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채식하면 뭐먹고 살아요]지구를 위한 채식일기(24.2.26.-3.3)







찰밥좋아! 오곡밥을 또 했다.


보름 나물도 좋고 봄동을 꾹꾹 눌러넣어 봄동 된장국을 끓였더니 그것도 달고 맛있다. 묵나물은 나물을 불리고 삶아야하니 시간도 손도 많이가지만 매력적이고 참 맛있다. 농축되고 숙성된 맛이랄까? 9가지를 만들기는 힘드니까 세 명이 3가지씩 만들어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ㅎㅎ 그러려면 주변에 묵나물을 할 줄아는 사람이 있어야 할텐데… ㅠㅠ 엄마세대가 지나면 묵나물을 만들어 먹는 사람이 있을까? 천혜향까지 야무지게 입가심.



이건 곰의 상차림이고 나는 원플레이트에 명란젓이랑 꼴뚜기반찬은 없는채로 먹었다. 밥도 곰은 토종쌀 귀도 현미밥 나는 또 찰밥 ㅎㅎ 콩을 더 사올걸 그랬나보다. 넘넘 달고 맛나서 우짜징? 콩장 만들어먹으려고 산건데 콩 자체가 달고 맛나서 밥에넣어 다 먹게생겼다. 맛있당. 곰이 퇴근길에 사다준 붕어빵도 먹었다. 헤헷 비싼 붕어지만 올 겨울은 붕어가 있어 좋네.




회의가 있어 혜민님 사업장에 갔다가 아주 귀한 대접을 받았다. 보름밥 먹었냐고 물어보더니만 이 만들기도 어려운 것을.. 나 주려고 종류별로 이쁘게도 담아온것이다. 따뜻하게 담은것도 모자라 놋그릇까지 챙겨오는 센스!! 귀한 대접을 받아서 감동이었다. 임금님 수랏상 부럽지 않은 무려 14첩 나물상 받아본사람?? 손?? 이런 호강을 언제 또 할까. 감사히 먹고 후식까지 싹싹 다 먹었다.

하나하나 다 맛있어서 더욱 행복했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 할 수 있어서 참 복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인데 이렇게 즐거울 수 있는것인지? 할 일을 스무스하게 잘 끝내고 먹은 디저트 ㅎㅎ 드립커피 맛집이라는데 케이크 맛집인것 같다. 애플크럼블이랑 초코케이크가 맛있어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드립커피를 마셨는데 내 사진은 없고 남의떡에 눈독들이기 ㅎㅎ 샤인머스캣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오미자에 포도 올리니 이쁘다.



오는길에 곰이랑 만나서 저녁먹고 들어왔다. 곰이 선택한 메뉴는 낙지볶음. 근처 가정식집이 더 끌렸지만 요즘 나물을 많이 먹었으니 양보했다. 밥도 양보하고 낙지도 양보하고 ㅋㅋㅋ



곰이랑 먹으면 항상 “음식물쓰레기가 뭐에요? ‘남음제로’ 당연한거 아닌가요?“ 가 된다. 형광등 하나 가는데 폭발사고라도 날것처럼 굴어서 집안의 각종 수리(?) 및 자동차 와이퍼며 라이트 전구 교체까지 늘 내가 다하지만 남음제로 내 남자 사랑스럽다. (이꽉물)



배부른데 집에와서 과일까지 챙겨먹었지만 가공식품을 먹지 않았으니 잘했다고 우겨본다 ㅎㅎ



혜민님이 대접해 준 반찬이 약간 남아서 가지고왔다. 음식물쓰레기가 나라라고 한다면 세계 3위 탄소배출국이란다. 기후위기 시대 음식물을 버리는건 수명단축의 길인것이다. 그 이유 뿐 아니라 귀하고 맛난 음식이니 챙겨온건데 발레 가기 전에 소식 점심 먹기에 딱! 이었다. 발레 끝나고 서점에 갔다가 볼 일 보고 오는길에 국수도 사먹었다.



티T데이라서 피자가 50% 세일이란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이미 흥분상태인 곰이 사온 피자로 저녁을 먹었다. 밥은 있지만 반찬은 없고 강의도 있어서 귀찮던차에 잘됐다 싶기도 했다. 페퍼로니가 들어있었지만 그냥 먹었다. 사실 피자에서 페퍼로니보다 환경과 건강에 더 안좋은건 치즈와 수입밀가루다.


피자 사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해보았다. 최소한 육식을 전시하지 않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다. <탈인간 선언>의 ‘육식을 즐기는 지식인을 의심하라’ 챕터에서 나온 말을 인용해본다.

