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엔 대설주의보까지 내려 걱정했는데 큰 일 치르는 내내 날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멀어서 왔다갔다 하기 어려운 우리는 삼우제까지 지내고 올라왔다. 겸사겸사 몇 년만에 고모님 모신곳도 가보니 맘이 좋았다.
긴장이 풀렸는지 유독 피곤하다. 많이 잤는데 아침에 일어날 때도 제일 힘들었던것 같다. 배도 안고팠는데 곰이 저녁은 안먹냐고 묻는 소리에 시계를 보니 7시가 넘었다. 뭘 할 기운이나 의욕은 없고 한살림 감자옹심이 데워 떡국떡 조금 넣어 먹었다. 짭짤이 토마토와 추려낸 딸기 세 알 먹고 아카데미 시상식 어떤 영화가 받았는지 확인하고는 바로 기절.
올 초에 책정리하며 올려뒀던 중고판매 책 첫주문이 또 하필 상치르는동안 들어왔다. 다행히 발송기한을 넉넉히 잡아둬서 오자마자 부랴부랴 보낼 수 있었다. 집에 모아둔 봉투나 박스 재사용해서 포장해 보냈다. 내겐 추억있는 책, 지금은 안보는 책이 누군가에게 가서 잘 쓰이길 바란다.
강릉에서 산 수리취떡을 냉동실에 넣으려면 냉동실 자리가 비어야 한다. 냉동실 레토르트 식품들 꺼내 데우고 썰어놓은 양배추도 곁들여 저녁겸 안주로 먹었다. 떡도 두 개씩 먹었으니 사실 밥먹은것보다 더 먹었을 것이다. 그래도 냉장고 재료 상하기 전에 냉털을 해서 뿌듯하고 절약한 것 같아 좋았다.
연합 총회 날, 아침일찍 대전으로 출발했다. 다행히 길이 막히지 않아 무사히 도착했다. 대전 맛집이라는 시장근처의 칼국수집은 면도 국물도 김치도 맛있었다. 밀가루라서 쫌 그랬지만 뜨끈하고 시원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커피 한 잔 하러 들어간 카페는 우연히 발견한 대박카페! 가격이 넘넘 훌륭한데(3천원) 퀄리티가 엄청났다. ㅎㅎ
연합 대의원 총회가 시작됐다. 연합총회는 처음이지만 대의원총회는 세번째라 이제 뭘 봐야할지 조금 알것도 같았다. 풀어야 할 문제들,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들, 모두 쉽게 결론나지 않는 문제들이지만 그래도 희망은 여기 있지 않나? 하는 양가감정이 들었다. 무사히 총회를 마치고 선물이랑 기념품도 받아서 다시 고고싱. 저녁으로 굴국밥을 먹었는데 사진찍는걸 잊었다. 반찬으로 나온 생배추가 맛있었다. 배추든 봄동이든 사와야겠다.
요즘 다시 책정리 중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퇴짜맞은(황당한 이유들로..)책들, 팔기에 아까웠던 전공책들, 한때 열심히 읽었던 고전들, 등을 개인판매로 올려두었다. 논문쓸 때 함께하던 책은 안보더라도 처분하기 싫었다. 같이 고생한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제 그 마음도 정리가 되는듯하다. 전공하는 사람들에겐 필요한 책이라 하나씩 팔린다. 개강을 해서인지 요즘들어 3일연속 주문이 들어올만큼 잘 팔린다. 덕분에 책장에 공간이 조금 생겼다. 벽면 가득 책으로 채워진 공간을 갖고싶지만 보통 한번읽고 다시 읽지 않는 책을 소유하기보다 정희진의 말처럼 책이 내 몸을 통과하는데에 더 의의를 두기로 한다. 미니멀하게 살고싶다. 불혹, 책도 인생의 한 시즌을 정리하고 새 모습으로의 단장을 꿈꾼다.
총회 끝나고 받은 김밥을 점심으로 먹었다. 당근이 잔뜩 들어있는 당근김밥. 당근과 단무지만 들어있고 간도 심심한데 맛있었다. 너무 차가우니까 계란물에 담궈 부쳐먹었다. 따뜻한 국물을 곁들이고 싶어서 라면도 반 개 끓였는데 면은 먹고싶지 않아서 결국 버리게 됐다 ㅠㅠ 끓이지 말걸 그랬다. 괜한 음식물 쓰레기만 만들었다. 공씨아저씨네 대저 토마토는 정말 너무 맛있다. 이번에 정기배송에 성공해서 다행이다.
곰은 남은 찌개랑 밥 먹고 나는 과일이랑 떡으로 간단하게 저녁 먹었다. 요즘 너무 많이 먹고 배가 안고플때도 먹어서 속이 더부룩했다. 가볍게 먹거나 끼니를 거르면 몸도 가벼워진다. 사과반쪽, 한라봉 한개, 토마토 두개랑 떡 먹고 곰이 내려준 디카페인 커피도 마셨다. (간단한거 맞나?)
밤에 가볍게 먹었더니 아침에 속이 좋다. 화장실도 다녀와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김치통을 비웠다. 어머님이 담가주신 맛난 총각김치는 이제 바이바이~ 총각무 지짐과 알배추 쌈, 토종쌀밥만 놓고 먹는 간단식사. 이런 밥이 속편하고 좋다.
텃밭준비가 어떻게 되고 있는건지 불안해서 가봤는데 가보길 잘 한것 같다. 밭이 제 모양을 갖추고 있는걸 보니 맘이 한결 놓였다. 이번주 바짝 준비해서 무사히 잘 개강해야지.
갈치 저수지 맛집이라는 <주막보리밥>에서 털레기 먹었다. 무려 40분이나 기다려서 말이다. ㅠㅠ 민물새우도 많이 들어있고 얼갈이 배추도 많이 들어서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었다. 채소반찬도 다 깔끔해서 가끔 생각날것 같다. 그런데 40분을 또 기다릴 자신이 없네~ ㅠㅠ
저녁은 전날 저녁 남은걸로 대충 때우기. 생각도 많고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공유하고 싶은 황현산님의 글.
"도시 사람들은 자연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자연보다 더 두려워 하는 것도 없다.
도시민들은 늘 '자연산'을 구하지만 벌레 먹은 소채에 손을 내밀지는 않는다.
자연에는 삶과 함께 죽음이 깃들어 있다. 도시민들은 그 죽음을 견디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거처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철저하게 막아내려 한다. 그러나 죽음을 끌어안지 않는 삶은 없기에, 죽음을 막다 보면 결과적으로 삶까지도 막아버린다. 죽음을 견디지 못하는 곳에는 죽음만 남는다."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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