹었다.



가지볶음, 부추전, 고구마순, 오이소박이, 열무김치, 구억배추김치와, 계란후라이, 김치찌개 그리고 토종메주콩밥 너무도 건강한 제철밥상에 밥을 리필해다 먹었다. 맛있게 냠냠.



옛날 먹을것이 없어 배고팠던 시절, 밀이 익기도 전에 수확해서 구워먹었다는 ‘밀사리’도 해봤다. 덜익은 밀인데 구워먹으니 구수하고 달큰하며 맛있었고 참밀, 앉은키밀, 호밀 등 종류에 따라 맛도 달랐다. 우리가 가면 일손을 돕는게 아니라 챙겨주고 준비할게 많아 민폐인데도 늘 뭔가 해주고 싶어하시는 대표님 덕분에 귀한경험을 했다.



일찍 출발했는데도 길이막혀 늦게 도착했다. 매장에 들러 물건도 찾느라 더 늦어졌다. 날이 더운데다 요리할 기운도 없으니 간단하게 면만 삶아 냉면으로 저녁, 올 여름 첫 냉면이다. 내 사랑 한살림 동치미 육수 없었으면 어쩔뻔….

정말 애정탬이다.



이번엔 내 텃밭이다~!! ㅎㅎ

행사에 일손돕기에 3일연속 감자를 캐고있다. 아주 감자감자하다. 장마소식이 있어 비오기 전에 캐느라 아침부터 서둘렀다. 감자캐기는 정말 재미있는 텃밭 행사 중 하나다.

호미로 땅을 슬슬 파면 땅에서 쏙 감자가 나왔을때 너무 기쁘다. 내 감자는 처음부터 땅을 잘못만들어 두둑을 너무 가늘게(?)하는 바람에 아주 잘되지는 않았지만 이정도면 황송하다. 심고 순지르기밖에 해준게 없는데 하나가득 수확할 수 있어서 놀랍다. 이렇게도 지구를 괴롭히는데 아직까지 참아주고 내어줘서 감사하다.




우리와 연대사업을 두 번이나 함께한(선정은 안됐지만…ㅠ)마을공동체가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개소식에 초대받아 참석했다. 감자를 캐느라 땀 범벅인 상태에서 옷만 갈아입어 좀 더럽… ㅎㅎ 기후위기 시대, 전기차를 만들고 전기 비행기를 만드는것이 친환경이 아니라 그렇게 멀리 갈 필요가 없이 작은 마을공동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게 대안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자본이 갈라놓은 관계와 연대를 회복하고 공동체로 가는것이 오래된 미래라고 말이다. 여러 좋은 활동을 했던 역사를 보고있으니 마을 공동체의 모범사례같아 마음이 좋고 응원하고 싶었다. 선물도 받고 과일이랑 떡도 먹고 공연도 보고 즐겁게 점심까지 해결했다.



저녁은 오전에 텃밭에서 따온 자연의 재료들로 차린 제철 텃밭정식~❤️

벌레먹어 구멍난 감자들 손질해 넣고 토종완두도 넣어 지은 감자밥에 상추, 쑥갓, 당귀잎으로 버무린 겉절이, 수확한지 12시간도 안된 초신선 텃밭 오이와 빡빡하게 끓인 된장찌개.



그리고 오늘의 메인반찬 ‘호박잎 찜’으로 차렸다. 호박잎이 무성하게 나서 줄기를 제거하며 가져온 잎인데 오랜만에 먹었더니 너무 맛있었다. 아가아가한 호박이랑 꽃도 같이 냠냠.



곰이 매어준 마끈은 호박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축 처졌다. 타고올라가는 망의 역할을 하지 못한채 방치하다 원순님이 주신 오이망으로 보수해주러 갔다. 감자캘 때 오이망을 안가져가서 이틀연속 텃밭에 출근하는 우리ㅎㅎ 비온다더니 흐리지도 않아서 땡볕에 땀을 뻘뻘흘리며 밭일했다.



그덕에 어젠 못봤던 오크라 꽃도보고 호박순도 치도 하루사이 또 영근 콩도 따고 다 못캔 감자도 주워올 수 있었다. 우리밭 농부님께 마늘을 샀는데 아주 실하고 좋다. 좋은 가격에 가까운 먹을거리를 실천할 수 있어서 기뻤다. 덤도 주셨다. 현주언니랑 우리 팀 식구들꺼도 챙겨서 전달하고 왔다.



밭일하는 그 사이 현주언니가 부랴부랴 만든 간식을 전해줬다. 맘 좋고 챙겨주는거 좋아하는 언니. 언제 또 장떡을 부치고 손많이가는 감자 샌드위치까지 만들었는지. 내가 미숫가루 먹고싶다고 한 말 기억하고 미숫가루도 타서 싸줬다. 언니는 새참으로 얼른 먹으라고 했지만 집에 고이 가져와서 점심으로 먹었다. 덕분에 냉면이라도 사먹고 들어오려던 계획이 변경돼 외식을 안하게 됐다. 감사히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교안때문에 죽겠당. 왜 항상 닥쳐서 하느라 고생인지… 바쁘기도 했지만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 더이상 어쩔 수 없을때 시작해서 옴팡 고생이다. 이번엔 중간에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지 막혀서 맘의 여유가 없었다. 텃밭정식 2탄으로 공심채볶음이랑 강낭콩밥 해먹을랬는데 먹고남은 호박잎이랑 된장찌개로 다른 반찬도 없이 먹었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교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다시 볼 수록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는 매일 ‘초’가공식품에 노출되고 초 가공식품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영양은 없고 열량만 높은 가짜 음식 때문에 원래 가지고 있던 영양지혜를 잃었다.

좀 더 넓게 봐야 한다.

자연에서 난 것을 그대로 먹거나 최소한의 가공만 해서 먹던 음식이 자본과 결합해 산업이 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심각한것은 이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젊은 세대가 가공식품을 주로 먹는 식습관 때문에 그 자녀들은 처음부터 자연식품을 접할기회가 더 적어졌다는데 있다. ->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초 가공식품에 10% 더 노출.

우리 생태도시농부학교엔 아이들이 많다.

어릴때부터 토마토가 어떻게 자라고, 가지는 어떤 모양으로 달려있으며, 감자를 캐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분명 다를것이다. 우리가 원래 먹어야 할 음식은 자연에서 나는 재료이고, 건강한 식재료를 먹기 위해서는 땅과 물과 작은생명들까지 지켜야 한다는 것을 직접 깨닫게 해줘야한다.



그러기 위해 나부터, 부모님과 선생님이 먼저 달라져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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