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생초보 도시농부 텃밭일기]쌩 초보 도시농부의 지구텃밭 일기




저는 올해 지구텃밭 도시농부가 되었어요.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하면서 건강한 먹거리를 내 손으로 길러먹는데 관심이 생겨서 집근처 텃밭분양 하는 곳에 몇 해동안 기웃거리기만 했었죠.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자신이 없더라구요.


지구텃밭은 교장샘과 아침샘이 시기마다 심는법, 수확하는 법, 방제법 등도 알려주시고 여러모로 세심하게 도와주셔서 농사에 대해 1도 모르는 농사 무식자 쌩초보 농부도 어렵지 않게 하고있어요. 이런 기회를 갖게되어 참 감사해요. 코로나 때문에 일도 쉬고 우울하던 참에 요즘 텃밭이 제 일상에 활력을 주고 있답니다.





저희 텃밭이에요.


지구텃밭엔 각각의 텃밭마다 이름이 있어요. 저희 텃밭은 '풀 먹는 곰' 이랍니다. 

제 남편의 별명 '곰' 에다 요즘 채식지향하고 있는 우리집 식탁에 오를 건강한 식재료를 키우는 텃밭이니 '풀 먹는 곰' 이라고 지어봤어요.


(왼)6월5일 첫날의 텃밭 (오) 7월21일 의 텃밭



코로나 때문에 6월이 돼서야 텃밭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처음에 좀 황량해 보이기까지 했던 우리 텃밭의 모습이 지금은 이렇게 변했어요. 한달 반 정도의 기간동안 잘 자라준 아이들이 얼마나 신기하고 기특한지 몰라요.


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만 살다, 결혼 후 서울과 지역번호도 같은 과천에 살다보니 저는 그냥 쌩 도시인이에요. 텃밭 농사 첫 해라서 모든 경험이 신기하고, 그동안 내 삶이 너무도 비 인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삶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4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서야 내가 이제까지 먹었던 작물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자라는지 알았으니 말이지요.


텃밭 경험 한달 사이에 배운것도 많아요.


농약이나 제초제를 쓰지 않으려면 식물을 심는 방식부터 신경을 써야한다는 사실도 알았어요. 사람이 식물의 성질은 생각하지 않고 수확량과 편의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제초제와 농약을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는거라고 하더라구요.(아래 책 참조)




‘동반작물’ 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같이 심으면 좋은 효과를 주는 궁합이 좋은 작물을 일컫는 말인데요. 서로의 성질이 상충되지 않으면서 (예를 들어, 물을 많이 먹는 작물이라던지, 키카 커지는 작물이라던지...) 자라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작물을 묶어 같이 심어주는 것이지요. 원래 가진 성질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프로살초마를 막 탈출한 저에게 너무 와 닿았어요. (무슨소리인가 싶으시면  이전글- 프로살초마 탈출기를 확인하세요).



사진에보면 대파 한 줄 상추 한 줄 번갈아 가며 심어져 있죠? 상추와 대파는 동반 작물이래요. 대파는 벌레가 싫어하는 아이라 상추에 벌레가 꼬이는걸 막아준다네요. 상추만 쭉 심거나 대파만 쭉 심는것보다 좋다고해요.


토마토와 바질이 같이 자라는 모습


또 바질과 토마토는 요리에서만 궁합이 좋은게 아니라 자랄때도 도움이 되는 조합이었어요. 토마토는 물을 많이 먹는 작물인데 바질은 그렇게까지 물이 필요하지 않고, 바질의 향이 토마토에 모이는 벌레들을 쫓는 역할을 한대요. 토마토는 크게 자라지만 바질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 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농사짓는데도 도움이 된다네요. 게다가 토마토 옆에서 자라는 바질은 맛과 향이 더 좋다는 연구도 있다니 정말 놀랍죠




우리 텃밭에 뭔가 다른 점도 보이지 않나요? 비닐멀칭 없이 지푸라기로 덮고(볏짚멀칭), 친환경 비료 - 바이오차(숯)를 뿌려주며, 지지대도 대나무와 노끈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첫 텃밭농사로 이런 친환경방식을 경험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해양의 미세플라스틱 문제 만큼이나 토양의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하대요. 


그게 다 비닐멀칭 때문이라는데 수확 후에도 걷지 않는 비닐은 빛에 바스라져 치울 수 없게되고 다음해 다시 밭을 갈 때 같이 섞는대요. 그럼 그 조각들이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는거죠.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도 비닐멀칭은 대부분 한다니 .... 지금이라도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농사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 역시 텃밭농사를 하지 않았다면 관심이나 뒀을 문제인가 싶네요.

(왼) 지나다 찍은 사진. 마늘 수확후 방치된 비닐, (오)우리 텃밭에서도 호미질을 하면 땅 속에서 나오는 비닐 ㅠㅠ


6월은 농사에 있어 또 다른 수확의 계절이라고해요.


보통 '수확' 하면 가을만 생각했는데 풍성한 여름먹거리는 6월에 나오는 것이더라구요. 저는 6월에 농사를 시작해서 풍성한 달은 아니었지만 가서 만지고 물주고 곁순을 따거나 지지대를 세우는 작업 하나하나가 다 좋았어요. 잡념도 없어지고 풀냄새,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그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더라구요. 처음엔 뭘 먹을까? 만 생각했는데 텃밭은 정서적 기쁨도 주네요.

요즘엔 하나씩 익어 수확하는 기쁨도 만끽하고 있다지요.


첫 가지수확 - 쪼꼬미 한 개

첫 상추 수확

수확량 증가 ㅋㅋㅋ









아직은 가지 하나 딸 때, 고추 딸 때도 손을 바들바들 떨고 지지대에 묶어주다가 토마토 가지도 부러뜨리는 실수 투성이 쌩초보 농부지만 자연이 값없이 주는 혜택과 생명의 신비를 느끼고 있어요. 요즘처럼 비가오면 잘 있는지 물이 넘치거나 썪지는 않을지 걱정돼서 밭에 가고(밭이 가깝지는 않아요. 지하철로 30분) 날씨앱을 수시로 확인하는게 일상이 되었구요.

농부님들 마음을 1/10000쯤 알 수 있을것 같더라구요.


여러분 텃밭농사를 강력추천합니다.!!

제가 배운것들 알게된 것들도 하나씩 포스팅할게요. 생각만 하고 계시다면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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