육식에 관한 동시대 한국 지식인의 자화상을 한마디로 하면? 너무 모른다. 또는 모르는 척하거나 몰라도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육식이 환경•동물•건강에 끼치는 영향 모두 다. (…) 국외에서는 채식이 환경과 동물, 건강에 좋다는 증거들이 쌓이며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 한국은? 지식인들부터가 이런 흐름 따윈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당당히 즐긴다. 최소한 SNS에 고기 파티 사진을 올리지 않는 센스도 기대하기 힘들다. (…) 채식주의는 단순 취향이 아니라 공동체(환경.건강)와 약자(동물권) 배려라는 보편적 가치를 대변할 수 있다. 고로 논의가 바뀌어야 한다. ”채식이냐 육식이냐“ 가 아니라 ”어떤 채식, 얼마만큼의 채식이냐“로. <탈인간 선언 46-49>




대체육도 결국엔 초 가공식품이며 환경에 도움이 된다거나 고기를 덜 먹는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강의를 듣고 있으니 결국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기술로써의 해결’ 은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더 많은 사람이 자연스러운 계절의 자연식물식을 먹는것. 그것이 기후재앙 이라고 할 수 있는 현 시기의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것이다.




회의 준비하느라 일찍가서 ‘간단히 한끼 때워야지’ 하는 맘으로 들어간 우동집. 그런데 기본우동이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다. 이러려면 다른걸 먹지 싶었지만 다시 나오기 뭣해서 그냥먹었다.



회의 끝나고 연달아 줌회의까지 끝내고 다같이 저녁먹었다. 나는 점심도 먹고 정애언니가 축하한다고 준비해준 케이크까지 먹어서 배가 전혀 안고팠는데 먹다보니 또 들어갔다. 해물찜 다 먹고 어릴때 추억이 생각나는 풍선껌의 판박이까지 해보며 즐거운 시간 보냈다. 사이좋은 우리팀. 더 단단해지길.



아버님이 더 안좋아지셨단다. 중환자실로 옮겼다는 소식을 듣고 내려가는 길. 3.1.절 연휴로 막힐걸 예상하고 더 일찍 출발했는데 역대급으로 막혔다. 눈뜨자마자 출발했구만 점심먹으러 들어간 휴게소는 앉을자리 하나없는 만석. 양빵 하나 사서나와 차에서 요기했다. 6시간만에 도착한 동해ㅠ책 한권 거의 다 읽었다.



도착하니 면회시간이 임박해서 병원에 먼저갔다. 설에뵙고 얼마 안지났는데 몰라보게 달라진 아버님 모습에 면회 후에는 먹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식구들도 다들 점심을 걸렀더라. 다 같이 일찍 저녁먹으러 갔다. 배도 고프고 맛도 있어서 많이 먹었다. 깨끗한 남음제로가 뿌듯했다. 아버님은 사경을 헤매시는데 우리가 이렇게 기쁘게 지내도 되나 싶었다가 이야기 하며 울었다가 감정이 널뛰기를 했다. 그러다 두 형제가 사이좋게 잘 사는게 결국 부모님께도 좋지 않겠냐며 마음이 가는대로 자연스럽게 흘러보내기로 했다.



바다가 보이는게 자연스러운 바닷가도시. 이제 동해는 제2의 고향같고 좋다. 차에서 읽으며 왔던 책. 좋은 구절이 많아 포스트잇을 잔뜩 붙이며 읽고있는 책을 동서 책장에서 발견했다. 현재 읽은 부분까지 똑같아서 소오름~~ 진짜 난 동서랑 결혼을 해야했나싶다 ㅋㅋㅋㅋㅋ 책 찌찌뽕.

장씨들 욕좀하다가 자연스럽게 이어진 책이야기에 행복했다.



오전에도 아버님 면회하러 갔다. 이번엔 애들까지 온가족 다 같이~ . 처치 덕분인지 말도 한마디 하시고 질문에 손도 한번 흔드시고 전날보다 나아보였다. 무슨말을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는 상황을 마주하니 나이만 먹었지 아직 내가 어른은 아니라는 생각이들었다. 기회 되는대로 서로 얼굴 보고 좋은말도 해드려야지. 슬픔을 준비하는 과정은 배우지 못해 당황스럽다. 면회 끝나고 아점으로 먹은 장칼국수. 오랜만이다.




내가 사랑하는 서호책방에 갔다. 아버님과 일이 있은 이후로 몇 년간 시집에 가지않았으니 서호책방에 간것도 몇 년 만이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동생지기님을 보니 맘이 따뜻해졌다. 책을 몇 권 고르고 커피도 마셨다. 커피는 그 사이 더 맛있어진듯하다.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동안 지기분이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진심으로 공감해주셨다. 따뜻한 차를 한 잔 더 내어주시기도 했다. 이런 동네책방이 있다는 사실이 참 좋았다. 거리는 멀지만 마음이 가깝다. 큐레이션 해주시는 이주의 책을 사왔다. 추천의 글이 너무 공감되고 감동적이었다. 같이 읽어보면 좋겠어서 여기도 공유한다.





솜씨좋은 어머님이 요즘 일을 봐주고 계신 닭갈비집에서 저녁먹었다. 몇 시간 나가 파트타임 일을 하신뒤로 어머님은 참 밝아지셨다. 생기도 의욕도 자신감도 생기신듯한 모습이었다. 당신이 만든걸 먹이고 싶어하셔서 기꺼이 일하시는 식당에 함께갔다. 닭갈비 외에 막국수 메뉴도 없는 집이라 쌈 크게싸서 몇 점 먹었다. 좋아하시는 모습을 봬니 나도 좋다.



아무래도 끼니가 되지 않은 나는 집에오니 배가고프다. 어머님이 주신 수리취떡이랑 딸기 먹었는데 이 수리취떡 엄청맛있다. 밥알도 살짝 살아있고 팥이 달지도 않고 훌륭하네. ㅎㅎㅎ



이틀동안 차를 너무 오래타서 온몸이 찌뿌드드하고 피곤하다. 늦잠 잘랬는데 곰이 빨리깨서 나도 덩달아 일찍 일어나 아침 먹었다. 오랜만의 집밥같다. 있는 밥과 반찬 총동원, 꺼내기만 한 상차림이지만 그 어느 산해진미 부럽지 않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집밥이 최고! 노른자 톡 터지는 들기름 간장 계란후라이만 만들어 한끼 맛있게 먹었다.



오후가 되니 배가고프다. 몽블랑같이 생긴 파이와 뺑오쇼콜라 먹었다. 곰이 내려준 커피와 함께.

기름 설탕 밀가루조합의 최고봉인 이런 페스츄리류는 건강에도 환경에도 정말 좋지 않으니 안먹을수록 좋은데 입에 달다. 모두를 위해 가급적 피하고 덜 먹어야지.





어머님이 아보카도를 주셨는데 많이 익었다. 빨리 먹는게 좋을것 같아서 역시 어머님이 주신 명란으로 소스 만들고 나또랑 마도 올려 덮밥으로 먹었다. 4색덮밥인가? ㅎㅎ 냉털해서 무랑 버섯 듬뿍넣은 어묵탕 끓이고 김치랑 김만 올려도 맛의 조화가 훌륭하다.


가까운 가족의 마지막을 준비하다보니 요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한다. 요양병원에 드나들면서 보이는 낯선 풍경이 내게 질문을 던진다. 존엄사에 대해, 연명의료에 대해, 가족의 도리나 인간으로서의 예의 등 여러 생각이 혼재한다.

정희진은 ‘죽음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삶의 끝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삶의 끝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삶을 끝을 생각하게되면 당연히 삶 자체에 대해 생각하게된다.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누구의 삶이 본받을 만한 것인지 등도 찾게된다.


답이 있는 질문인지, 내 답을 찾게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반면교사의 모델은 찾을 수 있을것 같다.


적어도 물건을 사고, 관리하고 나아가 집착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 뿐 아니라 사회와 지구를 위해 모두 좋지 않다.


여러 반면교사의 모델을 찾아 적용하다보면 내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조각하듯 오려내고 본질만 찾을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 꼭 해야 할 한가지도 찾았다.

끝없는 자기 성찰과 공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 독서.



덧,

공유하고 싶은 오늘의 문장.


나는 생각하는 이들을 질식시키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라는 속담을 매우 싫어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 사회가 가장 문제적인 사회다. 모난돌들이 둥글어지는 것이 좋은것이 아니라 모난 돌들의 대화가 가능한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다.


“지금 우리 사회의 공부 개념은, 인생의 아주 짧은 시기(대개 10대 후반)에 갖추어야 할 특정 분야의 매우 협소한 능력을 가리킨다. 입시 개혁이란, 결국 공부 개념의 범주를 넓히는 것이 아닐까. 고3때 성적으로 인생이 위계화되는 이 사회. 우리는 창피해해야 한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모태 차별 사회고, 그것을 ‘실력’의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학벌은 가장 저열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신분 사회이고 인종 사회다.


- <정희진 처럼 읽기> 중에서




Reactions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